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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궁극의 감자튀김
포메스(Pommes frites)

by미식탐정

맥도날드보다 버거킹에 눈이 갈 때 어른이 된다고 하지만, 아직도 내 입맛에 감자튀김의 스탠다드는 맥도날드로 굳어져 있다. 맥도날드에는 수많은 메뉴가 있지만 특히 감자튀김은 ‘겉 바삭, 속 촉촉’ 감자튀김의 표본이다. 그것이 감자튀김의 전부라고 여기던 중 변곡점이 될 만한 일이 생겼다.

 

당시 나는 형이 유학 중인 독일의 어느 소도시에 머물고 있었는데, 일과라고는 될 수 있는 대로 늦잠을 자다 10시가 넘어 일어나 동네 먹거리를 탐방하는 것이 전부였다. 거창하게 볼 만한 것이 없는 소도시인 만큼 일과는 대부분 먹을 것으로 수렴됐다. 추운 날 뜨끈한 음식을 먹는 재미에 빠져, 길거리 음식을 즐겼다. 하지만 딱딱한 브뢰첸을 며칠 먹자니 입천장이 까지고, 케밥은 어쩐지 진득한 분위기가 나지 않아 피하던 중, 눈에 들어오는 곳이 포메스집이었다.

 

포메스는 Pommes frites라는 독일의 감자튀김이다. 독일 현지의 튀김류가 대개 큼지막한 만큼, 감자튀김도 성인남성의 검지만큼 두툼하다. 얇은 감자튀김이 짭짤하게 맛을 내면서 스낵에 가까운 맛을 내는 한편, 포메스는 굵은 선으로 식사에 가까운 맛을 낸다. 보통 이 굵은 선의 감자에 걸맞게 묵직하게 소스를 찍어 먹는다.

 

주문을 받으면 놀이공원에서 나눠줄 법한 고깔 모양의 얇은 종이에 가득 감자튀김을 담아준다. 위에 뿌리는 토핑을 고를 수 있는데 넉넉한 감자튀김에 어울리는 소스는 누구에게나 동심을 자아내면서 감자의 녹진한 맛을 끌어내는 마요네즈다. 대부분 마요네즈를 고르고, 가게의 특성에 따라 커리를 넣기도 하고, 사우전드 아일랜드를 섞기도 한다.

 

포메스의 노르스름한 외관은 열매를 철저히 감춘 과일 껍질처럼 매끄럽다. 한 입 베어물면 뽀얀 속살이 드러난다. 속살은 시각만으로도 푸짐한데, 이에 넉넉한 소스가 더해지면, 감자가 가지는 미각과 시각의 최대치에 도달한다. 이는 어른스럽게 의젓한 감자튀김에 마요네즈의 동심이 희석되면서 이성과 감성, 호젓함과 앳된, 농염함과 풋풋함이 혀에 동시에 각인되는 과정이다. 대개 이런 류의 맛은 얄팍한 감칠맛에 비해 중독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데, 포메스는 예외로 친다.

 

입김이 나는 겨울, 영혼을 타고 흐를 만큼의 진득한 소스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풍만한 감자를 찍어 먹자면, 이만큼 정서와 맛에 동시에 감응하는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궁극의 감자튀김 포메스(Pom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