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가 갤러리에 손가락 욕설?…상처만 남은 '김비오 사태' [ST스페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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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최고의 실력을 가진 프로 골퍼들에게 상대 선수보다도, 벙커와 러프보다도 무서운 것이 있다. 바로 갤러리 소음이다.


골프는 순간의 집중력이 희비를 가르는 스포츠다. 티샷에서의 작은 차이가 페어웨이와 러프의 차이를 만들고, 퍼트에서의 눈 깜박임 한 번이 버디와 보기를 가른다. 때문에 선수들은 항상 예민한 상태에서 경기를 펼치고, 경기 운영요원들과 캐디는 중요한 순간마다 갤러리들에게 정숙을 부탁한다.


과거에는 골프문화가 정착되지 않아 갤러리 소음을 두고 많은 논란이 발생했다. 다행히 요즘은 많은 갤러리들은 이러한 부탁을 잘 지킨다. 하지만 모든 갤러리가 매너를 지키기는 어렵다. 어느 때는 기침 소리가, 어느 때는 카메라 셔터 소리로 플레이가 중단되기도 한다. 차라리 경기가 잠시 중단되면 다행이다. 스윙이나 퍼트 도중 소음이 발생할 경우에는 선수가 이겨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29일 막을 내린 KPGA 코리안투어 DGB금융그룹 볼빅 대구경북오픈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최종 라운드 중반까지 무려 8명의 선수가 공동 선두 그룹에 자리했을 만큼 치열한 승부가 펼쳐졌다.


치열한 승부에서 마지막 승자는 김비오였다. 김비오는 김비오가 뒷심을 발휘하며 최종합계 17언더파 271타를 기록, 김대현(16언더파 272타)을 1타 차로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우승으로 김비오는 제네시스 포인트 1위로 도약했으며, 올 시즌 KPGA 코리안투어 첫 다승자가 됐다.


하지만 김비오의 우승은 '손가락 욕설' 논란에 가려 빛이 바랬다. 이날 김비오는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던 상황에서 16번 홀 티샷에 나섰다. 하지만 티샷을 시도하는 도중 갤러리들로부터 소음이 나왔고, 공은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갔다.


승부처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범한 김비오는 소음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나 화를 표출하는 방법이 옳지 못했다. 갤러리들을 향해 손가락 욕설을 하고, 클럽으로 땅을 내리 찍어 코스를 훼손했다.


마음을 가라앉힌 김비오는 16번 홀 위기를 파로 마무리하고 17번 홀에서 버디를 낚으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그러나 모두의 관심은 김비오의 우승이 아닌 김비오의 손가락 욕설을 향했다. 스스로 우승의 의미를 퇴색시킨 것이다.


물론 김비오의 당시 심정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우승이 달린 상황이었다. 하지만 1년에만 몇 십 차례나 대회에 출전하며, 과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등 큰 무대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김비오이기에 대처에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KPGA 코리안투어 선수들 중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김비오인 만큼, 소음을 낸 갤러리도 김비오의 팬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설령 김비오의 팬이 아닌 다른 선수의 팬이 낸 소음이더라도, 그 장면을 바로 앞에서 목격한 김비오의 팬들이 어떤 감정을 느꼈을지는 뻔하다.


김비오는 경기를 마친 뒤 갤러리들에게 다가가 "아까 16번 홀에서 너무 죄송하게 대처했다.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앞으로 더 성숙한 골프 선수가 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기자회견에서도 "무조건 내 잘못"이라며 "이번 행동에 대해서는 프로 선수로서 정말 잘못했다고 느끼고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사과드리고 싶다. 죄송한 마음"이라고 사죄했다.


다시 감정을 가라앉히고 좋은 플레이와 사과를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김비오의 실수는 스스로에게도 골프 팬들에게도 KPGA 코리안투어에도 이미 큰 상처를 남기고 말았다.


한편 KPGA는 상벌위원회를 열고 김비오에 대한 징계를 논의할 예정이다.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

2022.04.11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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