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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강남역에 뻔한 가게들만
잔뜩 들어서는 진짜 이유는?

by피클코

서울 인구 9명 중 1명이 지나가는 강남

상징성 없이 난잡하기까지

업무지구에 기댄 상권일 뿐 한계 명확해

강남스타일로 해외에도 유명해진 강남역이지만 정작 강남역을 방문한 외국인들은 강남역에 별로 볼 것이 없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강남역 일대 직장인에게 강남역 인근 맛집을 추천하면 그다지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입니다. 대체 강남은 왜 이런 걸까요?

수많은 사람이 찾는 강남

강남구 자료에 따르면 강남역 일대를 지나는 이들의 수는 하루 100만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업무 단지로 수많은 기업이 자리 잡고 있는 데다 성남, 하남, 수원, 판교 등 수도권 동남부 도시와 서울의 중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조건 덕분에 서울 인구의 9분의 1이 매일 강남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유동인구가 많은 만큼 강남역 상권의 대로변 월세가 억대를 넘어가며 2016년까지 치열하게 경쟁하던 뚜레쥬르와 파리바게뜨가 철수를 결정하기도 했죠.

다만 강남 대로변 입점 이유가 브랜드 홍보를 위한 것인 만큼, 두 업체의 철수는 브랜드 인지도가 이미 높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이처럼 대료변 상가는 브랜드 홍보관의 성격이 강합니다. 대신 월세가 비교적 낮은 이면 도로에는 홍보보다 수익성을 중시하는 업체들이 입주하는 편입니다.

높은 월세로 두 빵집 프랜차이즈가 나란히 문을 닫았지만, 월 억이 넘는 임대료에도 불구하고 공실은 금세 채워졌습니다. 사실상 위의 두 업체가 철수한 이유도 더 이상 광고 효과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러한 사정은 이면 도로도 동일합니다. 어딜 가도 보이는 프랜차이즈가 대부분의 상가에 자리 잡고 있죠.

명확한 강남 상권의 타게팅

때문에 홍대, 성수와 달리 강남의 상가는 무언가 뻔한 느낌을 감출 수 없습니다. 이는 강남의 속성 때문입니다. 홍대, 성수와 달리 강남은 사람들이 선택해서 오는 곳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강남에 맛집을 찾거나 신기한 곳, 재미난 곳이 있어서 오는 게 아니라 강남에 모인 기업과 직장을 위해 방문합니다.

일부 관광객, 모임이 있을 수 있으나 결국 강남 상권의 주 타깃은 직장인입니다. 그리고 거래처를 찾아온 타 지역 직장인도 매일 강남을 드나들죠. 때문에 강남상권은 직장인이라는 고정 수요가 있는 대신, 직장인을 타깃으로 하지 않은 업체의 생존이 어렵습니다.

한정된 시간, 오피스 상권의 한계

강남은 문화시설이 있는 종각과도 성격이 다릅니다. 그래서 상권의 한계도 명확하죠. 고정 수요가 있고 유동인구는 많지만, 한정된 시간에만 집중됩니다. 직장인 특성상 자유롭게 돌아다니기보다 사무실에서 주로 업무를 보기에 점심시간과 저녁 퇴근 시간을 제외하면 많은 사람을 보기 어렵습니다.

주요 고객층인 직장인들의 이용 시간이 한정되기 때문에 굳이 맛집이나 자신만의 개성을 가진 가게는 강남 상가에 입점할 필요가 없습니다. 포방터 돈가스는 월세 저렴하고 인적이 드문 곳에 위치해 있지만, 맛집으로 알려진 뒤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 몇 시간이고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강남 직장인들은 한정된 시간 때문에 줄을 서지 않고 인근 식당으로 향합니다.

달리 말하면 강남에 위치한 가게는 다른 지역과 달리 일정 수준만 만족하면 일정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말이 됩니다. 기존 업체들과 다른 가게는 인테리어 비용부터 많은 부분에 초기 비용이 투입되지만, 정작 수익이 비슷하다면 굳이 강남에서 할 필요가 없습니다. 회식 장소로도 특이한 장소는 선호되지 않죠.

서래 마을만 못한 강남역 상권

무엇보다 강남 상권은 유동인구에 비해 활력도가 떨어집니다. 국무총리실 산하 건축도시공간 연구소에 따르면 강남역의 거리 활력 지수는 신촌, 서래 마을보다 낮은 16.5점에 불과합니다. 거리 활력 수는 사람이 모이는 정보뿐만 아니라 보행자의 활동 유형, 활동 시간을 통합해 점수를 산출한 지수로 100점 만점입니다.

서래 마을과 신촌 일대는 각각 57.3점, 35.5점으로 나타났죠. 한 부동산 디벨로퍼는 "통합적인 마스터플랜 없이 개발돼 실내 공간과 이동 공간의 분절이 극단적인 곳이 강남역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과거 삼성은 서초 사옥을 착공이 예정된 GBC처럼 일대와 연계해 복합개발을 추진했지만, 반재벌 정서에 서초 사옥으로 개발이 끝난 점을 강남의 한계로 지적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자신만의 경쟁력이 있는 업체가 입주하기에 강남역 상권은 화려하지만 매력적이지 않은 상권입니다. 대체할 다른 공간도 많은데 굳이 월세가 비싸고 수요가 한정된 강남에 매장을 낼 필요가 없는 것이죠. 결국 강남역에 있는 가게는 특별한 경쟁력은 없지만 일정 수준이 상품을 소비자에게 공급할 수 있는 업체나 자사 광고를 위한 프랜차이즈만이 남게 되었습니다.


글 박찬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