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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과학을 읽다

거북이가 사람보다 오래 사는 이유는?

by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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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은 최대 400년 이상을 산다고 합니다. 거북이 장수하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사진은 에콰도르 갈라파고스 군도에 서식하는 거북의 모습. [사진=AP/연합뉴스]

사람의 수명은 길어야 100년 입니다. 사람이 수명이 다해 사망하는 것은 인체 세포의 노화 때문입니다.


인체를 구성하는 체세포는 무한정 분열하지 못합니다. 이를 '헤이플릭 한계(Hayflick Limit)'라고 하는데 세포 분열 횟수의 한계가 정해져 있다는 말입니다. 미국의 해부학자 레오날드 헤이플릭(Leonard Hyflick)이 제시한 이론으로 인간의 세포는 평균적으로 40~60회 정도 분열한 뒤에는 노화해 사라진다는 개념입니다.


사람뿐 아니라 다른 동물도 저마다 수명이 있습니다. 그런데 유달리 오래사는 동물이 있습니다. 장수의 상징으로 알려진 거북이 대표적입니다. 육지에서 사느냐, 바다에서 사느냐에 따라 수명의 차이가 있지만 육지거북이의 수명은 대략 100년 내외, 바다거북이는 400년 이상 산 기록도 있다고 합니다.


외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1950년대에 잡힌 바다거북의 등에 스페인 사람의 이름과 배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고 합니다. 이름을 추적한 결과, 놀랍게도 배 이름은 무려 400년 전 스페인 함대에 소속된 전함의 이름이었던 것으로 밝혀집니다. 결국 이 바다거북의 수명은 400살이 넘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거북이가 이렇게 오래살 수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사람과 달리 세포가 노화되지 않는 것일까요?


과학자들이 가장 놀라는 것은 '텔로미어(telomere)'의 복구입니다. 모든 생물은 서로 다른 특징의 텔로미어를 가지고 있는데, 이 텔로미어의 길이와 수명은 비례합니다. 사람의 경우 나이가 들면 텔로미어의 길이가 점점 짧아집니다.


사람 체세포의 텔로미어 길이가 15~20kb(1kb는 DNA 내 염기쌍 1000개의 길이) 정도라고 알려져 있으며, 한 번 세포분열을 할 때마다 50~200bp(1bp는 1염기쌍)만큼씩 닳아 없어집니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사람은 대략 50회 내외의 세포분열한 뒤에는 더 이상 세포분열하지 않고 세포가 노화하면서 죽음에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사람보다 오래사는 거북이는 텔로미어의 길이가 사람보다 길기 때문이고, 사람보다 수명이 짧은 개나 고양이는 사람에 비해 텔로미어의 길이가 짧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거북이가 사람과 다른 것은 텔로미어가 복구된다는 것입니다. 거북이는 닳아 소진된 텔로미어를 다시 복구해 원상태로 만들기도 한다는 것이지요. 사람의 텔로미어는 한 번 닳아 없어지면 끝이지만 거북이의 텔로미어는 끝내 소진되기는 하지만 가끔 복구되기도 해서 사람보다 더 오래 살 수 있는 것입니다.


텔로미어 복구라는 놀라운 능력을 제외하더라도 거북은 인간에 비해 월등한 능력 몇 가지가 더 있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면역력입니다.


거북이의 게놈을 분석하면, 세포독성T세포나 자연살해세포 같은 면역세포의 활성을 높이는 유전자의 변이를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거북이는 바이러스와 박테리아, 곰팡이, 기생충에 대한 방어가 뛰어납니다. 즉, 인간의 표현으로는 '질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암을 억제하는 유전자도 유독 많이 발견돼 거북이는 암에도 잘 걸리지 않습니다. 결국 거북이는 작은 질병에도 걸리지 않고, 암 같은 큰 병도 피해가며, 노화도 느려 사람보다 훨씬 오래 살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유전자는 타고나는 것이지만, 물려받은 후에는 자신의 노력에 따라 바꿔나갈 수 있는 것입니다. 거북이는 장수 관련 유전자를 대대손손 진화시켜 왔던 것입니다. 거북이의 유전자를 연구하면 인간의 유전자를 더 발전시킬 수 있는 단서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