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청도에서는 새가 의사를 치유한다

[여행]by 김선인
어청도에서는 새가 의사를 치유한다

서해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섬 어청도는 물색깔이 유난히 푸르다. 몸이 빨려 들어갈 것 같이 유혹적이다. 어청도는 ‘아! 푸른 섬’이란 뜻의 한자어다. 포구는 바다를 향해 양 옆으로 길게 뻗은 산 절벽이 ㄷ자 모양을 만들고 있는 만의 안쪽에 있다. 새가 알을 품는 모양이다. 절벽이 바람을 막아주는 천혜의 포구로 그 안에 마을이 들어서 있다. 포구를 따라 나무데크를 설치해 내항의 잔잔한 바다를 바라보며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이 섬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등대가 있다.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른 섬의 등대를 더 아름답다고 내세우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어청도 등대가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세운지 백년이 넘은 등대로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등대로 가는 길은 숲과 절벽과 바다가 그림처럼 이어진다. 영화화면처럼 다가오는 길을 걸으며 등대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설렌다. 등대의 자태와 색깔과 주변을 보는 순간 눈이 활짝 열리며 탄성이 절로 나온다. 절대가인을 만난 느낌이다. 오래 전에 이런 등대를 만든 사람의 마음이 아름답고 존경스럽다. 등대 뒤쪽에 앉아 푸른 바다를 바라보니 새처럼 마음이 날아오른다.


어청도에 아름다운 등대가 있지만 국내에서는 잘 알려진 섬이 아니다. 거꾸로 국제적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섬이다.


우리나라 작은 섬 중에서 가장 많은 수의 외국인이 찾는 섬이다.

어청도에서는 새가 의사를 치유한다

우리나라에서 신안 가거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228종의 새가 발견된 섬이다. 희귀 새가 발견되면 국제조류협회(ICBP)에 보고되고 명성이 높아진다. 희귀조인 검은머리딱새, 검은머리멧새, 검은꼬리사막딱새가 발견되었을 때 국제적으로 큰 뉴스가 되기도 하였다. 특히 지구의 남반부 열대지역에서만 서식하는 군함조가 어청도에 나타나 조류학계를 떠들썩하게 만들기도 했었다. 군함조가 어떻게 어청도에 나타나게 되었는지는 지금까지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세계 각처에서 조류연구가들이 탐조를 위해 이 섬을 찾고 있다. 그들은 열악한 숙박시설과 음식을 무릅쓰고 무거운 장비를 둘러메고 힘들게 새를 찾아 헤맨다.


어청도는 중국과 가까워 중국 닭 우는 소리가 들린다는 이야기가 회자되고 있다. 산둥 성까지 200km이니 중국 닭울음소리가 들릴 리는 없지만 그런 이야기가 나온 근거를 조류학자들은 새 울음소리에서 찾고 있다. 닭 울음소리보다 더 매력적이고 닭 울음소리와 같은 높은 톤의 검은이마직박구리의 울음소리가 채취된 최초의 섬이므로 섬 주민들이 이 새소리를 듣고 닭 울음소리로 착각할 수 있다고 본다.


많은 종류의 새가 어청도에서 발견되는 이유는 새들이 남북으로 이동하는 경로 상에 섬이 위치하고 있어 휴게소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람이 많이 불거나 비가 오거나 안개가 낀 날에 많은 새들을 볼 수 있다. 새들은 날씨가 나빠 비행이 어려워지면 이 섬에 내려 머물다 가게 된다.

어청도에서는 새가 의사를 치유한다

새를 보기 위해 어청도를 찾는 사람들 중에 의사들이 많다. 의사라는 직업은 매일 환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병마와 싸우는 것을 보며 스트레스에 싸이고, 때로는 죽음 앞에서 무력감으로 졸아든다. 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불편을 감수하고 이 섬에 와서 새들을 찾아 관찰한다. 새들을 만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스스로를 치유하며 마음의 평화를 얻고 새로운 힘을 충전해서 돌아간다.

어청도에서는 새가 의사를 치유한다

어청도에서는 새가 의사를 치유한다
어청도에서는 새가 의사를 치유한다

새들이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아침에 기지개를 켜고, 나무에 앉아 깃털에 묻은 이슬을 털어 말리고 먹이 활동을 한다. 새들의 이런 작은 행동들을 세밀하게 관찰하면서 마음에 신비로운 변화와 힐링이 이루어진다. 새의 울음소리는 가장 매력적인 음악이다. 온 신경을 새의 행동에 집중하면서 흐트러졌던 마음을 호수처럼 평온하게 만든다. 자연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가장 작은 것에서 발견할 수 있다. 작은 것도 경이롭고 신비스러우며 깊은 감동이 따른다.


하늘을 자유롭게 나는 새들은 일부러 꾸미지도 않고 뽐내지도 않는다. 거짓 없이 있는 것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단순하고 소박하면서도 화려하다. 나름대로 모두 아름답다.


자연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느끼고 간직하며 살아가는 사람은 힘들고 지칠 때 위안과 치유의 힘을 얻고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자연 속에 살아있는 모든 것은 아름답다. 그 아름다음이 사람을 치유하고 구원한다.

 

(여행작가 2015년 11-12월호 게재)

2015.11.2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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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여행작가>에 힐링 섬기행, <현대수필>에 수사에세이 연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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