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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사이언스

백두산 '가장 위험한 화산'···
한라산·울릉도도 안심 못해

by서울경제

한반도 화산 폭발 가능성은


백두산, 946년 지구 역사상 가장 큰 폭발

지각변형·지진·온천수 온도 등 변화 조짐

美 옐로스톤·후지산처럼 불안감 이어져

한라산, 5,000년전까지 수차례 분출 지속

지열 높은 울릉도 최근까지 화산활동 확인

서울경제

백두산 천지. /연합뉴스

최근 영화 ‘백두산’으로 인해 백두산 화산폭발에 관한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백두산에 대한 국제 공동연구의 필요성과 함께 백두산처럼 살아 있는 화산(생화산)인 한라산과 울릉도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선 해발 1,950m의 한라산은 약 19만년 전부터 1만4,000년 전까지 잇단 화산폭발로 형성됐으며 약 5,000년 전까지도 여러 차례 화산이 분출했다. 기슭에 360여개의 오름(기생화산)이 분포하고 정상부에 백록담이 생긴 배경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의 의뢰를 받아 지난 2016년부터 4년에 걸쳐 ‘한라산 천연보호구역 기초학술조사’를 실시했다. 최근 제주에서 열린 최종보고회에서 홍세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한라산에 화산활동이 집중적으로 발생한 것은 약 19만1,000년 전부터 1만4,000년 전까지”라며 “백록담은 약 3만7,000년 전 이후 조면암질 용암돔이 처음 형성됐고 2만1,000~1만9,000년 전 조면현무암질 용암이 새롭게 분출하면서 분화구 모양으로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지질연은 한라산의 조면암·현무암 등 다양한 암석을 250여곳에서 채취해 연대측정을 실시하고 화산체는 습지퇴적층 조사를 했다. 임재수 지질연 책임연구원도 “백록담을 시추조사하니 최후 분출이 적어도 1만9,000년 전에 있었던 것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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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쌓인 한라산 백록담. /연합뉴스

지열이 높은 울릉도는 한라산보다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손영관 경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와 김기범 지질연 선임연구원 공동연구팀은 울릉도 중심부 나리분지의 화산재층을 분석한 결과 최근까지 화산활동을 했다는 사실을 2016년 밝힌 바 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울릉도는 약 500만년 전 동해가 생길 때 만들어진 화산으로 백두산 천지나 한라산 백록담처럼 분화구에 물이 고인 호수 지형이었으나 1만9,000년 전 화산 대폭발 당시 분출된 마그마가 호수 물과 결합하며 위력이 매우 컸다. 이후에도 세 번의 추가 폭발이 벌어졌으며 마지막 폭발은 5,000년 전에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그럼에도 아직 마그마의 위치조차 확인되지 않는 등 울릉도 화산에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우려되는 곳은 역시 백두산이다. 뜨거운 물이 수십m나 치솟는 간헐천이 있는 미국의 옐로스톤 국립공원이나 일본 후지산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화산지대로 꼽힌다.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백두산에서는 946년에 지구 역사상 가장 큰 화산폭발이 있었다. 2010년 화산재가 분출해 유럽 항공 대란의 원인이 됐던 아이슬란드 화산폭발에 비해 약 1,000배나 더 많은 분출물이 쏟아졌던 것으로 추정된다. 폭발 당시 불기둥이 약 25㎞에 달했고 500~700도의 화쇄류(화산재) 등이 쏟아졌는데 그 양이 무려 한반도 전체를 약 45㎝~1m나 덮을 수 있을 정도였다. 380m 이상 깊이인 천지의 물 20억톤에는 많은 이산화탄소가 가라앉아 있는데 화산 폭발 당시 마그마와 결합해 엄청난 수증기와 화산재·홍수를 일으켜 수십㎞ 주변을 초토화시켰다. 압록강·두만강에서도 대홍수가 발생했다. 화산재가 3~4년간 약 50㎞ 상공까지 머물며 햇빛을 막아 기온을 떨어뜨려 농작물 수확에도 막대한 지장을 초래했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역사서에는 당시 폭발과 관련해 ‘(편서풍을 타고) 연재(煙滓)가 마치 눈처럼 내렸다’ ‘하늘에서 소리가 났는데 천둥소리 같았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백두산 화산 폭발이 1420년, 1668년, 1702년에 있었다고 기록돼 있다. 1903년에도 화산이 폭발한 백두산은 앞으로 수십년 내 다시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백두산은 2002~2005년 지면이 7㎝나 상승하는 등 지각이 변형되거나 온천수가 1991년 67~69도에서 83도까지 높아졌고 천지 근처에서 규모가 작기는 해도 지진이 3,000번 이상 발생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남북 과학기술 협력의 최우선 과제로 백두산 화산 공동연구를 설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한반도 정세가 풀리지 않아 남북중러일, 최소 남북중 간에도 어떤 논의도 진척되지 않고 있다. 앞서 1999년 중국이 주도한 국제 공동연구팀은 백두산에서 작은 인공지진을 일으킨 뒤 지진파 속도를 측정해 최대 4개의 마그마 방이 존재하고 그중 하나는 서울의 두 배 규모(1,256㎢)에 걸쳐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당시 연구는 지하 5~7㎞에 마그마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확인시켰으나 마그마 방의 수나 형태 등을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한편 영화 ‘백두산’에서 추가적인 화산폭발을 막기 위해 핵무기를 썼으나 실상 위험천만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화산 폭발로 규모 7.0이 넘는 대지진이 평양과 서울 등을 초토화시키자 남북 특수요원이 백두산의 마그마 방에 핵무기를 터뜨려 압력을 분산시킨다는 영화 속 설정이 과학적으로 맞지 않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화산폭발 시 마그마가 치솟으며 주변 암석을 깨뜨려 지진을 일으키는데 핵폭발이 지진을 더 확산시킬 우려가 있다는 얘기다.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