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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과학을읽다

'딩고'와 '캥거루'의 호주 생태계 쟁탈전

by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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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 '딩고'.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호주에는 유명한 들개가 서식합니다. 이 들개의 이름은 '딩고(Dingo)'.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에만 존재하기 때문에 '호주들개'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수천만년 동안 다른 대륙과 격리돼 있던 호주에는 원주민이나 외지인들이 들여온 외래종이 적지 않습니다. 딩고도 그 중 한 종인데 3500~5000년 전 원주민이 유럽 대륙에서 데려와 야생화된 들개입니다. 원주민들은 딩고를 사냥해 어미를 잡아먹고, 새끼는 키우다 다 크면 내다버리길 반복하다보니 지금처럼 야생화됐다고 합니다.


야생종이어서 그런지 몸집은 상당히 큰 편인데 어깨높이 60㎝, 몸길이 90㎝, 몸무게는 20㎏에 육박합니다. 털은 갈색으로 뻣뻣하고 짧으며, 주둥이가 뾰족하고 귀는 쫑긋 서 있습니다.


그런데 이 딩고가 호주의 생태계를 지키는 수호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오스트레일리아 대륙 먹이사슬의 가장 꼭대기에 앉아 개체수를 조정하는 최상위 포식자인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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캥거루를 사냥하는 딩고의 모습.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아주 오래전 유럽에서는 가축을 노리는 해로운 동물이었고, 호주에서도 1880년대까지만 해도 호주 주민들은 딩고의 습격으로부터 목장을 지키기 위해 5614㎞에 달하는 세계 최장 울타리를 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기피 동물의 대명사였던 딩고가 '호주 생태계의 수호자'로 거듭난 원인은 아이러니 하게도 그냥 내버려 뒀기 때문입니다.


딩고는 캥거루와 왈리비 등을 잡아 먹는 육식동물인데 딩고의 활동 범위를 제한하면, 즉 울타리 관리를 깐깐하게 하면 캥거루와 들고양이의 개체수가 급증해 생태계의 균형을 파괴한다고 합니다.


3개월에 한 번씩 새끼를 가질 수 있는 번식력이 왕성한 캥거루는 딩고 외는 천적이 없는데다 초원에서 먹성도 엄청나 영양분을 과다 섭취합니다. 다른 초식동물의 먹이를 캥거루가 거의 독차지 하다시피해 다른 야생동물의 먹이가 사라지는 것입니다.


집고양이가 야생화된 들고양이는 210만~630만 마리로 불어났는데, 이 들고양이들이 엄청난 수의 야생동물을 잡아먹어 문제가 됩니다. 들고양이들은 매일 새 100만 마리, 도마뱀 등 파충류 200만 마리를 잡아 먹어 야생동물의 씨를 말리고 있는 것이지요. 들고양이 한 마리의 위장에서 40마리의 도마뱀이 나오기도 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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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뱀을 사냥하는 딩고.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호주 뉴사우스웨일즈대 연구팀은 캥거루의 개체수가 늘어나면 다른 종의 개체수가 확연히 줄어든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스웨덴 농업과학대 연구팀은 210만~630만 마리로 불어난 들고양이를 딩고가 잡아먹어 다른 야생동물의 감소를 막아준다는 연구결과를 최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연구팀은 딩고와 들고양이의 먹이가 70~80% 가량 일치하는데 둘의 경쟁에서 들고양이가 밀리는 바람에 호주의 생태계가 제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연구팀은 "딩고는 들고양이뿐 아니라 외래종 여우, 야생화한 돼지, 염소 등을 제거하고 캥거루가 과다 번식하는 것을 억제한다"면서 "최상위 포식자는 생태계의 건강과 균형에 중요하게 기여한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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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야생에서 딩고와 접촉하려는 위험 천만한 행동을 해서는 안됩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딩고는 호주의 아웃백(호주식 영어로 '오지')에서 가끔 목격되는데, 간혹 여행자들이 차 문을 열거나 딩고 무리와 접촉하려는 아주 위험한 모험을 한다고 합니다. 사자나 호랑이, 늑대 같은 맹수가 존재하지 않는 호주의 최상위 포식자는 딩고입니다.


실제 호주 아웃백에서 일어나는 여행자 사고의 대부분은 식수가 떨어지거나 차량의 연료가 닳아서가 아닌, 야생동물을 먼저 건드려서 발생한 경우라고 합니다. 딩고는 사람과 마주치면 으르렁대면서 짖지는 않지만 때로 사람을 습격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혹시 호주로 여행 가신다면, 딩고는 집에서 기르는 가축이 아닌 야생의 맹수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