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 가기

[ 라이프 ]

고양이 집사를 위한 책 BEST 4

by책식주의

반려동물 없이 잘만 살아온 저도 요즘은 ‘나만 없어 고양이’를 실감합니다. 고양이는 이제 하나의 문화코드로 자리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인간들이 이렇게 고양이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오늘은 고양이의 매력을 낱낱이 파헤치는, 냥집사와 랜선집사를 위한 책 4권을 준비했습니다.

01. 고양이처럼 행-복 (파올로 발렌티노)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의 남자 주인공 세희는 고양이를 끔찍이 아끼는 고양이 집사입니다.

고양이 집사를 위한 책 BEST 4

고양이이고 싶었다 (클릭하면 출처로 이동합니다.)

3년을 짝사랑한 남자와 ‘나 혼자 썸 탔음’을 알게 된 모태솔로 지호가 ‘나이 서른에 이게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다’며 자책하자 이를 지켜보던 세희가 명언을 남깁니다. 이른바 신피질의 재앙론!

“그 짧은 문장에 서른이란 단어를 세 번이나 쓰다니 ‘신피질의 재앙’이네요. 스무 살, 서른. 그런 시간 개념을 담당하는 부위가 두뇌 바깥 부분인 신피질입니다. 고양이는 인간과 다르게 신피질이 없죠. 그래서 매일 똑같은 사료를 먹고 똑같은 일상을 보내도 지루해하지 않아요. 그 친구한테 시간이라는 건 현재 밖에 없는 거니까. 스무 살이니까, 서른이라서, 곧 마흔인데. 시간이라는 걸 분초로 나눠서 자신을 가두는 종족은 지구상에 인간밖에 없습니다. 오직 인간만이 나이라는 약점을 공략해서 돈을 쓰고 감정을 쓰게 만들죠. 그게 인간이 진화의 대가로 얻은 ‘신피질의 재앙’이에요. 서른도, 마흔도 고양이에겐 똑같은 오늘일 뿐입니다.”

크.. 고양이 집사의 내공이 느껴집니다. 세희의 ‘신피질의 재앙론’과 궤를 같이 하는 책이 있습니다. 현재에 충실한 삶을 사는 고양이에게 행복한 삶의 자세를 배우는 『고양이처럼 행-복』입니다.

 

고양이의 시각에서 보면 인간들은 항상 할 일을 찾는 존재입니다. 지금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바쁘게 뛰어다니며, 말로는 ‘행복’을 찾는다고 하죠. 하지만 고양이는 배고프면 밥을 먹고, 목마르면 물을 마시고, 졸리면 잠을 잡니다. 매 순간을 충실하게 사는 거죠.

고양이 집사를 위한 책 BEST 4

© 도로시

햇볕 잘 드는 곳에 마냥 늘어져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행복해 보이는 고양이를 보며 ‘세상에서 제일 부럽다’고 느껴본 경험 있으시죠? 이 책은 고양이들이 이렇게 행복한 삶을 사는 데는 고양이 사이에 대대로 내려온 비결이 있을 거라는 재미있는 발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고양이가 행복한 비결과 인간들이 고양이에게 배워야 할 삶의 자세를 고양이의 언어로 전하죠.

 

고양이의 삶의 자세를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마음 챙김’입니다. ‘마음 챙김’이란 현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각하면서 살아가는 법인데요, 이를테면 너무 많은 규칙을 만들어 스스로를 옭아매는 것을 경계하고, 자신을 가꾸고, 주변을 정돈하고, 빈둥거리며 마음을 비워 내는 것입니다.

너의 가장 부드러운 모습을
드러내는 걸 두려워하지 마.
귀염받고 싶다고 인정하는 것도 두려워하지 마.
그러면 당연히 받아야 할 사랑을
담뿍 받을 수 있을 거야.
- <부드러움도 힘이야> 中

눈에 힘을 빼고 허공을 바라보며
가만히 있어봐,
원하는 만큼.
비움은 모자람이 아니야.
오히려 그 반대지. 비밀 하나 알려줄게.
네가 지금 이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비움과 채움은 똑같은 거야.
- <비움과 친해지기> 中

책을 읽고 나면 주변 고양이들이 왠지 달라 보이는 (왠지 현자처럼 보임) 현상이 있을 수 있습니다. ㅎㅎ 삶의 자세는 물론, 고양이식 복식호흡과 스트레칭까지 배울 수 있는 냥선생의 행복 수업으로 ‘신피질의 재앙’에서 탈출하여 고양이처럼 행-복해질 수 있길 바랍니다.

고양이 집사를 위한 책 BEST 4

고양이처럼 행-복

 

저자 파올로 발렌티노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18.01.08.

02. 거실의 사자 (애비게일 터커)

고양이는 예전부터 지상으로 내려온 천상의 존재, 지혜를 지닌 동물로 묘사되며 영물로 여겨졌습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고양이를 ‘신이 빚어낸 최고의 걸작’이라고 칭했을 정도입니다. 고양이가 하는 거라곤 먹고, 자고, 가끔 스트레칭하는 정도인데 (냥팔자가 상팔자) 고양이는 어쩌다가 이렇게 신격화된 것일까요?

 

고양이 집사인 이 책의 저자는 어느 날 문득 자신의 거실을 점령하고 있는 고양이 ‘치토스’를 보며 의문에 휩싸입니다.

‘하는 일이라곤 일광욕뿐인 고양이에게 왜 수많은 인간들은 헌신하게 된 걸까?’

그는 인간과 고양이의 관계에 대해 탐구하기 위해 전국의 국립야생보호구역, 자연사 기관부터 캣쇼, 길고양이 보호 협회를 발로 뛰며 전문가들을 인터뷰하기 시작합니다. 이 책은 폭력적이고 호전적인 고양이과 동물이 가축화된 경위와 인간이 유독 고양이에게 열광하는 이유를 심도 있게 연구한 결과물입니다.

고양이 집사를 위한 책 BEST 4

© 윤여원 고양이, 윤고

개인적으로는 인간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고양이를 가축화하게 된 과정을 설명한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는데요. 사실 인간이 고양이를 가축화한 것이 아니라, 고양이 스스로 인간과 지내기로 선택했다는 것입니다! 인간이 야생 동물을 가축화한 이유는 식량을 공급받거나 일을 시키기 위해, 다시 말해 야생 동물을 집안으로 들일 정도의 ‘유용’한 가치를 발견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고양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기 때문에 가축으로써는 도무지 무용한 동물입니다. 유일하게 고양이에게 기대할 수 있는 유용함이란 쥐를 잡는 것인데, 실제로 고양이는 쥐 잡는 것에 그렇게 열정적이지도 않다고 합니다. (대체 하는 게 뭐냐....ㅋㅋ) 결국은 고양이가 스스로 가축화를 선택해서 인간의 거실로 걸어 들어왔다는 것이 이 책의 논지입니다. 인간은 간택되었을 뿐!

 

이외에도 TNR(길고양이를 포획해서 중성화하여 방사하는 것)의 무용론, 포식자인 고양이 때문에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들 등 우리가 몰랐던 혹은 잘못 알고 있는 고양이의 진면목을 방대한 연구 결과와 함께 전달합니다.

진정한 사랑은 이해를 필요로 한다. 우리는 고양이에게 점점 더 집착하면서도 충분한 존경심을 보내고 있지 않은 것은 아닐까? 치토스와 같은 생명체를 보면서 가져야 할 올바른 마음은 ‘귀여워’(awwwww)가 아닌 경외(awe)일지도 모른다. (p.23)

고양이를 귀여워하는 차원을 넘어, 고양이라는 경이로운 생명체에 대해 깊이 알고 싶은 분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고양이 집사를 위한 책 BEST 4

거실의 사자

 

저자 애비게일 터커
출판 마티
발매 2018.01.23.

03.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나쓰메 소세키)

애묘인이라면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도 하나 소개해드립니다. 일본 소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인데요, ‘일본의 셰익스피어’로 불리는 일본 대표 문학가 나쓰메 소세키의 데뷔작이기도 합니다. 고양이의 시점으로 바라본 인간들의 모습을 해학적이면서도 날카롭게 그리며, 메이지 유신 직후 근대화를 맞은 일본의 시대상을 조명합니다. 이 소설의 포인트는 고양이가 인간들을 굉장히 한심하고 하찮은 존재로 여긴다는 것인데요, 고양이 주인의 행실을 보면 왠지 납득이 가기도 합니다.

고양이 집사를 위한 책 BEST 4

© 또 윤여원 고양이, 윤고

고양이의 주인은 중학교 선생님으로 당대 지식인을 대표하는 인물입니다. 고지식하면서도 고집스러운 행동으로 언제나 고양이의 공분을 사죠. 같은 지식인이라는 주변인들과 나누는 대화 역시, 그럴듯하게 들리는 ‘아무말 대잔치’입니다. 고매한 고양이의 시각에서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죠. 그럴 때마다 고양이가 주인을 향해 무심한 듯 시크하게 던지는 촌철살인에 시종일관 뿜게 되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방심하며 읽다가 현웃터진다는..)

나는 얌전히 앉아 세 사람의 얘기를 듣고 있었지만 재미있지도 슬프지도 않았다. 인간이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애써 입을 움직이면서, 재미있지도 않은 일에 웃고, 시답잖은 일에 기뻐하는 것밖에 재주가 없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서구 문물이 유입되는 근대화 과정에서 전통적 가치관과 새로운 가치관이 충돌하는 과정,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는 지식인들의 불안한 모습을 고양이를 매개로 하여 객관적으로 그렸지만, 그런 것들을 차치하고 아무 생각 없이 오로지 재미만을 위해 읽어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책입니다.

고양이 집사를 위한 책 BEST 4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저자 나쓰메 소세키
출판 열린책들
발매 2009.11.30.

04. 공존을 위한 길고양이 안내서 (이용한)

고양이가 어마어마한 번식력을 가진 동물이다 보니, 길고양이도 무섭게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집고양이가 집사의 헌신적인 사랑을 받는 것에 비해, 길고양이는 멸시 받고 극악무도하게 학대당하며 수난을 겪기도 합니다. 길고양이의 밥을 주는 소위 '캣맘', '캣대디'를 향한 시선도 곱지 않고요.

 

이 책은 길고양이와의 공존을 위해 길고양이를 돌보는 캣맘, 캣대디가 알아야 할 거의 모든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길고양이를 돌본다는 것은 한 생명을 '책임'지는 일이기 때문에 반드시 올바른 지침을 숙지해야 합니다. 필요가 아닌 의무이죠.

 

예컨대, 길고양이에게 처음부터 고급 사료를 급여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실제로 있었던 사례인데요, 길고양이들에게 고급 사료를 주던 한 캣맘이 재정난에 처하자 중간에 저렴한 사료로 바꿔 급여합니다. 하지만 고급 사료에 길들여진 고양이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결국 캣맘은 고양이들을 유기하고 무책임하게 떠나버립니다. 좋은 밥을 먹이고 싶다는 선의로 접근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안 하느니만 못한 일이 되어 선의마저 퇴색해버렸죠. 이 책은 길고양이에게 밥 주는 방법부터 길고양이의 무분별한 확산을 막을 수 있는 TNR 가이드, 길고양이를 입양할 때 주의할 사항까지, 길고양이를 돌보기 전에 알아야 할 실용적인 정보를 전합니다.

 

일차적으로는 캣맘, 캣대디를 위한 책이지만, 길고양이에 관심이 없거나 우호적이지 않은 독자들도 꼭 읽어봤으면 합니다. 저 역시 이 책을 읽으며 '길고양이는 병균을 옮기고 거리를 더럽히는 주범'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을 수 있었거든요. 저는 캣맘도 애묘인도 아니지만, 책을 읽으며 이유 없이 독살되고 학대당하는 길고양이들이 처한 현실에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모쪼록 길고양이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으로 고양이 혐오 범죄가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고양이 집사를 위한 책 BEST 4

공존을 위한 길고양이 안내서

 

저자 이용한, 한국고양이보호협회
출판 북폴리오
발매 2018.01.02.

또 유익한 북큐레이션으로 찾아올게요!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