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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양미르 기자의 영화영수증

'PMC : 더 벙커'
어지러워서 두통약 챙겨 먹은 영화

by알려줌

'PMC: 더 벙커' (Take Point, 2018)

'PMC : 더 벙커' 어지러워서

영화 'PMC: 더 벙커' 이하 사진 ⓒ CJ 엔터테인먼트

'PMC: 더 벙커' 무대인사 중 하정우는 어지러움을 느낄 수 있다며 멀미약을 선물로 주기도 했다. 그 정도로 'PMC: 더 벙커'는 큰 화면에서 보기보다는 조금은 작은 스크린 혹은 뒤쪽에서 보기를 권장할 정도로, 화면의 흔들림이 심했다. 어지러움을 느낀 기자도 결국 두통약을 복용하고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으며, 이런 증언들이 종종 SNS를 통해 후기로 올라왔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카메라를 흔들어야 했을까?

 

'PMC: 더 벙커'의 대부분 장면은 '핸드헬드' 기법으로 촬영됐다. 손으로 직접 카메라를 들어서 촬영하기 때문에, 좀 더 역동적이면서, 현장의 분위기를 체화할 수 있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야누즈 카민스키 촬영감독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1998년) 속 처절했던 '노르망디 상륙 작전' 재현, 외계 생명체가 뉴욕을 파괴하는 내용을 파운드 푸티지 장르로 제작한 '클로버필드'(2008년), 맷 데이먼의 활약이 돋보인 액션 영화 '본 시리즈'가 있다.

'PMC : 더 벙커' 어지러워서

지금 언급한 세 편의 작품은 현재까지도 전 세계 영화 촬영 분야에 획기적인 공을 세웠지만, 동시에 제작진에게는 '그냥 흔들어대면 영화가 괜찮아 보이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게끔 해주던, '금단의 열매'와 같은 사례가 됐다. 카메라를 흔들기 때문에, 최소한의 예산이나 미장센으로도 어느 정도는 작품의 긴박감을 유도할 수 있는데, 이것이 과하면 관객의 멀미 유발로도 이어질 수 있다. '클로버필드'도 국내 개봉 당시, '구토 경고문'이 상영관 입구에 걸린 바 있었다.

 

'PMC: 더 벙커'의 '핸드헬드'는 아쉽게도 후자에 가까웠다. 작품을 연출한 김병우 감독은 '더 테러 라이브'(2013년) 제작 당시, 방송국에서 '리얼 타임'에 가까운 전개를 통해 관객에게 서스펜스와 긴장감을 동시에 유발하는 목적으로 적절하게 '핸드헬드'를 사용했었고, 나름 효과를 받았다.

'PMC : 더 벙커' 어지러워서

하지만 이 작품은 과했다. 'DMZ 지하 벙커'라는 특수하고 협소한 공간 안에서 이야기를 풀어야 했기에, 보여줄 수 있는 구도가 많지 않았으며, 대신 첨단 장비의 활용을 동원해 한국의 IT 기술력을 전시하기도 했다. 이러한 기술력에 의존해서인지, 전체적인 화면 구성이 작품의 스토리 라인이나 각 캐릭터의 사연, 혹은 연기 감정선을 모두 묻히려는 방법이었는지라는 의문만 들었다.

 

또한, 흔들리는 화면과 동시에 고막을 찢을 것 같은 사운드 효과는 '더 테러 라이브' 당시 귓속에 폭탄을 심어 넣었을 때의 그것만큼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폭발음과 효과음에만 신경 썼는지, 아니면 의도적으로 공포적인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서였는지 모르겠지만, 일부 배우들의 대사는 뭉개져서 잘 들리지 않았다. 특히 '에이햅'(하정우)이 '윤지의'(이선균)가 지시하는 대로 '킹'(선욱현)을 구하려는 장면이 제일 심했다.

'PMC : 더 벙커' 어지러워서

한편, 'PMC: 더 벙커'는 적어도 같은 해 개봉한 '인랑'의 미래 한국 설정이나, 수트를 봤던 관객이라면 그나마 좀 더 납득 가능한 초반 '세계관 설정'을 보여줬다. 지도자들이 전쟁을 일으키려는 이유, 한반도 현 정세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파워게임도 등장하는데, 권력다툼 속 장기 혹은 체스 말들이 'PMC'(민간군사기업, Private Military Company)라는 설정은 그렇게 낯설지는 않다. 1인칭 액션도 '하드코어 헨리'(2015년) 등 할리우드에서 다뤄진 사례이니 역시 새롭지는 않다.

 

그렇다고 새롭지 않은 것이, 작품을 지루하게 만드는 포인트는 아니었고, 초반만 넘어가면 금방 시간이 흘러가는 몰입도를 보여줬다. 특히 이 작품 속 최후의 5분은 지금까지 한국 영화에서는 익숙하지 않았던 액션 시퀀스가 펼쳐졌는데, 안타깝게도 캐릭터의 설정은 그러지 못했다. 또다시 남북관계에서 대치된 두 남성이 '브로맨스'를 형성한 것 같은 결말 부분은 특히 그랬다.

'PMC : 더 벙커' 어지러워서

PMC: 더 벙커

 

감독 : 김병우
출연 : 하정우, 이선균
개봉 : 2018.12.26.

2018/12/19 CGV 용산아이파크몰

글 : 양미르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