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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조양호 회장 대한항공 경영권 상실···사업재편·퇴직금 등 가시밭길

by서울경제

주총 반대 36%로 3분의 1 넘어 조 회장 재선임 불발

1992년 대표이사 사장 오른 후 27년 만에 경영 퇴진

KCGI 등 행동주의 펀드 경영참여 확대로 사업 재편

부실사업 정리·수익 극대화 땐 노조와 갈등 우려도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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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회장이 27년 만에 대한항공(003490)의 등기임원직을 내려놓는다. 이날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선임안건이 부결되면서다. 조 회장이 대한항공에 대한 경영권을 잃으면서 행동주의 펀드 등 주요 기관투자자들의 경영 참여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대한항공은 이에 따라 부실사업을 정리하고 유휴자산을 매각하는 등 추가 조치를 내놓으며 사업재편에 돌입할 전망도 나오고 있다.


27일 대한항공은 주주총회를 열고 조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이 부결됐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지난 17일 임기가 만료돼 이날 주총에서 사내 이사로 재선임하기 위한 안건이 상정됐다. 조 회장이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사직 연임이 꼭 필요하다. 사내 이사 선임은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날 주총에는 전체 의결권(9,484만 4,611주) 가운데 7,004만 946주, 73.84%가 참석했다.


이 가운데 찬성이 64.1%, 반대가 35.9%로 약 2.5%포인트의 반대의견이 높아 사내 이사 재선임은 무산됐다. 앞서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조 회장 일가의 사회적 물의와 재판 진행으로 인한 기업가치 훼손 등을 들어 사내이사 재선임을 반대의견을 냈다. 조 회장인 이로써 1974년 대한항공에 입사에 1992년 대표이사 사장에 오른 후 27년 만에 등기임원직을 공식적으로 내려놓게 됐다. 이로써 대한항공의 경영진에는 조 회장 일가 가운데 장남인 조원태 대표이사 사장만 남게 됐다.


조 회장은 1974년 대한항공에 입사한 후 약 18년 만인 지난 1992년 사장에 오르며 등기임원이 됐다. 1999년 대한항공 대표이사 회장, 2003년 한진그룹 회장에 오르며 그룹 경영의 전면에 나섰다. 하지만 이날 주총에서 재선임이 불발되면서 27년 만에 공식적으로 대한항공의 경영에서 손을 떼게 된다.


조 회장이 물러나도 후폭풍은 커질 전망이다. 행동주의 펀드 등 주요 주주들이 기업 가치와 수익을 높여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라고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 회장 측의 힘이 줄어든 만큼 주요 기관투자자들의 요구는 더 거세질 수 있다.


우선 모회사인 한진칼과 조 회장의 영향력이 약해지고 기관투자자 등 여타 금융주주들의 입김이 세질 전망이다. 한진칼은 이른바 강성부 펀드로 알려진 KCGI가 지분 12%를 모아 2대 주주가 됐다. 다만 이번 주총에서는 KCGI의 공세가 멈춘 상황이다. 한진칼 주총에서 KCGI의 투자목적자회사 그레이스홀딩스가 제안한 주주제안 7건은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에 따라 상장사 특례요건(6개월 전 0.5% 이상 주식보유)에 해당되지 않아 주총안건에는 상정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29일 주총에서는 KCGI의 요구가 무산됐지만 앞으로는 달라진다. KCGI가 펀드 설정기간을 최장 14년으로 한 만큼 이번 주총 이후 한진칼을 더 압박할 방안을 만들 수 있다.KCGI는 비핵심사업 구조조정과 차입금 축소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를 경우 인력감축 등이 동반돼 노사 갈등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다. 이미 대한항공 일반노조는 사업구조조정이 인원 감축이 우려된다며 자본 논리를 앞세워 수익만 높이려는 KCGI의 제안에 반대 의견을 표한 바 있다.


조 회장의 거취에 대해서도 관심이 촉구된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금일 결정된 사안이기 때문에 아직 입장을 표명할 단계가 아니다”며 “향후 절차를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1974년에 입사한 조 회장은 퇴직금만 약 400~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주총에서는 소액 주주들의 고성과 몸싸움이 오갔다. 한 주주는 “소액주주의 의견을 묻지도 않고 대리를 통해서 일방적인 안건을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도 주총에 참석해 “한진해운에 부실 지원해 8,000억원을 손실 본 것에 대해 이사회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말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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