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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섬세한 영화음악의 신진 대명사

알렉산드르 데스플라(Alexandre Desplat)

by김연일

흔히 시네마틱 사운드, 시네마틱 뮤직이라고 하면 저음 임팩트 위주의 거대한 어떤 것이 먼저 떠오르기 마련입니다. 시즌을 가리지 않고 나오는 미국영화와 그 중에 블록버스터급의 영화들이 맹위를 떨치고 있어서, 그런 영화들이 거의 일반이 되다시피해서 그렇습니다.

 

일전에 말씀드린 바 있는 한스짐머가 그 대표격인 사람이지요. 짐머 개인은 '나는 작은 드라마 영화도 많이 한다'고 억울해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로도 많이 합니다) 본인도 그런 자신에 대한 인식에 대해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는지, 최근에 '배트맨과 슈퍼맨' 이후에 더는 히어로무비의 음악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더군요. 

 

여튼, 비교적 신진인 작곡가들의 음악들도 나오는 대로 들어보면, 정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좀 스릴러고 약간의 액션이 있다 싶으면 대개는 짐머풍의 음악이 많긴 한 것 같습니다. 

 

그 와중에 미국 블록버스터풍의 음악과는 다른 음악을 들려줘서 제가 좋아하는 작곡가가 알렉산드르 데스플라입니다. 

알렉산드르 데스플라(Alexandre

설명을 하자면, 많이 들리는 미국영화 음악을 바그너(Wagner)적이라고 한다면, 이 사람은, 프랑스 사람이기도 하지만, 드뷔시(Debussy)적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음량으로 관객을 압도하기보단 예쁘고 섬세한 음색들을 써서 몽환적이고, 동화적인 이미지가 특색입니다.

 

말이 나온 김에 우선 드뷔시의 음악 중에 영화에 많이 쓰인 음악을 하나 링크합니다.

이 음악은 '달빛 (Clair de Lune)'이라는 제목으로 아주 많이 알려진 곡인데, 신비하고 아름다운 멜로디 덕에 셀 수 없이 많은 영화에 쓰였습니다.

 

데스플라의 음악은, 이 사람이 프랑스 사람이라는 생각때문인지는 몰라도, 얼마간 드뷔시의 음악을 연상시키는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하프(harp)와  첼레스타(celesta)를 주로 사용해서 음색이 여리여리하면서 예쁘고, 진행도 다채로운 편입니다. 

 

그 중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사운드트랙은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 입니다.

이 음악들은 영화 초반 셋업 몽타쥬 시퀀스에 나오는데, 음색이 주는 예쁘면서 신비한 느낌이 약간 비극적인 결말을 갖고 있는 영화의 이미지를 너무 무겁지 않게 잘 잡아줍니다.

 

밝지 않거나, 자칫 심각해서 무거워질 수 있는 내용, 비극을 너무 어둡고 무겁지 않게 예쁘게 만들어주는 것이 이 사람 음악이 가지는 장점인데,  이 장점은 영화 '색, 계 (Lust, Caution)'에서도 잘 보여집니다.

'킹스 스피치(King's Speech)' 같은 영화는 그런 장점과 딱 맞아떨어지는 영화이지 싶습니다. 왕위계승과 전쟁발발이라는 배경을 가지곤 있지만, 트라우마로 말을 더듬게 된 걸 고치는 것에 초점을 맞춘 영화라서, 과하지 않게 유쾌하고 역시나 과하지 않게 진지합니다.

빈 라덴 사살작전을 모티브로하는 영화 '제로다크써티(Zero Dark Thirty)'는 이 작곡가가 참여한 영화 중에 가장 ‘무거운’ 영화 중의 하나인데, 여기서도 음악은 과하지 않은 선에서 분위기를 잡아주면서 깔립니다. 영화를 보면 마치 뿌연 연무가 공기중에 계속 뿌려져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되는데 앞으로 튀어나오는 멜로디나 놀래키려는 의도가 다분한 충격적인 소리들이 쓰이지 않은 음악때문이지 않은가 싶어요.

과하지 않는 음악 특성때문인가 ‘고질라(Godzilla)’ 같은 영화에서는 좀 약한 것도 같지만, 어쨌든, 이 작곡가의 장기인 예쁜 음색과 거기서 유래하는 동화적인 분위기는 웨스 앤더슨(Wes Anderson)의 동화같은 영화 ‘문라이즈 킹덤(Moonrise Kingdom)’이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The Grand Budapest Hotel)’에선 상당히 잘 어울립니다.

웅장하고 역동적이고 임팩트있는 일반적인(?) 영화음악도 자주 듣긴 합니다만, 근래에 가장 자주 듣는 음악은 이런 아기자기하고 섬세한 음악인데, 보시는 분들에게도 들어보시길 권하는 바입니다.

글 김연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