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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방랑자의 느낌을
갖게 하는 악기, 피들 (Fiddle)

by김연일

방랑자의 느낌을 갖게 하는 악기, 피

피들이라고 해놓고 바이올린 그림이 나와서 뭔가 잘못되었네 하시거나 모양은 비슷한데 다른 건가 하시는 분도 계실 것 같습니다. 사실 바이올린이나 피들이나 같은 악기입니다. 근데 바이올린은 일반적인 클래식 악기만 지칭하고, 피들은 그것까지 포함한 민속음악에서 사용하는 거친 음색의 바이올린을 지칭하는 식으로 분류하기도 합니다. 


어쨌든, 같은 악기이기는 하니까, 우선은 바이올린 음색이 도드라지는 영화음악을 하나 링크합니다. 많이들 아시는 ‘쉰들러 리스트트 (Shindler’s List)’의 주제곡입니다.

이 영화는 이미 20년이 지난 영화가 되었습니다만, 저 개인적으로 아직도 기억나는 것은, 영화전체가 흑백인데 유독 어린 아이 한 명만 빨간 색 옷을 입고 있는 것으로 나옵니다. 나중에 여전히 전체가 흑백인 중에 빨간 색의 옷이 수레에 실려가는 걸 보여주는 부분이 있는데, 무엇을 암시하는지는 당연한 것이고, 그걸 말로 설명하거나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보다 그렇게 에둘러서 보여주는 것이 더 마음을 아프게 하는데, 그것이 기억에 오래 남아있습니다. 링크한 음악이 그 때에도 흐르는지는 다시 찾아보지는 않았습니다만, 음악만 듣고 있어도 그 장면이 다시 떠오릅니다.


이 곡은 일전에도 말씀드린 바 있는 존 윌리엄스(John Williams)의 작품입니다. 연주는 클래식 바이올린 연주자로 이름이 높은 이작 펄만 (Itzhak Perlman)이 했다고 하네요. 


들어보셔서 아시겠습니다만, 이렇게 현을 비벼서 연주하는 악기의 특징은, 음을 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서 연주할 수 있다는 것과, 그 비벼서 내는 소리는 음색때문에, 마음 어딘가 뭉쳐있는 걸 한올한올 끄집어내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 설명이 좀 주관적이긴 한데, 저한텐 그렇게 느껴집니다.

이렇게 정갈한 음색으로 된 바이올린 음악도 좋습니다만, 저는 민속음악풍의 피들 음악도 좋아합니다. 클래시컬한 음악을 들을 때에 느끼는 정화되는 기분과는 다르게, 소박하고, 때론 주책없이 신나고, 때론 거칠 것 없이 감정을 드러내는 청년이 된 것도 같고, 뭐 그런 느낌을 받지요.

피들은 서양의 민속음악에서 아주 많이 등장하는 악기라서, 비슷한 것 같지만 똑같지는 않은 음색과 음계로, 클래식 바이올린이 주로 넓은 음역에 걸친 세련된 선율을 연주하는 것에 비해서, 비교적 단순한 선율을 같은 음역에서 반복하면서 리듬에 좀더 치우친 성향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영화에서는 서민적인 파티장면의 반주음악으로 자주 나오구요. 


영화 ‘타이타닉’의 3등칸 파티 장면에서 나오는 아일랜드 민속음악을 들어보면 피들이 나오는데, 백파이프 음색이 메인이긴 합니다만 같은 라인의 반복을 피들도 함께 연주합니다.

이 음색이 주는 서민적인 이미지가 있어서인지, 계급의 대립이 플롯으로 나오는 경우에 당연히 하층, 열세에 놓은 계층민들을 나타내는 음악으로 사용되지요.

클래시컬한 바이올린 음악이 되었든, 춤곡같은 민속음악이 되었든, 저는 좀 우울한 걸 좋아해서인지 빠르지 않고 정서를 자극하는 곡을 좀 좋아하는 편이라,  - 어울리지 않게 군다는 소리 좀 들었습니다 - 아래에 링크해 드리는 스타일들을 좋아합니다. 사실 어떤 음악이 되었든 연주자도, 음악학자도 아닌 일반 사람들은 저랑 비슷한 분들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편안하게 듣고, 따라서 흥얼거릴 수 있는 음악인데, 그게 심지어 피들 음악이면, 왠지 방랑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을 가져볼 수 있습니다. 반주를 같이 연주할 수 있는 악기가 아니라서 멜로디만 연주해야 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만.

사실, 멋드러진 클래식 주자들 중에 훌륭한 많은 연주자층을 가진 악기라는 것 때문에, 괜히 배운다면 뭔가 어렵고, 고급스러워야할 것처럼 느껴지는 악기이긴 한데, 작아서 휴대하기도 좋고 익숙해지면 음량을 조절하기도 쉬운 편이라, 처음에 손 짚는 정도 배우고 멜로디 연주할 수 있게되면 예쁜 곡들 모음집 곁에 두고 즐기기 좋은 악기에요. 


피아노, 트럼펫에 이어서 세 번째 악기 음색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영화에 나오는 바이올린, 피들도 귀기울여 들어보시고, 기회 닿으면 익혀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