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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가장 사랑받는 악기의 왕,
피아노가 쓰인 영화음악들

어떤 영화를 보고 그 영화에서 처음 나오는 음악을 들을 때 제가 제일 먼저 드는 것은 ‘음색’입니다. 음색은 곧 어떤 악기- 또는 악기들의 조합 -를 사용했냐하는 것일 텐데요, 이걸 왜 우선 주의깊게 듣는가하면, 어떤 악기를 썼느냐에 따라서 곡의 스타일도 어느 정도 결정되는 부분이 있구요, 그에 따라서 영화의 첫인상도 좌지우지되고, 영화의 톤이랄까 그것도 무의식중에 예측하게 되기 때문이에요.

 

예컨대, 역사물같은 영화라면 그 시작에서 역사적인 시간과 지역을 의미하는 악기를 사용한 음악을 우선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만약 왕실이라면 다소 클래식한 악기들을 사용한 음악으로 시작하거나, 반대로 평민 이하의 사람들이 주로 나온다면 민속악기를 사용하는 음악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인 경우에도 배경이 되는 지역이나 인물의 직업, 계층에 따라서 특정 음색이 도드라지게 들리는 음악으로 일단 ‘세팅’을 하고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여튼, 음색 - 곧 악기를 이야기하자면 정말 많은 악기들이 있지요. 전통적인 악기들부터 시작해서, 현대에는 각종 전자악기와 테크닉의 도움을 받아서 악기 아닌 매체에서 나온 소리를 음악처럼 만들 수도 있으니, 영화적인 특징과 결합하는 경우까지 생각하면 몇 가지로 압축하기란 쉽지 않습니다만, 그 중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악기 중의 하나이면서, 흔하다고 생각되지만 사랑받을 수 밖에 없는 악기인 피아노와 피아노 음악이 쓰인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가장 사랑받는 악기의 왕, 피아노가

이미지 출처 : http://www.steinway.com/

명실공히 악기의 왕인 피아노의 음색이야 뭐 다들 아시겠습니다만, 격정적인 큰 음색과 심장을 어루만지는 듯한 작고 섬세한 음색까지도 연주할 수 있고, 개별 악기중에선 파이프 오르간 다음으로 넓은 음역을 커버하고 있어서 표현력 면에서는 정말로 악기중에선 제왕급입니다.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진만큼 피아노라는 악기 자체를 소재로하는 영화도 많고, 피아니스트를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도 많습니다.

 

그 중에 제목부터 ‘피아노’라고 되어있는 영화는 정말 유명하지요.

음색이야 당연히 피아노 음색인 이 음악은 미니멀리즘 음악인 탓에 야릇하게 건조한 느낌을 주는데, 그게 주인공의 성격과 맞아들어가는 부분이 있습니다.

 

영화 ‘피아노’와 비슷한 맥락에서, 제목이 아예 ‘피아니스트’라고 되어있는 영화도 역시나 아주 유명합니다.

살기위해서 독일장교 앞에서 유태인 피아니스트가 연주하는 약간 튜닝이 틀어진 피아노 음색으로 연주되는 쇼팽의 음악은 예쁘고 화려하다기 보다는, 슬픔이나 절망, 살기 위해서 연주한다는 자괴감, 등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영화 ‘피아니스트’는 배경이 2차대전 당시의 폴란드라서 그 사운드트랙은 모두 폴란드 작곡가인 쇼팽의 곡으로 구성되어져 있더군요. 

 

피아노는 이미 대중적인 인기가 있는 악기라서 피아노로 클래식만 연주하지는 않지요. 재즈는 물론이고 팝에서도 피아노는 당연히 아주 많이 사용되고 메인의 위치에 있는 악기입니다. 재즈 피아노로 된 사운드트랙을 갖고 있는 영화도 참 많구요.

한국제목으로는 ‘사랑의 행로’라고 하는 이 영화에는 재즈피아노를 치며 호텔공연을 도는 형제가 주인공이라 사운드트랙은 전부 재즈곡인데, 너무나도 유명한 데이브 그루신(Dave Grusin)이 음악을 맡아서 사운드트랙만으로 유명한 재즈피아노곡들을 들을 수 있는 영화에요. 

 

어렸을 때 피아노를 마치 필수과목인 것처럼 배운 적이 있는 분들이 더러 계실 텐데요, 그래서 일반인들도 많이들 이 음색에 익숙해하지만, 이 때문에 영화에 쓸 때 자칫하면 별 인상을 주지 못하는 악기이기도 합니다. 물론 잘 만들어지고 훌륭하게 연주된 음악이면 그게 어떤 음색이라도 좋게 들리겠습니다만, 영화에 들어가는 음악은 이미지에 관여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냥 음악자체로 훌륭하다고 늘 성공하지는 않아서 익숙한 음색을 쓴다는 것에 대해서는 한번쯤은 재고해봐야 합니다. 

 

피아노에서 가장 예쁜 음색을 들려주는 구간은 대략 건반상에서 오른쪽 2/3 부근 언저리입니다. 듣기에 예쁜 피아노 음악은 주제에 해당하는 부분을 그 구간에서 연주하는 것이 많습니다. 하지만 피아노의 표현력이 참 넓어서, 예쁜 걸 원하면 그 구간을 사용하겠지만, 특이한 효과를 원하면 아주 저음이나 아주 고음역에서 연주를 한다던가, 아예 건반을 통해서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현을 직접 건드린다거나 현에 어떤 장애물을 올려놓고도 연주할 수 있는데 , 그 때에는 경우에는 일반적이지 않은 희한한 소리를 냅니다. 이런 효과는 우선은 공포영화 같은 데에서 쓸 수 있겠지요.

인시디어스의 한 곡인 이 곡에선 곡 전체에 걸쳐서 온전히 피아노만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시작의 저음의 툭툭치는 듯한 음색은 피아노의 현에 뭔가를 올려놓고 현의 울림을 억제하면서 치는 소리입니다.

같은 영화의 다른 사운드트랙인 이 곡은 아예 현을 직접 브러쉬같은 걸로 긁어서 무시무시한 소리를 내고 있음을 들으실 수 있어요. 이런 연주법은 이미 1960년대에 컨템포러리 클래식 음악쪽에서 기존 악기의 가능성을 넓히려는 시도들 중에 나왔던 건데, 공포영화에는 잘 어울립니다만, 어쩔 수 없이 피아노라 음색적으로 좀 익숙하긴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노멀한 피아노 음색으로 된 곡이 시작부터 나오는 영화를 볼 때면 경계도 하지만 동시에 더 주의를 기울이기도 합니다. ‘어쩌려고 이런 소리로 시작을 한 거지?’ 비슷한 생각이 들기도 하고, 일단 익숙한 음색이 나오니까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영화에 더 집중을 하게 되기도 하구요.

사실, 피아노가 들어간 영화음악을 고르는 것보단 안들어간 영화음악을 찾아서 설명하는 게 좀더 흥미를 끌지 않을까 했었는데, 많이 쓰이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기도 하고, 유심히 들어보면 또 전에 없던 재미가 생길 수도 있기도 하고, 앞으로 귀에 꽂히는 악기에 대한 이야기를 몇 번 더 할 수도 있어서 우선은 가장 익숙한 피아노를 골랐습니다. 

 

저 어렸을 때 일반적이었던 동네 피아노 학원의 다소 강압적인(?) 교습법 때문에 피아노에 재미를 갖지 못했던 분들이 성인이 되어서 ‘피아노를 좀 더 배워서 뭔가 휴식이 필요할 때나 취미로 연주할 수 있게 해둘 걸’ 후회하시는 분 꽤 많이 봤는데, 지금부터 다시 하시면 됩니다. 디지털 피아노는 공간도 많이 안차지하고 주변에 연습하는 소리도 안새어나가게 연습할 수 있으니, 이참에 좋아하는 피아노로 된 영화음악을 찾아서 들어보시고 좋은 건 연습해 보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