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알 피하려면 물속으로 잠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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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물속에서 총을 쏘면 그 위력이 어떨까요? 공기 중에서 소총이 쏜 총알은 수천m를 날아가는데 아무리 물속이라도 수백m는 나아가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총격전을 벌이다 위급한 상황이 되면 물속으로 뛰어들어 위기를 모면하는 장면이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주인공이 고층빌딩에서 바다나 강으로 뛰어들면 뒤따라온 적이 물속을 향해 총을 마구 쏘고, 주인공은 물살을 가르며 스치는 총알들 사이로 유유히 헤엄쳐 사라져 다시 나타나 복수를 하지요.


이런 전형적인 '클리셰(cliche)'에 대해 식상해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 만큼 흥미로운 장면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주인공이 물속으로 뛰어들면 총알을 피할 수 있음은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입니다. 영화적 허구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실제로 물속으로 2m(미터)만 잠수하면 권총, 3m를 잠수하면 소총 사격까지 모두 피할 수 있습니다. 물속에 들어온 총알은 공기 중에서 수천미터를 날아가도 물속에서는 많이 나아가야 2m50㎝ 정도가 한계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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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물속에서는 총알이 맥을 못추는 것일까요? 정답은 '항력' 때문입니다. 항력은 물체가 유체 안에서 움직일 때 움직이는 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물체의 운동을 방해하는 힘입니다. '저항력'이나 '끌림힘'이라고도 합니다. 항력은 유체의 밀도, 진행 방향에 수직인 물체 단면적, 물체의 속도에 비례합니다.


항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유체의 밀도' 입니다. 공기와 물의 밀도 차이는 상당히 큽니다. 일반 담수(0℃)의 밀도는 999.8㎏/㎥ 이지만 공기의 밀도는 1.29㎏/㎥에 불과합니다. 물의 온도가 올라가면 밀도는 더 높아집니다. 4℃의 물은 밀도가 1000㎏/㎥로 올라가지만, 공기의 밀도는 온도가 올라갈수록 낮아져 기온이 30℃일 때 1.16㎏/㎥로 더 낮아지지요.


바닷물일 경우는 밀도가 담수보다 더 높아집니다. 보통 바닷물의 밀도는 1025㎏/㎥으로 0℃일 때 공기 밀도보다 800배 정도 높습니다. 결국 바닷물 속에서 총알은 공기 중에서보다 최소 800배는 덜 나아간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공기 중에서 총알을 발사하면 1초에 약 900~1000m의 속도로 목표물을 향해 날아가지만, 물속에서는 항력 때문에 총알의 속도가 급속하게 떨어져 급기야 추진력을 잃고 돌처럼 가라앉고 맙니다.


얼마 전 디스커버리채널의 인기 프로그램 '미스버스터(Mythbusters)'에서 풀장에서 서로 다른 종류의 총을 발사해 총알이 얼마나 진행하는지를 실험했습니다. 실험 결과 총의 성능에 따라 총알은 최소 90cm~최대 2m50cm 이상을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결국 물속에서는 항력 때문에 공기 중보다 총알이 멀리 나아가지 못합니다. 그래도 소총이 고작 2m50cm 정도 나아가고 바닥에 떨어진다는 사실은 예상치 못한 의외의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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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냉전시대에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수중 전용 총기를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수중 전용 총기도 사거리는 불과 수십m에 머물렀다고 합니다. 총알의 앞부분을 못처럼 길쭉하고 뾰족하게 만들어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게 만들었지만 실용성이 떨어져 요즘은 별도로 수중 전용 총기를 만들지 않는다고 합니다.


물속에서 총기가 발사가 되느냐는 의문이 생길수도 있습니다. 요즘은 화약이 물에 젓어 총알이 발사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합니다. 총알 자체에 물이 스며들지 않기 때문에 며칠동안 총알을 물에 담갔다가 꺼내지 않는 다음에야 수중에서 총을 쏘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사거리가 최대 2m50㎝에 불과하다는 점이 문제가 될뿐 입니다.


영화의 장면처럼 총알을 피해야 할 상황이 생기지는 않겠지만, 만약 그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물속 2m50㎝ 이상만 잠수하면 안전하다는 사실 알아두시면 좋지 않을까요?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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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0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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