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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취재파일

넘사벽 공룡 기업 아람코(ARAMCO)에 들썩이는 세계 주식 시장 ①

bySBS

주주는 단 1명 뿐인 세계 최대 기업의 성장 배경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석유회사 '사우디 아람코'의 지난해 순익은 1천111억 달러(126조 원)다. 상장 기업 가운데 세계 1위를 기록한 애플의 두 배가 넘는다. 아람코가 채권 발행을 위해 지난 4월 처음으로 공개한 실적에 전 세계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비교 대상이 없는 압도적인 공룡 기업인 것이다. 그런데 이 공룡 기업의 주주는 단 1명, 바로 사우디 국왕 '살만 빈 압둘아지즈'다. 이런 아람코가 다른 주주들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


월가는 아람코의 기업가치를 1조에서 1.5조 달러 정도로 추산하고 있고, 사우디 정부는 2조 달러는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아람코는 오는 2021년 상반기까지 5%가량의 지분을 외부 투자자에게 매각할 예정이다. 아람코가 상장을 한다면 세계 최고의 시가총액을 기록하는 기업이 나오는 게 자명해 보인다. 뉴욕, 런던, 도쿄 증권거래소 등에서 아람코의 주식 상장을 위해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고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HSBC 등 세계 유수의 금융회사들이 기업 공개 주관사 선정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아람코가 전 세계 주식시장을 뒤흔들 정도로 공룡 기업이 된 역사적 배경과 사우디 왕실의 단독 소유였던 기업의 지분 매각에 나선 이유에 대해 두 차례에 걸쳐 알아보기로 한다.

SBS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

대영제국 대신 미국을 선택한 사우디

1930년대 세계 경제 대공황의 여파는 사우디도 덮쳤다. 이슬람 성지가 있는 사우디를 방문하는 순례객도 급감하며 당시엔 빈약했던 사우디 경제도 휘청거렸다. 위기 타개를 위해 국왕 '압둘 아지즈 이븐 사우드'는 드넓은 아라비아 반도 어딘가에 유전이 있을 것이란 희망을 품고 미국의 석유 회사와 손을 잡았다. 미국의 '스탠다드 오일'은 60년 동안 사우디 내 석유 채굴권을 획득하고 '사우디 캘리포니아 아라비안 스탠다드 오일사'(CASOC)를 설립했다.


그렇다면 사우디가 석유 개발의 역사를 대영제국이 아닌 미국과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당시 대영제국은 앞서 대규모 유전이 발견된 페르시아 지역에 역량을 쏟아 붇고 있었다. 아라비아 반도엔 채산성 있는 유전이 없을 것이라고 오판했기에 아라비아 반도의 유전 개발엔 회의적이었다. 게다가 사우디는 식민 지배에 대한 쓰라린 역사적 경험 때문에 대영제국에 반감을 갖고 있었다. 때문에 사우디 국왕은 미국의 석유 회사들과 산유국의 꿈을 이루고 싶어 했다.


스탠다드 오일사의 진입 이후 텍사코 등 미국의 메이저 석유회사들이 속속 사우디 유전 개발에 참여했다. 결국, 1938년 사우디 동부 아라비아만에 위치한 '다란' 지역에서 유전이 터졌다.

SBS

처음 석유 채굴에 성공한 '다란' 지역에 아람코 본사가 위치해 있다.

사우디의 석유 생산량은 꾸준히 증가했고 1944년 CASOC는 아람코(ARAMCO, 'Ar'abian 'Am'erican oil 'Co'mpany)로 이름을 변경한다. 1966년엔 사우디는 중동 지역 최대 산유국으로 발돋움한다.


1972년까지 아람코 지분은 미국의 4대 메이저 회사가 전부 보유하고 있었다. (엑슨 40%, 쉐브론 30%, 텍사코 30%, 모빌 10%)


사우디는 원유 생산 이익에서 50%를 분배받았는데 1960년 OPEC 결성으로 자신의 지분을 강화하는 발판이 마련된다. 사우디 왕실은 1973년 25% 지분을 확보하는 데 성공하고 1980년엔 미국의 4개 메이저 회사들에게서 지분 모두 사들이고 100% 국유화에 성공한다.

아람코(ARAMCO), 이름에 담긴 의미

이라크 이란, 리비아 등 중동의 다른 산유국들도 석유 회사들을 국유화했지만 그 과정은 사우디와 달랐다.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하고 서구 메이저 석유 회사들의 채굴권을 몰수하는 극단적인 조치를 취한 것이다. 내쫓기듯 물러난 석유 회사들은 인력과 기술을 모두 철수해 버렸고 이들 국가들은 메이저 석유 회사의 기술과 운영 노하우를 이어 가는 데 실패했다.


반면 사우디는 단계적으로 지분을 인수하며 미국 석유 회사들의 기술 인력과 조직을 유지할 수 있었다. 노하우를 습득하며 자체 발전의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지금도 아람코의 핵심 기술 인력과 고위직들은 미국에서 훈련을 받고 있다. 이는 아람코가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유지하며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되는 배경이 됐다.


아람코의 석유 판매 수익은 지금의 사우디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석유로 사회 기반 시설을 구축하고 자국민들에게 세계 최고 수준의 복지 혜택을 제공한 것이다. 사우디 왕실이 아람코를 국유화한 뒤에도 회사명('Ar'abian 'Am'erican oil 'Co'mpany)에서 미국의 이름을 빼지 않는 이유는 기업 성장 과정에서 미국의 절대적 영향력을 인정했기 때문일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이대욱 기자 idwook@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