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 가기

[ 이슈 ]

'수십배 웃돈' 암표 팔아 벤츠 굴린다…코 묻은 돈까지 탈탈 터는 암표상들

by아시아경제

[암표경제] 1. '리셀러'라는 이름 뒤에 숨어 수십배 부당이익 취하는 암표상들

아시아경제

#23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글로벌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팬미팅 현장. 팬클럽 회원들만을 대상으로 한 이날 팬미팅에서는 다소 이색적인 모습이 연출됐다. 소속사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측은 팬미팅 예매 티켓을 지급하면서 신분증 및 증빙서류 검사를 함께 했다. 이 과정에서 신분 확인이 애매할 경우 표 구매자가 여권 등 추가 자료를 보여줘야만 입장이 가능했다. 티켓 판매 방식도 선착순이 아닌 무작위로 좌석이 정해지는 '추첨제'였다. 소속사는 암표 근절을 목적으로 이 같은 방침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국내 문화ㆍ예술ㆍ스포츠업계에 '리셀러(티켓을 대량으로 구매해 되파는 이를 지칭)'가 화두다. 사실상 '암표상'이라 할 수 있는 리셀러들은 업계의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이들에 대한 규제 강화가 지지부진하자 일부 업체들이 직접 암표 근절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리셀러들의 주 타겟은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나 인기 뮤지컬, 국가대표 스포츠 경기 등이다. 관람객 수요가 많아 단시간 내 티켓 예매가 끝나 버린다는 특성을 노려 정상 판매가에 '프리미엄'을 붙여 재판매하는 것. 이처럼 웃돈을 얹은 티켓은 이른바 '플미 티켓'이라고 불린다.


정상 판매가에 웃돈을 얹어 판매한다는 것 자체가 불법이지만 더 큰 문제는 '프리미엄'의 정도가 심해진다는 점이다. 그나마 스포츠 티켓은 프리미엄 정도가 무난한 편이다. 보통 정상 판매가의 2~3배 수준에서 리셀 가격대가 형성된다. 가령 축구 국가대표팀 A매치의 경우 5만원짜리 1등석 티켓이 10만~15만원 정도에 재판매된다.


부산지방경찰청은 지난 7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A매치 경기 때 매표소 인근에서 2만원짜리 입장권을 4만원에, 3만원짜리 입장권을 6만원에 판매한 암표상 4명을 적발하기도 했다.


문화ㆍ예술 공연업계 쪽의 프리미엄 문제는 더 심각하다. BTS의 지난해 8월 서울 콘서트 티켓은 예매가 시작되자마자 순식간에 매진됐다. 당시 정상 판매가는 11만원. 하지만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 등에 올라온 플미 티켓의 가격은 30배에 가까운 320만원 수준이었다. 같은 해 10월 서울 잠실주경기장에서 열린 HOT 콘서트 티켓도 정상 판매가(15만원)의 10배에 달하는 150만원에 팔렸다.


티켓 1장당 리셀러가 얻는 이득은 이처럼 무궁무진하다. BTS 콘서트 티켓의 경우 1장당 300만원이 넘는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티켓을 20장만 예매했다고 쳐도, 외제차량 한 대 값을 벌어들이는 것. 더군다나 부정적으로 취한 이득인 탓에 세금도 내지 않는다. 리셀러들이 판을 치는 이유다.

아시아경제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개봉한 24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모자를 눌러 쓴 암표상이 한 시민에게 영화 티켓 구매를 권유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기준 영화 예매율이 97.0%, 예매 관객 수는 226만712명을 돌파했다. 예매 관객 만으로 200만명을 돌파한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흥행이 어디까지 이어질 지 주목된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이 같은 현상은 영화업계까지 번지고 있다. 전국 상영관에서 하루에도 수차례씩 상영하는 탓에 암표 청정지대로 꼽혔지만 지난 4월말 개봉한 영화 '어벤져스-엔드게임'이 이 관념마저 무너뜨렸다. 이 영화 아이맥스 영화관람관의 정상 판매가는 2만1000원이지만 일부 온라인 사이트에서는 6만~11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사실상 문화예술계 전반에 걸쳐 암표가 횡행하고 있는 셈이다.


엄연한 불법이지만 암표 거래가 암암리에 이뤄지면서 이를 악용한 사기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올해 3월 중국인이 운영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아이돌 콘서트 티켓 구매 대행 트위터 계정 '메이다니'가 계정을 폭파시키고 잠적하면서 수백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다. 이 사건 관련 단체 대화방에서 피해를 호소하는 이는 400명을 훌쩍 넘겼고, 피해액도 수억원대로 추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을 통한 일대일 거래는 사기가 많은데다 프리미엄 가격을 붙여 거래하는 것 자체가 불법인 만큼 암표 거래는 지양해야 한다"면서 "이를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