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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前남편 살해 직후 아들에게 “청소하고 올게용”…고유정의 통화

by세계일보

6차 공판서 검찰, 계획범행 입증 증거 제시

세계일보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고유정이 지난 9월30일 오후 네번째 공판을 받기 위해 제주지법으로 이송되고 있다. 제주=뉴시스

제주에서 전 남편을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36·여)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는 시간 전후의 통화 내역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통화에서 고씨는 시종일관 밝게 대화하다 아들에게 “먼저 자고 있어요, 엄마 청소하고 올게용∼”이라는 말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포함, 고씨의 계획 범행을 입증할 검찰의 새로운 증거들이 다수 제시됐다.


4일 오후 제주지법 201호 법정에서 열린 고씨의 여섯번째 공판에서는 고씨의 이동 동선이 찍힌 폐쇄회로(CC)TV 영상과 통화 내역 등을 중심으로 검찰이 프레젠테이션(PT)을 하는 서증조사(문서증거조사)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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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공개한 ‘제주 전 남편 살해·시신 유기 사건’ 피의자 고유정(36·여)의 모습. 경찰은 앞서 그의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검찰은 이번 사건의 쟁점 중 하나인 수면제 성분 ‘졸피뎀’ 사용과 관련해 고씨가 의도적으로 흔적을 감추려 했던 정황과 증거를 공개했다. 검찰에 따르면 고씨는 충북 청주에서 처방받은 감기약과 졸피뎀 성분의 수면제 7정을 제주로 가져갔는데, 검찰이 고씨에게 압수한 분홍색 파우치 속 약봉지를 확인한 결과 수면제 7정만 모두 사라져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고씨는 또 재판에서 피해자인 전 남편이 아무 것도 먹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사건 현장에 있던 아들은 피해자와 함께 카레라이스를 먹었으며 고씨만 먹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고씨가 휴대전화로 찍은 사진도 주목했다. 해당 사진에는 싱크대 위에 햇반과 카레라이스를 다 먹고 난 빈 그릇, 졸피뎀을 넣었던 분홍색 파우치 등이 담겼다.


범행 장소에 남겨진 혈흔을 놓고 고씨 측은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분석 결과를 토대로 이를 반박했다. 검찰은 펜션 내부에서 고씨가 피해자를 칼로 찌른 뒤, 혈흔이 묻은 칼로 수차례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공격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흔적(정지 이탈흔)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파악된 흔적은 총 15곳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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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남편 살해 사건’ 첫 공판이 열린 지난 9월12일 제주지법에서 시민들이 호송차에 오르는 고유정의 머리채를 잡아당기고 있다. 제주=뉴시스

검찰은 사건 당일 고씨의 범행 추정 시간(오후 8시10분부터 9시50분까지) 전후로 고씨가 펜션 주인과 통화한 내용도 공개했다. 3차례에 걸쳐 이뤄진 통화녹음에서 고씨는 매우 태연했고, 간간이 웃음을 터뜨리는 등 시종일관 밝은 목소리였다. 고씨는 범행 직후인 오후 10시50분쯤 그의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던 아들이 펜션 주인에게 걸려온 전화를 바꿔주자 아들에게 “먼저 자고 있어요, 엄마 청소하고 올게용∼”이라고 웃으며 말하기도 했다. 이때 방청객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검찰은 “성폭행당할 뻔했다던 피고인이 이렇게 태연하게 통화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밖에도 검찰은 고씨가 컴퓨터 화면에 검색창 30개를 띄워놓고 범행 관련 검색을 한 내용과 성폭행 정황을 꾸며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은 내역 등을 증거물로 제시했다. 고씨의 검색에 대해 검찰은 “단순히 우연하게 이뤄진 검색이 아니다”라며 “이 검색 내용만 갖고도 고씨가 당시 무엇을 생각했고, 무슨 행동을 했을지에 대해 알 수 있을 정도”라고 강조했다.


고씨 측은 검찰의 주장을 부인하면서도 범행 장소인 펜션에 대한 현장검증 요청을 철회했다. 이날 유족들은 검찰 측의 증인신문에서 고씨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피해자의 어머니는 “내 아들을 죽인 살인마와 한 공간에 있다는 게 참담하고 가슴이 끊어질 것 같다”며 “내 아들을 잔인하게 죽이고 명예를 더럽힌 저 살인마에게 법정 최고형을 내려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고씨는 지난 5월25일 제주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을 흉기로 살해하고, 사체를 훼손해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고씨는 이 사건과 별개로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도 받고 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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