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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자연이 숨 쉬는 초록빛 휴양지 태국 카오야이

by연합뉴스

식물 2천여종·조류 300여종·포유류 100여종 서식하는 청정 휴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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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야이 국립공원에서 가장 큰 폭포인 해오 나록 [사진/김희선 기자]

태국의 휴양지 하면 보통 파타야나 푸껫, 꼬사무이 같은 해변을 떠올릴 것이다. 어디서나 한국 관광객을 볼 수 있는 비슷비슷한 해변 리조트가 식상하게 느껴진다면 초록빛 휴양지 카오야이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야생동물이 뛰어노는 원시림부터 와이너리와 농장,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과 고급 리조트까지, 관광과 휴양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태국 최초의 국립공원을 품은 청정지대

방콕 수완나품 공항에서 차를 타고 2시간 30분가량 달려 도착한 카오야이 국립공원. 공원 매표소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첫 전망대에 차를 세우고 내리니 숲 향기를 가득 머금은 상쾌한 공기가 가슴을 확 트이게 한다.


오전 11시를 넘어선 시각임에도 수은주는 24.2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공항에 내리자마자 숨을 턱 막히게 했던 방콕의 후텁지근한 공기와는 사뭇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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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야이 국립공원 내 전망대 [사진/김희선 기자]

태국 최초의 국립공원을 품고 있는 카오야이는 방콕에서 북동쪽으로 200㎞가량 떨어진 휴양지다. 카오야이는 태국어로 거대한 산이라는 뜻. 산으로 둘러싸인 해발 500∼1천351m의 고산지대여서 연평균 기온이 방콕보다 4도가량 낮다. 한국인에게는 생소하지만, 선선한 기후 덕분에 태국 내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휴양지로 꼽힌다. 매해 이 지역을 찾는 관광객 중 95%가량이 태국인이라고 한다.


카오야이 지역이 관광명소가 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태국 최초로 지정된 국립공원 덕분이다. 사라부리, 나콘나욕, 나콘랏차시마, 쁘라찐부리 등 4개 주에 걸쳐 있는 카오야이 국립공원의 규모는 약 2천165.55㎢. 지리산 국립공원의 5배에 달한다. 2005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선정된 이곳은 때 묻지 않은 원시림 곳곳에 폭포, 호수 등 비경을 품고 있다.


방문자 센터에 들러 국립공원 지도를 손에 넣은 뒤 공원 내 20여개의 폭포 중 가장 크다는 해우 나록으로 향했다.

'지옥의 폭포'로 향하는 길

해우 나록 폭포를 보려면 방문자 센터에서 차량으로 23㎞를 이동한 뒤 1㎞가량 숲길을 걸어가야 한다. 차가 다니는 메인 도로에서 벗어나 숲속 깊숙이 들어가니 나무 향내가 짙어지면서 온갖 새들이 빚어내는 화음이 귀를 즐겁게 한다. 이토록 다양한 새소리를 한꺼번에 듣는 것은 태어나서 처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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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오 나록 폭포로 가는 길 [사진/김희선 기자]

새들의 하모니가 유난히 아름답게 들리는 것은 이곳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조류 서식지이기 때문이다. 공원 내에 서식하는 조류는 무려 300여종. 세계 각국의 새 마니아들이 이 지역에서만 서식하는 새를 보기 위해 망원경을 들고 국립공원을 찾는다고 한다.


열대림으로 덮인 풍경을 카메라에 담으며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15분쯤 걸으니 물 떨어지는 소리가 뚜렷해졌다. 이제 다 왔구나 싶었다.


하지만 눈 앞에 펼쳐진 것은 폭포가 아니라 깎아지른듯한 계단이었다. 폭포를 보려면 약 200개의 계단을 걸어 내려가야 했다. 밑을 보니 아찔했다. 급경사인 데다 계단 폭은 발 길이보다 좁아 발을 딛기조차 힘들었다. 난간을 붙잡은 채 엉금엉금 내려가는데 이마에 땀이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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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오 나록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계단 [사진/김희선 기자]

계단 끝에 도달하자 드디어 위용을 드러낸 폭포. 우기(5∼10월)를 지나 물이 다소 줄었다는 데도 거대한 물줄기가 빚어내는 장관이 감탄을 자아냈다. 3단으로 이뤄진 폭포의 높이는 총 150m에 달한다. 폭포가 시작되는 첫 번째 단의 높이는 60m.


우기에는 특히 물살이 세져 야생동물이 떨어져 죽는 사고가 종종 일어난다. 작년 10월에도 야생코끼리 11마리가 폭포에 떨어져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해우 나록, 즉 '지옥의 폭포'라는 무서운 이름이 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폭포로 가는 길은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폐쇄되므로 시간을 잘 맞춰 가야 한다. 해우 나록에 이어 해우 수왓으로 향했다. 영화 '더 비치'에서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다이빙했던 바로 그 폭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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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오 수왓 폭포 [사진/김희선 기자]

200m가량 숲길을 걸어 들어가 만난 폭포는 높이가 20m로 해우 나록에 비해 규모는 작았다. 하지만 거대한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서 있는 열대 나무들과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매력적인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수위가 낮을 때에는 걸어서 폭포 뒤편에 있는 동굴을 탐험할 수 있다고 한다.

길 가다 마주치는 원숭이·사슴·코끼리…야생 동식물의 천국

대부분 열대림으로 이뤄진 카오야이 국립공원은 야생 동식물의 천국이기도 하다. 국립공원 안에는 무려 2천여 종의 식물이 자라고 있으며, 300여종의 조류와 100여종의 포유류가 서식하고 있다. 차를 타고 공원 내에서 이동하는 동안에도 동물원이 아닌 야생에서 자라는 원숭이와 사슴을 쉽게 마주칠 수 있었다.


공원 입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전망대에서는 민첩한 원숭이들의 '습격'을 받기도 했다. 원숭이 떼가 뛰노는 것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차를 세우고 문을 연 순간 한 마리가 재빠르게 차 안으로 들어와 과자봉지를 낚아채 갔다. 순식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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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야이 국립공원 전망대에서 만난 원숭이 [사진/김희선 기자]

좀 더 다양한 야생동물을 가까이서 보고 싶다면 트레킹이나 야간 사파리 투어를 하는 것이 좋다. 큰 코뿔새, 사향고양이 등 멸종 위기 동물들을 만날 수 있다. 운이 좋으면 야생 코끼리도 볼 수 있다고 한다. 태국의 야생 코끼리 중 약 300마리가 카오야이 국립공원에 살고 있다.


야간 사파리 투어는 해가 저문 뒤, 차를 타고 1∼2시간가량 다니면서 동물을 관찰하는 프로그램이다. 야생 동물은 인적이 드물고 기온이 선선한 야간에 주로 활동하기 때문에 낮보다 다양한 동물과 마주칠 가능성이 크다. 공원 내 곳곳에 캠핑장이 마련돼 있어 텐트를 치고 야영할 수도 있으며, 방갈로나 로지를 빌릴 수도 있다.

태국 쉬라즈 와인은 어떤 맛일까?

'태국 술' 하면 보통 싱하나 창 같은 맥주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태국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와이너리가 있는 와인 산지이기도 하다. 북위 14도에 위치한 태국은 덥고 습한 열대성 기후여서 양조용 포도가 자라기에 적합한 나라는 아니다. 하지만 고산지대인 카오야이는 태국 내 다른 지역보다 낮은 기온과 배수가 잘되는 토양 덕분에 질 좋은 와인을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국립공원 끝자락에 위치한 와이너리 PB밸리를 여행 둘째 날 찾아 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1989년 설립된 태국 최초의 와이너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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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밸리의 포도밭 전경 [사진/김희선 기자]

투어는 코끼리 열차를 타고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광활한 포도밭을 둘러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동남아 최대의 와이너리답게 규모가 생각보다 컸다. 농장 전체 면적은 320㏊, 이 중 80㏊가 양조용 포도를 재배하는 포도밭이다. 이곳에서는 화이트 와인용 슈넹 블랑과 레드와인용 쉬라즈, 템프라니요, 카베르네 소비뇽 등 다양한 품종의 포도가 재배되고 있다. 와이너리가 설립된 것은 1989년이지만,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거쳐 약 10년 뒤에야 첫 와인을 내놓을 수 있었다고 한다.


중간에 한 차례 포도밭에 내려 탐스러운 포도를 구경한 뒤 와인 양조장과 저장고로 향했다. 시원한 저장고에 들어서자마자 향긋한 내음이 코끝에 감돌았다. 오크통에서 와인이 숙성되는 향기였다. 일부는 프랑스에서 직접 공수한 오크통에, 일부는 스테인리스 통에 저장된다고 한다. 시음하기도 전에 향기에 먼저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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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밸리의 와인 저장고 [사진/김희선 기자]

태국은 기후가 따뜻해 1년에 세 차례 포도를 수확할 수 있지만, PB밸리에서는 1월 말에서 3월 중순까지 수확되는 포도로만 와인을 만든다. 고품질의 와인을 만들기 위해서다. 한해 생산되는 와인은 12만∼15만병에 이른다.


와인 저장고에 이어 와인병에 레이블을 붙이는 작업장까지 모두 둘러봤으니 이제 와인을 맛볼 시간이다. 시음장에서는 슈넹 블랑으로 만든 화이트 와인과 쉬라즈로 만든 두 종의 레드 와인이 제공됐다.


와인의 맛은 기대 이상이었다. 특히 이곳의 주력 품종이라는 쉬라즈 와인이 돋보였다. 호주 쉬라즈와 달리 타닌이 적어 그리 무겁거나 텁텁하지 않으면서도 쉬라즈 특유의 스파이시함과 오크통 숙성 향이 어우러져 태국 음식에 매우 잘 어울릴 것 같았다.


투어를 마친 뒤 숍에서 와인뿐 아니라 주스와 잼 등 농장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과일로 만든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 자전거를 타고 포도밭을 둘러보는 PB 바이킹(시간당 120바트)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으며, 플라워 파크에서 다양한 꽃을 감상할 수도 있다.

고급 레스토랑부터 허름한 노천 식당까지 '태국의 맛'

'태국' 하면 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맛있는 음식이다. 카오야이에는 분위기 좋은 고급 레스토랑부터 저렴한 길거리 음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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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윈터 그린 레스토랑 [사진/김희선 기자]

'미드윈터 그린'은 중세 영국의 성을 떠올리게 하는 대형 레스토랑이다. 분위기 좋은 야외 테이블에서 라이브 공연과 LED 조명 쇼를 즐기며 식사할 수 있다. '초콜릿 팩토리'는 초콜릿 만드는 과정을 직접 보고 이탈리아 음식을 즐길 수 있어 아이를 동반한 가족에게 제격이다. 주변에 소를 키우는 농장이 많아서인지 스테이크 전문점에서 맛본 스테이크와 수제버거도 수준급이었다.


이처럼 저마다 특색을 지닌 고급 레스토랑이 즐비하지만, 우리 일행을 가장 만족시켰던 맛집은 허름한 노천식당들이었다. 카오야이 지역 관광지 인근 도로를 가다 보면 건물 없이 천막 아래서 영업하는 노천식당을 쉽게 만날 수 있다. 3박 4일의 여행 기간 이런 식당을 세 차례 방문했는데 어느 곳에서도 실패하지 않고 맛깔스러운 태국 요리를 즐길 수 있었다. 세련된 고급 레스토랑 음식에 비해 보기에는 투박하지만, 맛만큼은 엄지를 치켜올리게 했다.


진하게 우려낸 육수에 얇게 썬 소고기가 푸짐하게 올라간 쌀국수(꾸어이띠여우)는 태국 현지인들이 가장 즐겨 먹는 음식 중 하나다. 하늘하늘한 면발과 부드러운 고기가 조화를 이뤄 젓가락질을 멈출 수 없게 한다. 여기에 매콤한 태국식 고춧가루를 살짝 뿌려 먹으면 금상첨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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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질돼지고기볶음 덮밥 [사진/김희선 기자]

프릭키누(쥐똥고추)라 불리는 태국 고추는 우리나라의 청양고추처럼 매우 맵다. 여러 가지 볶음 요리와 똠얌꿍 같은 국물 요리, 파파야 샐러드인 솜땀 등 다양한 요리에 감초처럼 쓰인다.


바질돼지고기볶음인 '팟 끄라파오 무 쌉'에도 프릭키누가 들어간다. 프릭키누의 매콤한 맛과 바질향이 돼지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주면서 입에 착착 감기게 해준다. 팟 끄라파오 무 쌉을 흰밥에 얹어 먹거나 반숙 계란후라이를 톡 터뜨려 비벼 먹으면 그야말로 꿀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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똠얌꿍 [사진/김희선 기자]

세계 3대 수프인 똠얌꿍은 집마다 조금씩 맛이 달랐다. 프릭키누를 잔뜩 썰어 넣어 매콤함에 입안이 얼얼해지고 땀이 줄줄 흘렀던 곳이 있는가 하면, 코코넛 우유를 듬뿍 넣어 한층 부드럽게 만든 집도 있었다.


이 지역 노천식당에서는 국수나 덮밥 등 대부분의 식사 메뉴를 50∼60바트 선(약 2천∼2천400원 선)에서 해결할 수 있다. 사방이 뚫려있는 진정한 오픈 키친에서 주문한 음식이 조리되는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볼 수 있다는 것도 노천식당만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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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야이 지역의 노천식당 전경 [사진/김희선 기자]

카오야이 가는 법

대중교통만으로 방콕에서 국립공원 등 카오야이의 주요 관광지까지 가기는 힘들다. 방콕에서 나콘랏차시마행 버스나 기차를 타고 카오야이의 관문이라 할 수 있는 빡 총(Pak Chong)까지 간 뒤 카오야이 현지 업체의 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하거나 아예 방콕에서 출발하는 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


국내 업체의 투어 상품은 흔치 않다. 여행상품 개발업체인 더프레스티지(http://theprestige.kr)가 카오야이 지역만을 대상으로 한 패키지 상품을 준비 중이다.


렌터카를 빌리면 좀 더 자유로운 일정으로 여행할 수 있다. 우리나라와 달리 좌측통행이어서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다. 운전에 자신이 없다면 기사 딸린 차량을 빌릴 수도 있다. 방콕에서 카오야이까지 차량으로 2시간30분∼3시간 걸린다. 현재 건설 중인 고속도로가 올해 안에 완공되면 1시간 내외로 단축될 예정이다.


(나콘랏차시마[태국]=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hisunn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