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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SNS 핫플로 전락한
체르노빌 다크투어리즘 논란

by레드프라이데이

체르노빌 원자력발전 사고를 아시나요? 1986년 4월에 일어난 대참사로 우크라이나에 있는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에서 방사능이 누출되었던 세계 최악의 참사입니다. 원자로 주변에 있던 주민들은 모두 강제 이주되었으며, 43만 명의 사람들이 암, 기형아 출산 등 각종 후유증을 앓거나, 지금도 고통받고 있습니다.

이 지역은 '다크 투어리즘'(잔혹한 참상이 벌여졌던 역사적 장소나 재난, 재해 현장을 돌아보는 여행)의 일환으로 2011년부터 관광이 허용되어왔습니다. 물론 가이드를 대동하여 일정한 보호장구를 갖추고 접근이 허용된 곳만 둘러볼 수 있었는데요. 이 지역을 관광하는 것에 대한 안정성에 대한 문제는 항상 대두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체르노빌이 최근 관광객들의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는 소식입니다. 갑자기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요? 바로 미국 HBO에서 방영된 5부작 드라마 '체르노빌'의 인기 때문입니다.

이 드라마는 체르노빌의 원전이 폭발한 이후 이를 감추기에 급급한 정치인과 관리자, 그리고 진실을 밝히려는 과학자와 소방관, 광부 등의 희생을 담아낸 재난 스릴러입니다. 배우들의 명품 연기, 탄탄한 연출, 그리고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소재로 사실적인 긴장감을 자아내며 큰 인기를 끌었죠.

드라마에 등장한 재난현장을 실제로 보고 싶은 것일까요? 한 언론에 따르면 체르노빌과 인근 도시를 둘러보는 관광상품의 예약 건수가 지난해 대비 30% 넘게 증가했으며, 우크라이나 관광업계는 올해 체르노빌을 방문하는 관광객 수가 작년보다 2배 늘어난 15만 명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갑자기 이곳은 관광객들로 북적이면서 여러 가지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먼저 계속해서 제기되어왔던 안전성 논란입니다. 우크라이나 정부에서는 전문 가이드가 동행한다면 괜찮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아직도 땅 표면 등에 방사성 물질이 남아있으며 옷이나 신발에 이 물질이 묻은 채 계속 착용하고 있으면 피폭당할 우려가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실제로 투어 전 '건강상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라는 내용의 각서에 서명을 해야만 투어에 참가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의견도 있습니다. 수십만 명이 방사능에 피폭된 세계 최악의 참사를 한낱 구경거리로 삼았다는 비판입니다. 아픈 역사를 통해 반복된 실수를 하지 않도록 교육의 현장이 되어야 할 곳이 SNS 유저들에게는 '핫 플레이스'로 전락한 것입니다. 실제로 이곳에서 일부 관광객들이 처참한 거리를 배경으로 외설적인 사진을 찍거나, 웃긴 설정 사진 등을 찍으며 재난 현장을 배려하지 않은 행동을 보여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급기야 미드 체르노빌의 작가, 크레이그 마진(Craig Mazin)은 자신의 SNS를 통해 '체르노빌을 방문한다면 그곳에서 끔찍한 참사가 일어났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면서 '고통받고 희생된 분들에게 예의를 갖춰 행동하라'라고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원전 사고가 있었던 곳을 관광지로 만드는 것은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웃 나라 일본의 후쿠시마에서도 일반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관광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중입니다. 일본은 오는 2036년까지 일반인 관광객이 보호장비 없이 원전 주변과, 그곳에 있는 마을을 둘러보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시설물을 계획하고, 전시 내용을 구성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실제로 후쿠시마의 복구와 부흥을 위해 노력하는 후쿠시마대학 재해 부흥 연구소의 연구원들은 체르노빌을 방문하여 원전 사고 대처 노하우를 배워오기도 했다는 후문입니다.

휴양과 관광을 위한 일반 여행과 다르게 역사적으로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났던 곳을 찾는 여행인 다크 투어리즘. 남들이 잘 못 가보는 곳을 간다는 짜릿함도 있겠지만, 그곳은 한때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어야 했던 비극적인 장소라는 사실을 항상 잊지 않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