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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여기를 걸어보지 않고 아프리카 여행했다 말하지 마라

by오마이뉴스

킬리만자로를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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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간마을 중턱에서 찍은 킬리만자로산. 만년설의 정상 킬리만자로를 보는 것만도 황홀해서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 박태상

킬리만자로산(Kilimanjaro)을 탐방하기 위해 오전 7시 마사이마라 국립공원 인근의 숙소를 떠나 중형버스를 타고 새벽공기를 마시면서 시원한 기분을 느끼며 떠나갔다.


그런데 가는 동안에 우여곡절이 많았다. 산신령이 신성한 킬리만자로를 쉽게 만나게 놔두지 않은 것이었다. 처음에 3시간이면 도착한다는 모시(Moshi)가 족히 6~7시간은 걸린 듯하다. 국경지대에서 케냐 청년들이 버스를 가로막고 주먹으로 무슨 구호를 외치며 데모를 하고 있었다. 멀리서 보니 불길이 치솟고 있는 것으로 보아 사태가 심각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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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에서의 케냐청년들의 폭동. 탄자니아 청년들의 집단폭행으로 숨진 케냐 청년을 추모하면서 분노의 표시로 국경지대에서 도로를 막고 케냐 청년들 100여 명이 펼친 항의 데모 현장. ⓒ 박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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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동현장의 케냐방송국 기자. 케냐방송국 기자들과 현장에서 사진 촬영한 필자. ⓒ 박태상

모험가인 필자는 용감하게 버스에서 내려 사건 현장으로 다가갔다. 100여 명의 케냐 청년들(마사이족 포함)이 손에 돌맹이를 움켜쥐고 구호를 외치며 폭력적인 행동을 취하고 있었다. 케냐 전투 경찰 20여 명이 주변에서 사태를 관망하고 있었다.


알고 보니 얼마 전 장사를 하기 위해 탄자니아로 넘어간 케냐 청년을 탄자니아 청년들이 폭력을 행사하며 잔혹하게 살해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케냐 청년들이 분노하여 국경을 차단하고 살인자 탄자니아 청년을 체포하여 케냐 법정에 세워 징벌해야 한다는 구호를 외치며 행동을 표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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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경찰의 교통통제. 케냐에서 탄자니아 국경으로 넘어가는 언덕에서 폭동이 일어나 경찰들이 버스와 화물차를 통제하고 있는 모습. ⓒ 박태상

하여튼 우리가 탄 버스가 킬리만자로산 가까이 가기까지 엄청난 시간이 소요되었다. 경찰도 줄지어 늘어선 버스와 화물차만을 통제한 채 사태를 지켜보고 있었다. 살인사건을 계기로 발생한 아프리카 국경분쟁을 직접 목격하니 리얼리티가 있었다. <세계는 지금>이라는 시사다큐가 떠올랐다. 물론 중간에서 버스를 가로막고 지나가는 소떼 덕분에 내려서 소몰이하는 소년관 사진을 함께 찍는 여유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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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리만자로 등반가'를 가르치는 탄자니아 현지 가이드. 모시에서 킬리만자로산으로 가는 버스 속에서 탄자니아 가이드로부터 “하쿠나 마타타”가 반복되는 ’킬리만자로 등반가‘를 배우고 있는 우리 팀원들. ⓒ 박태상

방가로처럼 생긴 모시의 호텔에서 하루 숙박을 한 후에 35인승 버스를 타고 꿈(?)에 부풀었던 킬리만자로를 향해 한걸음에 달려갔다. 모시 시내에서 5~6명의 현지 가이드들을 태우고 대충 2시간 정도 달려갔던 것으로 생각된다.


현지인들을 의무적으로 태워야 하는 이유는 관광객의 길 안내도 있지만, 사실은 탄자니아 정부의 일자리 창출 고용정책 때문이다. 맨 처음 삐쩍 마른 안내인들을 보고 저 체격에 산에 올라 가봐야 얼마나 산을 잘 타겠는가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그들과 함께 등반하면서 홍길동처럼 산을 날라다니는 모습에 놀랐다. 케냐(탄자니아) 마라톤 선수들이 왜 세계를 제패하는지 수긍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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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자니아 입국 심사대. 탄자니아 국경에서 입국 수속을 밟고 있는 일행들. ⓒ 박태상

주로 사탕수수밭으로 조성된 넓은 벌판과 열대림으로 울창한 산간마을을 여럿 지나고 나서 목적지인 등산로 입구에 도착해서 수속을 밟았다. 가는 동안 현지인 가이드를 통해 "하쿠나 마타타"가 반복적으로 후렴구로 등장하는 '킬리만자로 등반가'라는 별칭의 민요를 배웠는데, 흥겹고 리드미컬해서 마음이 상쾌해졌다. 지금도 아프리카 원주민 특유의 몸매를 배워서 흔들며 합창을 하던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킬리만자로는 스와힐리어로 '빛나는 산' 또는 '하얀 산'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또 다른 견해로는 'Killima(작은 언덕)'와 'njaro(은자로 신)'가 합쳐져서 '신이 사는 작은 언덕'이라는 뜻을 간직하고 있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킬리만자로는 1989년에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등록되었다. 킬리만자로는 몬타네 숲, 문랜드, 사막, 눈과 얼음까지 지구의 거의 모든 환경을 포함하고 있는 하나의 거대한 생태계라고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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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리만자로 국립공원 여직원. 킬리만자로 국립공원 게이트에서 탄자니아 국립공원 여직원과 담소를 나누고 있는 필자. 영어를 잘 하지 못하는 국립공원 관리공무원이었으나 매우 친절했다. ⓒ 박태상

사실 킬리만자로산만 여행하는 여행상품이 있는데, 거의 일주일동안 산장에서 먹고 자면서 정상까지 등반하는 코스다. 산정상 부분인 5000~6000m 고지는 눈과 빙벽으로 뒤덮혀 있어 엄흥길 대원 같은 산악전문가가 아니면 오르기가 어렵다(물론 산악회 같은 동호인 모임에서 종종 정상을 등반했다는 블로그 글을 본 적은 있다).


그래서 고연령층이 몇 명 있는 우리 팀은 제 4산장인 만다라 산장(2700m)까지 가는 사람과 좀 더 올라가서 만년설이 보이는 지점인 3000m까지 가는 사람으로 나누어서 등반을 시작했다. 아프리카로 떠나기 전에 북한산을 함께 등산하면서 체력단련을 시켰기 때문에 그래도 큰 무리 없이 모두 만다라 산장까지는 함께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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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다라루트의 출발지점. 만다라 루트의 출발지점에서 화장실 간 일부를 제외하고 안녕을 기원하며 단체 사진 인증샷. ⓒ 박태상

킬리만자로 국립공원은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지원을 받고 있다. 킬리만자로산은 세계에서 가장 큰 화산에 속하며, 키보, 마웬지, 시라의 큰 봉우리 세 개를 지니고 있다. 꼭대기가 눈과 빙하로 덮여 있는 이곳은 아프리카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최저점부터 최고점에 걸쳐 '사바나 관목림 지대, 산기슭 임간 농업 지대, 산지림, 아고산성 황야, 고산성 습지' 등 주요 식생대 다섯 개가 있다.


킬리만자로 국립공원은 암보셀리(Amboseli) 국립공원과 연결되어 있으며, 아루샤(Arusha) 국립공원과 차보(Tsavo) 국립공원으로 이어진 길쭉한 숲길은 인간이 거주하기도 하고 코끼리 상아 등을 채취하기 위해 침범하여 야생동물의 이동에 영향을 끼쳤다. 세계유산 등재 당시에 이미 코끼리(elephant), 버펄로(buffalo), 영양(antelope)과 같은 동물이 받는 위협과 보존림 지역에서 일어나는 벌목 등이 유산의 완전성을 저해할 수 있는 요인으로 지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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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리만자로 산의 초입을 오르는 일행들. 만다라 루트로 접어들면서 선두를 이끈 탄자니아 현지 가이드와 함께. 놀라운 속도로 홍길동처럼 킬리만자로를 날라다니는(?) 청년이다. ⓒ 박태상

킬리만자로산은 모시에서 더 가깝지만, 대부분의 관광 회사는 아루샤에 모여있다. 모시에서는 저녁 이후로는 숙소 주변을 나서지 않는 것이 좋다. 아루샤보다는 안전하지 못하다는 느낌이 강하다. 으슥한 골목길도 많고 호텔급 숙소의 담벼락이 높고 고압 철책이 있는 것을 보아 주변 치안상태를 짐작하게 해준다. 모시는 킬리만자로산으로 향하는 입구이자 탄자니아 커피유통의 산지이기도 하다. 케냐 'AA커피' 못지않게 '킬리만자로 원두커피'도 매우 고소하고 향취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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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리만자로 초입의 산림지대. 해발 1800 ~ 2800m의 몬타네 숲은 마치 영화 의 배경무대 숲과 비슷하게 느껴졌다. ⓒ 박태상

가파르게 산간마을을 통과해서 산길을 올라가던 버스는 중턱쯤에서 잠시 쉬어갔다. 그런데 멈추기 직전에 한쪽 창을 내다보던 일행들이 탄성을 지르고 웅성거렸다. 버스 창문에 하얗게 눈으로 뒤덮인 킬리만자로의 정상이 그 위용을 드러낸 것이었다. 모두를 하나같이 버스에서 내려서 스마트폰으로 만년설의 킬리만자로산을 사진에 담느라고 분주했다.


이렇게 오랫동안 일행들이 사진을 촬영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그만큼 만년설로 뒤덮인 킬리만자로는 너무도 신비롭고 아름다웠다. 사진기는 사람의 눈보다 정확하지가 않다. 실제 풍광은 훨씬 더 장관이라는 것을 말하고자 한다.


박태상 기자(tspark022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