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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친일파, 범죄자는 글씨만 봐도 안다고?

by연합뉴스

신간 '필체를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


글씨만 보고도 친일파인지, 범죄자인지를 알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검사 출신에 법학박사로 국내 '제1호 필적학자'인 저자 구본진 법무법인 로플렉스 대표는 나아가 책 제목처럼 글씨로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책에 따르면 저자가 글씨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검사로 일하며 보게 된 살인범, 조직폭력배들의 글씨가 뭔가 특이해 글씨와 사람 사이에 관계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부터다. 이후 독립운동가 600여명의 글씨를 수집해 친일파 250여명이 남긴 글씨와 비교해 분석하면서 이런 추측이 점차 확신으로 변해갔다. 내친김에 본격적으로 '필적학'을 공부하게 됐고 미국필적학회와 영국필적학회 회원이 됐다.


글씨는 손이나 팔이 아닌 뇌로 쓰는 것이기에 글씨를 '뇌의 흔적'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당연히 글씨체는 그 사람의 인격, 성격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퇴계 이황은 "마음이 바르면 글씨도 바르다"고 했고 우암 송시열은 글씨를 "심획(心劃·마음의 새김)이자 덕성의 표출"이라고 했다. "내게 손글씨를 보여주면 그 사람의 성격을 말해주겠다"고 한 셰익스피어를 비롯해 아인슈타인, 괴테, 발자크, 보들레르 등도 글씨와 사람 사이에 관계가 있다고 믿었다.


글씨로 성격을 판별하는 큰 원칙은 사람들이 언뜻 생각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큰 글씨는 용기와 사회성, 낭비적 성향, 외향성, 말이 많은 기질을 나타내며 작은 글씨는 그 반대다. 둥근 글씨는 밝고 원만하며 상상력·아이디어가 풍부함을, 강한 필압(筆壓)은 정신력·의지가 굳고 활력이 있으며 자기주장이 강함을, 좁은 글자 간격은 적극성과 행동력이 있고 자의식이 강하며 자기 자신에게 엄격함을 각각 나타낸다고 한다.


저자는 유명인들이 남긴 글씨를 예로 들어 설명한다. '명필'로 알려진 이완용의 글씨에 대해서는 "정신이나 기상, 골격이 모두 약하다. 손재주가 발달해서 획의 운용이나 글씨 구성에서 기교가 있지만 절제미가 없고 품격을 갖추지 못했다"고 인색하게 평가했다. 반면에 3·1운동을 주도했다 옥사한 손병희의 글씨를 두고는 "매우 힘차서 마치 밖으로 솟구쳐 비상할 듯하다. 국제정세를 읽고 정치 수완을 발휘할 줄 알았던 지략가의 글씨답다. 정확하게 정사각형을 이루면서 각이 뚜렷하고 선이 분명하게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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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용의 글씨 이완용은 '명필'로 알려져 있지만 저자는 높게 평가하지 않는다 [쌤앤파커스 제공. 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 금지]

고(故)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글씨는 전형적인 부자의 글씨다. 'ㅁ'의 오른쪽 윗부분은 둥글게 쓰고 아랫부분을 굳게 닫는 것이 대표적이다. 모나지 않은 오른쪽 윗부분은 틀에 박히지 않고 융통성이 있어 혁신적인 사고가 가능하다는 표시이며 굳게 닫힌 아랫부분은 절약, 완성, 빈틈없음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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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글씨 전형적인 부자의 글씨다 [쌤앤파커스 제공. 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 금지]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글씨는 강하고 군더더기 없으며 담박하고 단정하고 흐트러짐이 없다. 군인 출신으로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은 만큼 필압이 매우 강하다, 모음의 세로획이 매우 긴 것으로 일을 잘하는 사람이었음을 알 수 있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여백이 거의 없을 정도로 글씨를 크게 써 열정, 성취욕, 모험심, 적극성, 자존심, 진취성, 근면성 등을 드러낸다. 이런 글씨는 쓰는 사람은 현실 감각이 약하고 순진하며 세밀하지 못한 약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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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글씨 여백이 거의 없을 정도로 큰 글씨다 [쌤앤파커스 제공. 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 금지]

그렇다면 글씨가 사람의 운명을 바꾼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글씨가 성격을 나타낸다는 것을 역으로 말해 글씨가 바뀌면 성격이 바뀌고 성격이 바뀌면 인생이 바뀐다는 것이다. 성격을 바꾸는 방법은 그 성격의 특징을 드러내는 쪽으로 글씨를 바꾸도록 연습하는 것이다. 대범한 성격을 원한다면 글씨를 크게 쓰고 원만한 성격을 원한다면 글씨를 둥글게 쓰는 식으로. 또 다른 방법은 자기가 본받고자 하는 사람의 글씨를 흉내 내는 것이다.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사람이 정주영 명예회장의 글씨를 흉내 내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저자는 자신을 변화시키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구체적인 글씨 연습의 방법도 알려준다. 하루 20분 이상 연습하라, 줄 없는 종이에 연습하라, 평소에 쓰는 필기구를 이용하라, 자신의 이름부터 시작하라, 좋아하는 문장이나 글을 써라, 하루도 빠짐없이 40분 이상 연습해라, 천천히 써라 등이다.


귀가 솔깃해지는 내용이 많고 어느 부분에서는 상당한 개연성이 있을 것이라는 느낌도 들게 한다. 그러나 과학적인 엄밀성이나 입증 가능성 측면에서는 이마가 번듯하면 재물을 모으게 된다는 상학(相學)이나 무덤을 잘 쓰면 자손이 번성한다는 풍수지리학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샘앤파커스. 206쪽. 1만4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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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 연합뉴스) 추왕훈 기자 =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