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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수재' 소리 듣던 의대생에게 날라온 하반신 장애 판정, 그리고 10년 후…

by피클코

끊임 없이 도전하는 변호사 박성민

‘고소득’하면 자연스레 연상되는 직업이 있다. 바로 ‘사’자 직업이다. 해당 직업들은 엄청난 공부량을 자랑하지만 그만큼 미래에 값진 소득을 보장하기도 한다. 그런데 한 분야만 파도 어려운 세상에서, 의사와 변호사 자격증을 모두 보유한 이가 있다. <로이어 프렌즈>를 통해 유튜버로도 맹활약 중인 박성민 변호사를 만나보았다.

평범했던 공대생, 의대로 전향하다

처음부터 의대생을 꿈꿨나요?

 

"의대를 3지망으로 쓰긴 했지만 꼭 가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오히려 ‘이과니까 공대를 가야지’라고 생각해 카이스트와 서울대 공대를 1지망으로 지원했죠. 두 학교 모두 합격했지만, 카이스트 발표가 먼저 나서 카이스트 진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카이스트 입학 예정자는 봉사 활동에 필수로 참여해야 했어요. 그런데 이 봉사활동이 제 꿈을 바꿨죠."

 

그는 꽃동네 안 병원에서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돌보는 활동을 했다. 마지막으로 한 할머니의 손발을 닦은 후 나왔는데, 얼마 안 있어 병원 내에 경고음이 울렸다. 할머니가 임종을 맞이한 것이다. 박성민 변호사는 봉사활동을 마치고 올라오는 버스 안에서 할머니가 그를 빤히 쳐다보던 눈빛을 잊을 수 없었다. 그렇게 그는 공대생이 아닌 의대생의 길을 택했다.

인하대학교

인하대 의대에 진학한 그는 예과 2학년을 마치기 전 스키장으로 떠났다. 동아리원들과 합숙하며 즐거운 하루를 보냈지만, 뜻하지 않은 불행이 찾아왔다. 늦은 시간까지 연습을 하던 그는 그만 낙상 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눈을 떴을 땐 그가 공부하던 곳에 환자로 입원해 있는 상태였다.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았을 땐 암담한 심정 뿐이었다.

 

“사실 저는 제가 장애를 특별히 극복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직도 전 장애를 갖게 된 제 모습에 우울한 기분이 들고, 힘들 때도 있습니다. ‘어떻게든 살아가야 한다’는 일념이 저를 이곳까지 오게 만든 것 같네요.”

변호사가 되니 펼쳐진 진료기록부

그는 1년 간의 재활 치료 끝에 겨우 학교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신체적 변화가 주는 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더 큰 문제는 졸업 후 의사로 일할 때였다. "몸을 최대한 쓰지 않으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고민했습니다," 그때 사법 시험을 준비하던 친구들의 그의 눈에 들어왔다.

 

서울대 로스쿨에 합격한 그는 2년간의 공부 끝에 변호사가 되었다. 의료 사건을 맡을 생각은 없었지만, ‘의대 출신’이라는 타이틀 때문인지 그에겐 매번 의료 소송만 전해졌다. 책상에 앉아 매번 진료기록부만 보는 자신의 모습에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임상 경험을 쌓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1년간의 변호사 생활을 마치고 다시 병원으로 돌아가 전문의 자격증을 땄습니다”

흔치 않은 '의사 출신 변호사'

저마다 공부를 하는 이유는 다르지만, 박성민 변호사는 누구보다 더 학업에 매진했다. “저는 사회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다른 사람들보다 불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지식으로 승부하겠다’고 마음먹고 더 열심히 한 것도 있죠.” 그렇게 그는 하나만 합격하기도 힘든 의사 자격증과 변호사 자격증을 모두 보유하게 되었다.

데일리 메디, 인하대 병원

어떤 과에서 근무했나요?

 

"병원에서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로 근무했습니다. 직업과 질병의 연관성 조사, 유해 화학 물질에 노출된 근로자의 건강 검진 등을 수행했죠. 진료를 보기도 하지만 보통 인과 관계 판정, 역학 조사, 건강검진 등을 다뤘습니다."

 

그렇게 그는 올해 2월까지 인하대 의대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변호사 업무에 집중하고 있는 중이다. “아직 의사 경력이 더 길지만, 경쟁 심리가 있어서 그런지 변호사가 더 적성에 맞는 것 같습니다. 환자 진료에는 승패가 없지만, 송사는 어느 정도 승패가 갈리니까요. 의사, 변호사 자격증이 모두 있어 다른 변호사가 쉽게 맡을 수 없는 의료 소송을 맡을 수 있다는 것도 의사 출신 변호사의 아주 큰 장점이죠.”

그는 신체적으로 불편함이 의사로 활동할 때 어려움을 줄 것이라 생각했다. 의대를 마칠 때 로스쿨을 선택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나 의대로 돌아와 레지던트로 근무해보니, 못할 거라 느꼈던 업무도 생각보다 쉽게 진행할 수 있었다. 변호사로 활동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오래된 검찰, 구치소 등을 방문할 때 불편함을 겪곤 합니다. 건물 자체가 낡았다보니 엘리베이터가 장애인 화장실이 구비되어 있지 않을 수 있죠." 박성민 변호사는 이러한 경우가 그의 직업 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현재 헌법 재판소에 헌법 소원을 제출한 뒤,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고 있는 중이다.

어떤 직업이 더 연봉이 높나요?

 

“똑같은 직업을 갖고 있다 할지라도 사람마다 편차가 크기 때문에 어느 한 쪽의 수입이 더 좋다고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굳이 ‘자격을 갖고 있으면 이 정도는 벌 수 있다’는 기준으로 따지면 의사의 기대치가 더 높은 편입니다. 반면 ‘대박’을 기준으로 따지면 변호사가 더 고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의학 지식과 판례는 계속해서 바뀌고, 새롭게 업데이트되기 때문에 늘 공부가 필요하다. 박성민 변호사 역시 여전히 지식 습득에 몰두하는 중이다. 공부 양 이외에도 두 직업은 의외의 공통점이 있다."의사와 변호사 모두 사람과 많이 대면해야 하는 직업입니다. 그만큼 감정노동도 심한 편이죠. 절대적인 수로만 따지면 의사는 하루에 100명이 넘는 환자와 마주합니다. 이들에게 매 순간 새롭게 말해야 하죠. 변호사는 의사에 비해 의뢰인 수는 적지만, 사건에 따라 굉장히 길게 말해야 될 때가 있습니다. 그 점이 많이 힘들죠."

다이아 버튼 꿈꾸는 유튜버

유튜브 @로이어 프렌즈

대학 동기이자 유튜버 ‘닥터 프렌즈’의 멤버인 우창윤 의사의 권유로 지난 해엔 유튜브 채널도 개설했다. 멤버를 모으기 위해 주변 변호사에게 같이 해보겠냐 물었지만, 번번이 거절 당했다. 그중 두 친구가 흥미를 보여 ‘로이어 프렌즈’가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로이어 프렌즈는 딱딱한 법 이야기를 쉽게 풀어 설명하는 콘텐츠들을 선보이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그가 유튜브를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는 법에 대한 친근감을 증가시키는 것만은 아니다. 박성민 변호사는 1,000만 구독자를 보유한 채널에게 선사하는 '다이아 버튼'을 받는게 최종 목표다.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은 정치인, 연예인만큼이나 큽니다. 저 역시 유튜브를 통해 인플루언서 반열에 오른다면 사회 현상에 대해 언급했을 때 더 파급력이 있겠죠. 제 목소리가 사회에 더 반영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의사와 변호사 모두 준비 과정이 길고 험난합니다. 중간에 차질이 생기면 인생 플랜 자체가 꼬일 수 있는 위험도 있기 때문에, 각오를 단단히 하고 준비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막상 준비를 마치고 의사 변호사가 되면 굉장한 보람을 느낄 수 있습니다. 환자가 혹은 의뢰인이 개인적으로 감사 인사를 전할 때 그렇게 마음이 벅찰 수가 없죠. 제가 말한 힘든 과정을 모두 감내할 수 있고, 그만큼 직업에 대한 사명감도 투철하다면 한 번쯤 도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

 

글 김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