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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심야식당' 드라마와 극장판의 음악,
사운드의 사소한 차이

by김연일

'심야식당' 드라마와 극장판의 음악,

어느 나라 영화나 그렇습니다만, 일본영화도 특유의 정서가 있습니다. 좀 심드렁(?)하고, 감정을 드라마틱하게 드러내지 않는 플랫함(?)도 있구요, 다소 밋밋하고, 심심하고, 제가 보기엔 ‘별 것 아닌 소재’를 가지고 자못 진지하게 몰입하는 것도 있구요.

 

멋드러진 음식이 나오는 영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음식을 주내용으로 하는 영화가 나오기 시작했을 때 저는‘만화로 나온 걸 굳이 영화로까지 만들 이유가 있나’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별 것 아닌 소재’를 가지고 자기들끼리만 진지하게 몰입하는 일본 문화적인 특성이 만화에서는 이야기를 만들고 풀어내는 데에 좋을 지 모르지만 영화에서는 잘 안통할 거라고 판단했었지요. 근데 웬걸, 처음엔 좀 신기한 음식들, 이를 테면 예쁜 케잌이나 과자로 시작해서, 점점 매일 먹는 음식들로 범위를 넓히면서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제가 뭔가 잘못 생각한 것 같습니다. 큰 흐름은 아닐진 모르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소재구나라며 생각을 고쳐먹고 있습니다

 

그래서인가, 드라마의 인기를 업고 만들어진 영화 ‘심야식당’이 인기였습니다. 적은 개봉관수로 10만이 넘었다는 이야기도 어디선가 보았고, 저예산영화의 관객수 산정은 일반적인 개봉방식이었으면 곱하기 열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드라마는 한국에서 리메이크되어서 방영되고 있더군요.

 

예전에 시즌1을 드라마로 먼저 보았고, 이번엔 영화로 나온 걸 보았는데, 극장판이라고해도 기본적으로는 드라마에 나온 인물들이 그대로 나오고, 에피소드들도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다만 영화판은 에피소드들을 단편단위로 끊는 것이 아니고 몇 개를 시간순으로 좀 섞어놓았습니다. 허름하다면 허름한 도시의 뒷골목 식당에 드나드는 ‘마이너한’ 사람들과 그 사람들 개개인의 사사롭지만 보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주는 이야기들이 주내용인데, 드라마를 좋아했던 저로서는 극장판도 재미있게 봤습니다. 극장판이라고 해서 더 드라마틱하다거나 비주얼이 더 화려하다거나 그런 건 전혀 아니라서 그 점도 좋았구요.

 

음향적으로는 극장판이 전체적으로 엠비언스 사운드가 좀 커요. 도시 트래픽 드론(traffic drone) 사운드가 실내외를 구분없이 제법 크게 들어가 있는데, 개인적으로 그건 좀 맘에 안들더군요. 비주얼에서의 공간설정은 도입에 나오는 도쿄의 시내 바쁜 길을 좀 보여준 정도이고, 공간적으로 독특한 이미지를 가져가야하는 영화도 아니고 넓은 마스터샷도 없는 영화이긴 합니다만, 식당이 위치한 골목 특유의 소음 디자인을 얹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하는 바램을 살짝 가졌습니다.

 

음악의 경우는, 드라마에선 주로 통기타 반주에 얹힌 노래가 나옵니다. 노래가 드라마가 끝나는 부분이 다가오면 전주부터 슬금슬금 들어와서 내용전달이 끝나고 감정의 여운이 남을 즈음에 가사가 들리기 시작하는 부분이 되게 했었습니다.

 

노래가 하는 역할은 뭐니뭐니해도 감정을 더욱 풍부하게 하는 것이겠지요. 내용과 직접 관련이 있든지 아니면 직접적으로 관련되지는 않고 비슷하기만 한 것이든지, 정선된 말들로 만들어진 가사를 가진 노래가 있고, 영화 내용에 동조되며 빠져들다가 어느 순간 그 노래의 가사가 들리기 시작하면, 그 때에 폭발하는 듯한 감정을 주체할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작업자들은 그걸 의도해서 노래들을 신중히 만들거나 고르고 배치를 합니다.

영화 '심야식당' intro 주제곡 ⓒ(주)엔케이컨텐츠

드라마에서는 이런 노래들을 매회 효과적으로 잘 사용했었고, 어느 에피소드에선 아예 노래 부르는 가수를 가게 앞 계단에 등장시키기도 했었지요. 하지만, 극장판에서는 주제가 외에는 그 드라마에 얹혔던 방식으로 노래들을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제 기억으론 극장판에서는 주제가 외에는 다른 노래들을 일절 사용하진 않았습니다. 가수가 등장하는 컷도 없구요. 그래서인가 다 보고 나서 기억에 남는 이미지가 영화로 된 것이 조금은 더 담백하구요, 반면에 정서적인 울림이랄까 그런 면에서는 드라마쪽이 좀더 자극이 되긴 합니다.

 

어쩌면, 요즘엔 점점 살기가 팍팍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지 않나 합니다. 또는 프랜차이즈 방식의 규격화된 상품들을 소비해 오는 동안에 뭔가 소박하지만 막 찍어내지 않은 걸 바라는 심리도 점점 늘어난 것도 같구요, 이런 점에서 볼 때 대단한 음식은 아니지만 자기를 위해서 만들어진 소박한 밥상을 서빙 받는다는 설정은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심야식당' 드라마와 극장판의 음악,

사족 1 : 심야식당이 위치한 곳과 비슷한 데를 한국에서 찾으라면 어디가 될까요? 저보고 로케이션 헌팅을 하라면, 영등포 로터리 뒷길이나, 공간만의 느낌으로는, 지상으로 전철도 다니고 분주하니까 성수동에서 건대로 이어지는 부근이나 남쪽으로는 구로 디지털단지 정도 고르지 않을까 하는데, 이건 그냥 제 생각입니다. 소위 핫하다는 곳도 대상이 될 수 있겠습니다만 드라마나 영화의 인물들이나 내용상 그런 곳보다는 살짝 ‘낡은’ 느낌이 드는 곳이 더 좋지 않을까 해서요.

'심야식당' 드라마와 극장판의 음악,

사족 2 : 전 오다기리죠라는 배우를 참 좋아해요. 며칠 안감은 머리에 수염을 안깎은 얼굴에 늘어진 티셔츠를 입어도 멋있는 배우잖아요. 제가 그러면 영락없이 할 일 없는 아저씨 모양새였을텐데요. 좋아는 하지만 되도 않게 질투를 하기도 합니다. 오다기리죠는 좀 얼빠진 듯한 순경 캐릭터로 나오는데, 하지만 정말로 그런 사람인 게 아니라 사실은 속이 깊은 사람으로 나옵니다. 이건 정말로 저랑 비슷한데 알아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 라고 강변하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