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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예 ]

선미와 가시나 : 모호함으로의 변화

by디아티스트매거진

선미와 가시나 : 모호함으로의 변화

ⓒ메이크어스 엔터테인먼트

원더걸스의 초기 멤버로 활동할 당시의 선미와 <24시간이 모자라>와 <보름달>로 활동했던 솔로 활동 선미 사이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걸 그룹의 비인기 멤버에서 박진영식 여성 솔로 가수의 계보를 이으며 선미는 섹슈얼하고 강한 컨셉과 건조한 보컬로 나름대로 특징적인 캐릭터를 구축했다. -박지윤과 엄정화,아이비가 그랬던 것처럼 박진영 프로듀서의 오랜 취향의 틀 안에서는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솔로 활동을 마친 뒤 다시 원더걸스에 합류한 후의 선미는 이전과 또 다른 선미다. 4인 체제의 원더걸스가 박진영 프로듀서의 영향력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지며 <I Feel You>와 <Why So Lonely> 활동으로 확실한 레트로 레퍼런스를 가진, 새로운 컨셉과 장르를 소화하는데 주력했기 때문이다. 선미는 이 과정을 통해 자신의 캐릭터를 다시 한 번 변화시켰다. <가시나>는 그 변화의 발표회이고, 선미가 도달한 변화의 끝은 ‘모호함’이다.


가시나는 한국적인 것 같으면서도 팝적인 신스 사운드 테마의 곡이고, 이 복합적임은 뮤직 비디오 안에서도 마찬가지로 작용한다. 선미는 한국인지 외국인지 알 수 없는 장소에서 꽃무늬 스카프에 거대한 선글라스를 쓰는 한국적인 레트로 스타일을 보이다가도 80년대와 마돈나에 레퍼런스를 둔 스타일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근래에 유행했던 디자인적 요소를 K-POP 친화적으로 만드는 작업으로 유명한 'LUMPENS' 팀의 연출도 한 몫 거들었다. 뮤직 비디오 속에서 선미는 슬픈 건지 화가 난 건지 아니면 이 상황 자체가 재미있는 건지 불분명한 태도의 모습들을 보인다. <가시나>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바로 이 불분명함이다. 뮤직 비디오 안의 시공간, 그리고 선미의 감정이나 태도 모든 것이 뚜렷하지 않고 모호하며, 그렇기 때문에 강한 존재감을 가진다.

선미와 가시나 : 모호함으로의 변화

ⓒ원더케이 공식 유튜브 채널

'가시나'라는 표현을 중의적으로 쓴 점을 제외하면 가사의 내용은 평범하다. "왜 예쁜 나를 두고 가시나요"라고 말하면서도 동시에 "너는 졌고 나는 폈어"라며 상대를 욕하는, 2000년대부터 여성 가수들의 곡들에 자주 등장하는 메세지이다. 그러나 이 메세지는 선미의 태도와 결합되며 "왜 예쁜 나를 두고 가시나요"라는 가사의 중심 키워드가 '가시나요'인지 '예쁜 나'인지 불분명하게 변한다. 뮤직 비디오의 장면들 중 이별 후 감정적으로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이다가도 갑자기 명백하게 '예쁜 나'를 강조하는 제스쳐들이 등장하기도 하기도 한다. 우리는 선미가 이 곡과 뮤직 비디오를 통해 어떤 메세지를 전달하는 것인지 추측해볼 수 있지만, 그 실체는 알 수 없다. 모든 것이 중의적이고 모호하고 불분명한 <가시나> 안에서 뚜렷한 메세지를 찾아내려는 것은 의미가 없다. 우리에게 주어진 몫은 그저 이 의도된 혼란스러움을 즐기는 것 뿐 이다.


[디아티스트매거진=황희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