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많은 사람들이 잘되는 이유

[컬처]by 신승건의 서재
걱정 많은 사람들이 잘되는 이유

2008년 미국에서 촉발된 금융위기는 8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현재 진행형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이 사건의 배경에는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관여했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두드러지는 것은 주택 소유자들의 낙관적 기대심리였다.

 

금융위기 이전까지 부동산 시장은 지속적인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이에 따라 사람들은 주택을 구입하면 주택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무리하게 대출을 해서 주택을 구입하였다. 심지어 신용도가 좋지 않은 이들조차도 대출을 통해서 주택을 구입할 수 있었는데 이를 서브프라임 모기지Subprime Mortgage라고 한다.

 

한편, 금융회사들은 이런 신용도가 낮은 주택 구입자들의 무리한 대출로 인해 발생된 위험을 이용하여 금융상품을 만들어 팔았다. 앞으로도 부동산 시장이 계속 잘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었지만, 판이 계속 굴러가기 위해서는 잘되어야만 했다. 신용도가 좋지 않은 이들에게 대출해줌으로써 예상할 수 있는 위험은 복잡한 금융상품들 속으로 숨어버렸고, 이에 대해 주목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앞으로도 잘 될 것이다.’ 식의 무책임한 도덕적 해이가 위험을 키웠다. 요컨대 2008년 세계금융위기의 밑바탕에는 ‘앞으로도 부동산 시장이 계속 호황일 것이다.’라는 무리한 낙관주의가 자리잡고 있었다.

 

이러한 위험한 낙관주의는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사치품처럼 지금 당장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님에도, 이를 구입하기 위해서 무리하게 대출을 하는 경우가 그렇다. 소위 말하는 ‘카푸어car poor‘ 즉, 비싼 수입차를 구입하기 위해서 빚을 내거나 다른 생활비를 줄이는 젊은이들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의 마음 저변에는 ‘앞으로 어떻게 해결할 방법이 있겠지.’라는 근거없는 낙관주의가 자리잡고 있다. 언젠가는 충분한 돈을 벌어서 빚을 다 갚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만간 더 고소득 일자리를 구해서, 더 열심히 일해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긴다. 어차피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데 조금 일찍 즐기는 것이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낙관주의가 이들 심리 밑바닥에 깔려있다. 실제로 그럴 수 있을지 없을지는 결코 알 수 없지만, 불확실한 미래를 직시하기에는 현재의 소비가 그들에게 주는 즐거움이 너무 크다.

 

걱정 많은 사람들이 잘되는 이유

세상 모든 일이 뜻대로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현실은 항상 예상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그래서 무분별한 낙관주의는 종종 사람들을 위기에 빠뜨린다. 문제는 낙관주의에 젖어있던 사람은 이에 대한 대비가 전혀 안되어 있다는 것이다. 좋은 일은 예상대로 좋은 일이 생기면 그만이지만, 나쁜 일은 대비하지 않고 있으면 종국에는 화를 입는다. 그래서 낙관주의가 위험한 것이다.

 

밝고 긍정적인 사고방식에 높은 가치를 매기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지금까지 낙관주의는 대체로 좋은 것으로 여겨졌다. 반면에 뭔가 어둡고 음울한 분위기를 발산하는 비관주의는 상대적으로 부정적인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앞날을 예측하는 것이 점차 어려워지는 오늘날에는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는’ 비관주의에 대해서 재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심리학자 줄리 K. 노럼Julie K. Norem은 저서 <걱정 많은 사람들이 잘되는 이유 원제 : The Positive Power of negative Thinking | 줄리 K. 노럼 지음 | 임소연 옮김 | 한국경제신문사 | 2015년 05월 08일 출간>를 통해 낙관주의자를 높이 평가하는 사회적 통념에 정면으로 반대하며 비관주의가 갖는 장점을 소개한다.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며 불안해하는 비관주의자도 충분히 성공적이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물이 담겨 있는 잔을 보고 ‘반쯤 차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전략적 낙관주의자’로, ‘반쯤 비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방어적 비관주의자’로 진단한다. 하지만 앞의 수식어를 빼고 ‘낙관주의자’와 ‘비관주의자’로 이해해도 큰 맥락에서는 틀리지 않다. 또는 ‘방어적’이라는 수식어를 ‘객관적’이라는 의미로 보아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비관주의자가 일이 잘못될 가능성을 예상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며, 이런 과정을 통해 불안을 직면하고 통제하여 최상의 성과를 얻는 전략을 펼친다고 말한다. 최악의 상황을 예상하면서도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적극적인 행동을 한다는 점이 비관주의의 장점이다. 요컨대 비관주의자는 걱정과 근심이 많지만 목표를 향해 끈기 있게 노력하고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자세를 견지한다.

 

나는 저자가 말하는 비관주의의 장점은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 뿐 아니라, 이로 인해 유발된 걱정에 대한 현명한 대처에 있다고 생각한다. 즉 관찰에 머무르지 않고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이 비관주의가 갖는 긍정적 기능의 핵심이다.

 

나는 그런 면에서 낙관주의자보다는 비관주의자에 가깝다. 아닌게 아니라 책에 독자의 성향을 알아볼 수 있는 ‘평가지’가 있었는데 그것으로 평가해본 결과 나는 저자가 말하는 ‘방어적’ 비관주의자로 분류되었다. 사실 나는 세상을 긍정적이기 보다는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서 항상 노력한다. 하지만 비관적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아마도 저자가 말한 ‘방어적’ 비관주의의 본 뜻에는 ‘객관성’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내가 ‘방어적’ 비관주의로 분류되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나는 그간 살아오면서 나름대로 독특한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대학, 회사, 병원이라는 각기 다른 배경에서 과학자, 사업가, 그리고 지금은 의사라는 서로 다른 역할로 살아왔다. 그 여정에서 세상을 조금이라도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서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터득한 나름의 원칙이 있다. 이를 크게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는데, 마침 오늘 소개한 책의 주제인 비관주의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그래서 여기에서 이를 소개한다.

 

첫째, 나는 남의 시선에 신경쓰지 않는다. 물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한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종종 대세의 방향을 거스르기도 해야 한다. 사람들은 좋은 면만 바라보길 원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희망과 현실을 종종 헷갈린다. 그래서 희망이 현실이기를 바라며 부정적 현실을 외면하려고 하는데 이런 흐름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작지 않은 용기가 필요하다.

 

지난 여름 메르스MERS의 공포가 전국을 휩쓸 때였다. 당시 내가 일하는 국립중앙의료원은 메르스 전담 병원이 되어 전국에서 확진 환자들이 모여들었다. 게다가 환자 격리 병동이 있는 8층에는 내가 일하는 외과 의사실도 있었다.

 

나는 즉시 모든 경로를 동원해서 N95 마스크를 박스 채로 구입하여 집에 비축하고 매일 교체해가며 사용했다. 주위에서 유별나게 군다는 소리도 있었지만, 나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신경 쓸 상황이 아니었다. 당시 아내가 임신 중이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나는 내 건강만큼 남들의 건강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므로 틈날 때마다 주위에 마스크를 쓰고 다니라고 열심히 권했다. 하지만 내 권유를 따르지 않는 경우에는 어쩔 수 없었다. 대신 그들의 안이함에 동조하기보다는 내 주관에 따라 철저한 원칙을 갖고 행동했다.

 

주변에서 오가는 목소리는 일이 잘못되었을 때 책임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그 목소리들에 휘둘릴 필요가 없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상황에 대한 나 스스로의 주관과 신념이다. 내가 결정하고 그 결정에 대한 책임도 내가 진다. 그래서 나는 남의 시선에 신경쓰지 않는다. 특히 중요한 사안일수록 그렇다.

 

둘째, 나는 미리 기대를 하지 않는다. 기대의 대상은 상황이나 물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대상이 사람인 경우 이 두 번째 원칙이 갖는 의미가 더욱 크다.

 

사업체를 운영하다 보면 다양한 인간 군상을 만나게 된다. 믿음을 저버리는 이들도 있고, 때로는 끝까지 신뢰를 지키는 이들도 있다. 그 모든 상황에서 적용할 수 있는 한 가지 원칙은, 남에게 기대를 갖지 않는 것이다.

 

나는 정말로 남에게 기대를 하지 않는다. 이렇게 강조를 하는 이유는 나처럼 남에게 기대심을 접으면 큰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남을 이용해서 이익을 취하려는 자들이 흔히 쓰는 수법 가운데 하나가 무엇인지 아는가. 상대방이 자신에게 기대심을 갖게 하는 것이다. 자신을 뭔가 얻을 것이 있는 사람으로 포장함으로써 실제로는 더 큰 이익을 취하는 것이다.

 

나는 어차피 남에게 기대를 안 하기 때문에 이런 시도에 의연할 수 있다. 물론 예전에는 여러 감언이설에 솔깃했던 적도 있었음을 고백한다. 하지만 숱한 경험을 통해서 배웠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미리 기대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말이다.

 

셋째, 나는 지식으로 대비한다. 걱정은 무지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예전의 글에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것은 무지다’라고 말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우리가 스트레스를 느끼는 상황이 어떠한 경우인가. 일이 뜻대로 안될 때, 모르는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아닌가. 결국 우리에게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것은 ‘무언가를 모른다’는 상황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모르는 것을 공부해서 지식을 쌓아서 해결할 수 밖에 없다.

 

비관주의가 가치있는 이유는 미래의 위험에 대해서 대비를 할 수 있는 자세를 갖게 하기 때문인데, 이 대비를 위해서 필요한 것도 지식이다. 지식으로 대비하지 않는 비관주의는 우울증과 다르지 않다.

 

이를 위해서 현실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은 끊임없이 책을 읽고 공부하는 것이다. 지금 당장 필요 없을 것 같은 지식이라도 기회가 왔을 때 최선을 다해서 흡수해야 한다. 살다보면 언젠가 쓸 일이 있게 마련이다. 나는 전에 배워둔 지식을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활용한 경우가 셀 수 없이 많았다.

 

오늘 이야기를 정리하자. 요컨대, 무분별한 낙관주의는 눈을 가리고 달리는 것처럼 무모한 것이다. 매사를 긍정적으로만 본다면 부족한 점을 어떻게 찾아서 개선하겠는가.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오늘날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객관성을 지닌 비관주의가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한편, 나는 세상을 객관적으로 보기 위한 나름의 방편으로 3가지 원칙을 세웠다. 남의 시선에 신경쓰지 않고, 미리 기대하지 않으며, 지식으로 대비하는 것이다. 이 세가지 원칙은 세상을 객관적이면서도 비관적으로 보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내 나름의 시도의 결과이다. 당신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

2017.02.12원문링크 바로가기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이런 분야는 어때요?

ESTaid footer image

Copyright © ESTaid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