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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IF

[IF] 살아있는 '세포 로봇', 몸속 여행하며 癌 치료

by조선비즈

1966년 작(作) '마이크로 결사대(Fantastic Voyage)'는 영화 최초로 인체 내부의 탐험을 그렸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소설에 기반한 이 공상과학(SF) 영화는 세포 크기로 축소된 잠수정이 혈관을 돌아다니며 혼수상태에 빠진 환자를 구하는 이야기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지난 지금, 영화가 현실로 다가왔다. 이번에는 기계장치 잠수정 대신 살아있는 세포로 만든 로봇이 주인공이다. 국내외에서 과학자들이 다양한 세포로 만든 로봇이 암을 치료하고 미세플라스틱을 제거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수퍼컴퓨터로 로봇 설계도 만들어


미국 버몬트대학교와 터프츠대학교 연구진은 지난 13일 국제학술지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처음으로 세포들을 연결해 살아있는 로봇을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로봇의 이름은 아프리카발톱개구리(Xenopus laevis)의 이름에서 따와 '제노봇(xenobot)'다. 크기는 1㎜ 정도이다. 실험에서 로봇은 30초에 제 몸 정도 거리를 이동했다.


연구진은 먼저 개구리의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해 각각 심장세포와 피부세포로 자라게 했다. 다음은 설계도다. 심장세포와 피부세포를 어떻게 연결해야 원하는 이동 형태가 가능한지 수퍼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알아냈다. 로봇은 심장세포의 수축과 이완을 통해 움직인다. 피부세포는 골격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설계도대로 심장세포와 피부세포를 정확한 위치에 결합시켜 세포 로봇을 만들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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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컴퓨터 설계도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제노봇을 만들어 직선과 곡선 운동을 구현할 수 있었다. 생체나 환경에 해도 없다. 제노봇은 세포가 가진 자체 에너지를 이용한다. 7일 정도 시간이 지나면 에너지를 다 쓰고 로봇은 소멸한다. 생물이 죽으면 썩어 없어지는 것과 같다.


연구진은 세포 로봇이 의료·환경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에 본체 가운데 약물을 담을 빈 공간이 있는 제노봇도 만들었다. 이런 로봇은 사람 몸속으로 들어가 원하는 부위에 약물을 전달하거나 동맥에서 막힌 부분을 뚫는 데 쓸 수 있다. 또 바다에서 미세플라스틱을 붙잡거나 방사능 폐기물을 청소할 수도 있다고 연구진은 기대했다.


세균의 운동능력, 면역세포 탐지능력


세포 로봇은 제노봇처럼 세포를 하나하나 붙여 만드는 대신, 살아있는 단세포 생물을 이용할 수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박종오 마이크로의료로봇연구원장이 2013년 개발한 '박테리오봇(Bacteriobot)'이다. 박 원장은 독성 유전자를 없앤 식중독균 살모넬라의 머리에 항암제를 담아 조종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세균을 로봇으로 만드는 이유는 두 가지다. 먼저 동력이다. 살모넬라균은 정자 꼬리 같은 편모(鞭毛)를 채찍처럼 휘둘러 이동한다. 미세 모터를 따로 개발할 필요가 없다. 2017년 독일 연구진은 살모넬라처럼 편모를 가진 정자를 항암제 전달 로봇으로 개발했다. 다음은 탐지 능력이다. 살모넬라는 산소가 희박한 곳에 사는데 암세포는 급속히 성장하면서 주변 산소를 고갈시킨다. 즉 살모넬라균은 암세포를 찾아 공격하는 미사일로 안성맞춤인 셈이다. 대식세포나 T세포, 자연살해(NK)세포 같은 면역세포도 원래 외부 병원체나 암세포를 공격하기 때문에 역시 로봇으로 자주 이용된다.


박석호 전남대 교수는 2016년 대식세포에 항암제와 철 입자를 장착한 로봇을 발표했다. 외부에서 자석으로 대식세포 안의 철 입자를 끌어 암세포까지 이동시키면 항암제로 공격한다. 같은 대학 최은표 교수는 면역세포 로봇을 정밀하게 유도하는 장치를 개발했다. 해외에서는 자석을 움직여 몸 안의 세포 로봇을 이동시키지만, 국내서 개발된 장치는 자기공명영상(MRI) 장치처럼 사방에서 자기장을 가해 철 입자를 가진 면역세포 로봇을 3차원 입체 형태로 조종해 암조직으로 정확하게 보낼 수 있다. 연구진은 대식세포 로봇에 금 입자까지 추가했다. 외부에서 레이저를 비추면 대식세포 내부의 금 입자에서 열이 나면서 암세포를 태워 죽인다.


최 교수는 "세균과 면역세포를 이용한 암세포 공격 로봇은 동물실험에서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했다"며 "법적 기준이 마련되면 상용화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포 로봇은 의료기기와 의약품의 성격을 모두 갖고 있다. 만약 의약품으로 분류되면 까다로운 임상시험을 거쳐야 해 상용화가 쉽지 않다. 다행히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의료기기와 의약품의 성격을 모두 가진 기술을 융복합 의료제품으로 분류해 신속 허가 절차를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ywlee@chosun.com);유지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