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 식어도 살아남을 최강 생명체

[테크]by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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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최강의 생물체는 무엇일까요? 과학자들은 '곰벌레'를 1순위로 꼽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지구 최후까지 살아남을 최강의 생명체는 무엇일까요? 인간은 분명 아니겠지요? 인간은 생각하고, 도구를 사용할 줄 안다는 장점이 있지만 환경의 변화에 특히 취약하기 때문입니다. 평균 기온이 조금만 오르거나 내려가도 버티질 못하고, 산소 공급이 5분만 끊겨도 사망할 정도로 스스로의 생존력은 다른 생물들에 비해 미약한 편입니다.


지구가 멸망해도 최후까지 생존할 생명체 중 하나로 바퀴벌레가 손꼽혀 왔습니다. 3억5000만년 전에 지구상에 등장한 바퀴벌레는 잡식성이라 무엇이든 먹을 수 있고, 물 한 방울 없이 한 달을 살 수 있으며, 영하 122도의 극한 기온에서도 생존할 수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공기가 없어도 45분 정도를 살 수 있고, 방사선 내성도 인간보다 15배나 뛰어나 핵전쟁이 일어나 인류가 멸망해도 바퀴벌레는 살아남을 확률이 높습니다. 이런 바퀴벌레의 생존력을 능가하는 생명체가 바로 '곰벌레(tardigrade)'입니다.


과학전문매체 라이브사이언스닷컴 등에 따르면, 곰벌레는 곤충에 가깝지만 생김새가 물속을 헤엄치는 곰 같다고 해서 '물곰'이라고도 불립니다. 머리는 구겨져 있고 몸체는 길고 포동포동하지만 몸길이 0.05~1.5㎜에 달하는 아주 작은 무척추동물입니다. 아주 작은 육체라 현미경으로만 관찰할 수 있는데 다리는 8개, 앞다리에는 4~8개의 발톱이 달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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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벌레(붉은 동그라미)는 이끼가 많은 습지나 호수의 침전물, 퇴적물에서 서식하지만 히말라야 고지대나 심해 등 극한 곳에서 생존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입안에는 날카로운 치아가 있고, 먹이를 잡을 때는 여러 개의 다리를 사용합니다. 이끼가 많은 습지나 호수의 침전물, 퇴적물에서 서식하는 만큼 수영도 잘해 물속의 조류나 이끼를 빨아 그 속의 수분을 섭취합니다.


해발 5546m의 히말라야 산맥과 해저 3159m의 멕시코만, 남극의 빅토리아랜드 등에서 발견돼 바퀴벌레의 서식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극한 곳에서 생존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 30년 전 남극에서 채취한 후 영하 20도로 냉동됐던 물곰이 깨어난 뒤 알을 낳는 등 엄청난 생존력과 번식력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미국 통합분류학정보시스템(ITIS)에 따르면 약 1000종이 넘는 물곰들이 있는데 종에 따라 유·무성생식을 통해 번식합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연구팀의 연구결과와 AP 등 외신보도를 종합하면, 곰벌레는 영상 151도의 환경에서 15분간 방치하거나, 영하 272도의 액체 헬륨에 8시간동안 방치해도 다시 살아났고, 해저 1만미터에서 받는 압력의 6배도 견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진공 상태의 우주에서도 살아남았습니다.


2007년 9월 유럽우주국(ESA)에서 무인우주선에 곰벌레 3000마리를 태워 우주로 보냈는데 12일 동안 보호장비 없이 진공상태에서 인간 치사량의 수백배가 넘는 방사선에 노출됐음도 대다수가 살아 남은 것은 물론, 이후의 생식 능력도 정상적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우주에서 태양광에 강제 노출시킨 곰벌레 중에서는 일부만 살아 남았는데 손상된 유전자를 스스로 고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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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은 곰벌레가 태양이 식은 후에도 1억년 이상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비슷한 실험에서 바퀴벌레는 특수제작된 생명 유지용 상자 속에 밀봉됐음에도 60마리 가운데 절반 정도만 생존했고, 그 중 한 마리만이 번식에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영국 옥스퍼드대와 미국 하버드대 공동연구팀은 지구에서 가장 강력한 생명체는 곰벌레이며, 곰벌레는 태양이 식는 날을 넘어 최소한 100억년은 살아남을 것이라고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한 바 있습니다.


공동연구팀은 소행성이나 운석의 충돌, 지구와 가까운 곳에 위치한 '초신성(supernova)' 폭발, 초신성 폭발보다 더 강력한 빛을 쏘는 감마선의 폭발에도 곰벌레는 살아남을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이런 강인한 곰벌레의 생명력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요? 우선 무한한 휴면활동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곰벌레는 극한상황에서 수분과 신진대사 활동을 0.05%까지 줄여 몸을 수축시키고 가사상태로 휴면에 돌입하는데 휴면활동은 길게는 수천년까지 지속된다고 합니다. 1948년 밀라노 자연사박물관에서는 120년 전에 만들어진 곰벌레의 표본에 물을 적시자 표본이 다시 살아났다는 주장이 있을 정도로 생존력이 대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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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활동을 멈추고 휴면상태에 들어간 곰벌레의 모습.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곰벌레는 생존에 유리한 외래생물의 유전자를 자유자재로 받아 들일 수 있다고 합니다. 극한 환경에서 유전자가 손상되면 이를 보구하면서 필요한 외래생물의 유전자를 스스럼 없이 받아들인다는 말입니다.


특히 곰벌레가 끈질기게 생존할 수 있게 해주는 유전자는 'D섭(Damage suppressor)'이라 불리는 단백질입니다. 도쿄대 연구팀은 곰벌레의 D섭 단백질을 인간세포에 적용하는 실험을 통해 이 단백질이 X선에 의한 세포 손상을 40% 정도 감소시킨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노스캐롤라이나대 연구팀도 곰벌레가 휴면기로 들어가면서 발현하는 유전자를 찾아내 효모에 주입했는데 이 효모는 이후 가뭄에 대한 내성이 100배나 더 강해졌습니다. 곰벌레의 유전자를 연구한다면 인간의 수명을 더 연장할 수 있는 열쇠를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요?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2019.07.12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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