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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김승호 실장 “일본, 싸움서 지고 상처 핥고 있는 꼴”

by세계일보

라디오 방송서 WTO 일반이사회 뒷이야기 밝혀

세계일보

주말인 지난 27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역사왜곡, 경제침략, 평화위협 아베정권 규탄 2차 촛불문화제’에서 집회 참가자들이 촛불과 피켓을 든 채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원래 사자가 싸움에서 지고 나면 한쪽 구석에 가서 상처를 혀로 핥고 있습니다, 그 정도는 아량으로 봐줘야죠.”


한국을 겨냥한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 논란과 관련해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 참석하고 돌아온 김승호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은 29일 이같은 평가를 내놨다. 일본은 이번 WTO 이사회에서의 국제 여론전이 좋은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실장의 발언은 이를 정면 반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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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호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WTO 일반이사회에 참석한 뒤 귀국한 지난 26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인천공항=뉴시스

점심시간 끼며 원래 기대한 日 대답 안 나와

김 실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본은 일단 국제 여론전에서 실패했다”면서 “저희가 선전을 잘해서 실패한 게 아니라 일본이 취한 조치가 워낙에 황당무계한 조치였기 때문에 모든 나라들이, 특히 통상을 아는 사람이라면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어처구니없는 조치를 일본이 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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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일반이사회에 일본 정부 대표로 파견된 야마가미 신고(山上信吾) 외무성 경제국장이 지난 23일(현지시간) WTO 회의장에 입장하기 전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제네바=연합뉴스

그는 WTO 이사회에서 돌아오는 길에 공항에서 “뜻하였으나 이루지 못한 것도 적지 않아 수석 대표인 저로서는 아쉬움과 후회가 남는다”고 소감을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김 실장은 “제 기준으로는 이번 작전은 ‘실패한 작전’”이라며 “원래 뜻했던 것과 다른 결과를 가지고 와서 좀 불편해서 그런 말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우리가 대화를 하자고 했을 때 기대했던 대답은 ‘좀 이따가 말하겠다, 시간을 좀 달라’는 발언이었고 그에 따라 다음 작전을 준비해놨는데 논의하는 세션이 하필이면 점심시간에 걸렸다”며 “우리와 일본 측이 발표하고 2시간 동안 점심시간을 갖고 다시 모였는데 2시간 동안 충분히 생각해 볼 기회가 있으니까 일본 대표가 ‘생각해 봤더니 싫다’라고 거절해도 그 자리에서는 그렇게 민망하거나 나쁘게 보일 만한 일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원래 전략대로였다면 일본 측이 훨씬 당혹스럽고 난감하고, 힘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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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시민의 눈’ 회원들이 지난 27일 경북 구미역 앞에서 일본 제품 불매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은 분야를 불문하고 날이 갈수록 확산하고 있다. 시민의 눈 제공

세코 산업상 향해 “눈 뜨고 귀 열어라” 충고

이번 WTO 이사회는 의결하거나 투표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이 때문에 그 결과를 놓고 우리 정부와 일본 측이 엇갈린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사회 당일 제3국 관계자들을 점심식사에 초대해서 설명을 반복했더니 반응이 엄청나게 좋았다”거나 “‘일본이 자국의 입장을 냉정하게 주장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제3국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김 실장은 “누가 한 말인지 모르겠는데, 정확한 보고를 못 받은 것”이라면서 “제가 보고서를 썼다면 ‘유구무언이었다’고 쓰겠다”며 이를 일축했다.


김 실장은 “우리가 조목조목 지적을 했고 그 과정에서 제가 외교관으로서 도가 넘는 발언까지 해가면서 일본 측을 몰아세웠다”며 “일본 대표는 그러한 말에도 아무런 반응을 못 했는데, 얼마나 자신들의 입장이 궁색하고 국제 무대에서 말하기가 난감한 상황이었으면 입을 다물고 있었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트위터에 ‘한국이 표결을 요구하자 이를 제지하려고 의장이 나머지 의제를 논의해야 한다며 요구를 중단시켰다’는 내용의 글을 올린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상을 향해 “눈을 뜨고 귀를 열어라”고 충고하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실제 WTO 이사회에서의 분위기는 세코 산업상의 주장과 전혀 달랐다는 게 김 실장의 전언이다. 그는 “제가 발언을 할 때 서너 차례에 걸쳐 박장대소에 웃음도 나왔고 분위기도 좋았다”며 “상식으로 생각을 해봐도 문제가 터져서 한 나라가 피해를 보고 있는데, 그 피해를 보고 있는 나라가 입을 꾹 다물면서 우리는 대화하고 싶다고 말하는 건 그만큼 절박하다는 것이고 대화로 풀고 싶다는 의지가 강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한국이 대화를 하자는 제안에 반대하는 국가가 있으면 손 좀 들어봐 달라’고까지 발언한 일화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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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여행 불매 운동이 이어진 지난 28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의 국내 항공사 일본행 항공기 탑승수속 시간에 열린 체크인 카운터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천공항=연합뉴스

“문제 해결의 열쇠 가진 日이 결자해지 해야”

김 실장은 WTO 제소와 관련해 “일본이 우리를 불가피한 곳으로 몰고 있다”며 “아직 날짜는 잡지 않았고, 지금 여러 가지로 검토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WTO에 제소하면 최종 판결이 나오기까진 2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소송이 길어질 경우 우리 기업들의 피해가 너무 커지지 않겠느냐’는 WTO 제소 회의론에 대해 김 실장은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WTO 제소가 큰 의미는 없을 수 있다”면서도 “WTO 링 위에 올라가면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훨씬 힘이 센 일본과 1:1로 대등한 싸움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문제 해결의 키가 우리에게 있지 않다”며 “문제를 일으킨 일본이 결자해지를 해야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 실장은 또 “우리 스스로 힘을 키우자는 말이 많은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완전한 정답도 아니다”면서 “세계의 경제 시스템은 모든 나라가 서로 의존하라는 것인데, 일본의 조치가 황당무계하다는 건 바로 이런 국제 경제 시스템과 동떨어진, 그 시스템에 도전하는 조치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실장은 “동네 꼬마가 불량배한테 한 대 얻어 맞았으면 대들어야 한다”며 “그래야지 불량배든 다른 사람들이든 조심한다”고 강조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