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는 귀엽지만 성능은 선수, 푸조 3008 SUV 퓨어테크

[자동차]by 카매거진

계절과 관련해 농담삼아 하는 이야기가 있다. 봄과 가을은 짧고, 여름과 겨울은 길다는 것을 아주 직관적으로 표현한 봄여어름갈겨어울이다.


시승기사에서 굳이 이런 장난 같은 표현을 언급하는 것은 11월이 됐지만 여전히 20도를 넘는 기온과 반팔이 더 편한 날씨가 갑작스레 확 꺾였기 때문이다. 독자 여러분이 이 글을 볼 때는 서늘하겠지만, 불과 며칠의 전의 시승은 늦가을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는 아주 짧은 가을의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그 짧고 소중한 가을의 순간, 서울에서 강원도 고성까지 푸조 3008 SUV 퓨어테크와 함께 달려봤다.

푸조 3008 SUV는 5008 SUV와 함께 이 회사의 소중한 모델이다. 밴은 아니지만 SUV도 아닌 것이 활용성은 좋지만 어중간한 형상의 MPV였던 1세대와 달리 2세대는 확실한 SUV의 형태로 많은 이들의 선택을 받았기 때문이다. SUV가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로 자리 잡기 전부터 사랑 받아왔으니 브랜드 입장에선 효자일 수 밖에 없다.


거기에 2016년 2세대 출시 당시 상당히 앙칼진 디자인을 입으며 세련미를 가득 풍기기 시작했고, 2020년 부분변경을 거치며 미모를 완성했다. 사자의 수염처럼 좌우로 뻗은 그릴, 송곳니를 형상화한 풀 LED 헤드램프는 세련미에 날카로움을 얹었다. 현행 푸조의 시그니처로 자리잡은 이 디자인은 다른 어떤 모델보다도 3008 SUV로 볼 때 가장 친근하다.

거기에 후면부는 사자 발톱 자국을 형상화 하며 입체적인 존재감을 만들었다. 트렁크 중단을 가로지르는 블랙 하이글로시는 차의 무게감을, 양 끝에 자리한 3D LED 리어램프는 단정하면서도 듬직하다. 험난한 야생에서, 무리에겐 친절하지만 상대에겐 한없이 냉정한 우두머리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기분이다.


실내에서는 투박하지만 세심한 배려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은 푸조의 아이-콕핏(i-Cockpit®)의 특징이다. 콤팩트한 스티어링 휠은 운전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다이내믹한 조향감을, 키가 작거나 손이 작은 이들에겐 부담스럽지 않은 움켜쥠을 제공한다. 덕분에 스티어링 휠을 어떤 위치에 두어도 계기판과 전면 시야는 방해받지 않고, 정보의 전달은 명확하다.

최근 출시되는 차들과 비교되는 8인치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는 약간의 아쉬움이다. 타 브랜드 모델의 경우 연식변경에서도 변화를 주는 부분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다만 터치의 반응 속도 자체는 상당히 빠른 편인 동시에, 스마트폰 미러링도 가능하기 때문에 최신 차종 못지 않은 실용성을 갖추고 있다.


파워트레인은 1.2리터 퓨어테크 가솔린 터보 엔진과 EAT 8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됐다. 낮은 배기량에 제대로 달릴 수 있을지 궁금하겠지만, 1,750rpm에서부터 터져나오는 27.5kg.m의 최대토크는 답답함을 느낄 새 없이 속도를 높여준다. 또한 131마력의 최고출력은 국내 도로환경에서도 부족함 없는 실력을 보여준다. EAT 8단 변속기에 적용된 퀵 앤 컴포트 시프트 기술은 매끄럽고 신속한 변속을 통해 부드러운 승차감을 제공하는 동시에 날카롭고 폭발적인 성능도 동시에 보여주는 것이 영락없이 힘을 숨긴 사자다.

공인 연비는 복합 12.2km/L에 불과하지만, 실제 주행환경에서는 디젤 엔진 못지 않은 뛰어난 연비를 자랑한다. 고성까지 질주하는 서울양양고속도로 위에서, 여유와 속도를 적절히 섞어가며 즐겼음에도 트립 컴퓨터에는 15.7km/L의 연비가 표시됐다. 낮은 배기량에 실망할 틈이 없다.


고루 적용된 첨단 안전장비는 동승자와 여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도 제공한다. 차선이탈 방지 보조와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 최신 차종 못지 않은 ADAS 시스템이 탑재됐기 때문이다. 저 멀리 보이는 산과 풍경이 예쁘다는 말에 맞장구 치기 위해 아주 잠시 시선을 돌리는 것 쯤은 별 일이 아니다.

이번 여정은 대부분이 잘 포장된 도로였지만, 사실 3008 SUV는 오프로드 성능이 준수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드라이브 모드부터 ▲표준 ▲에코 ▲스포츠 3가지 기본모드에 더해 ▲스노우 ▲머드 ▲샌드 등 다양한 노면에 대응할 수 있는 그립 콘트롤 모드가 추가로 적용됐다. 210년이라는 긴 브랜드 역사 속에서 푸조의 이름을 대대적으로 알린 ‘랠리의 전설’은 현재에 와서도 진가를 발휘한다. ‘언제적 푸조의 랠리 역사냐’ 할 수 있겠지만, 본디 뼛속 깊이 새겨진 DNA는 필연적 상황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법이다.


국내 판매가격은 ▲알뤼르 4,350만원 ▲GT 4,670만원 ▲GT팩 4,960만원이다. 비싸게 느껴질지 모르겠으나, 출시 당시와 비교하면 가격 인상폭은 굉장히 낮은 편이다. 지난 수개월~2년 이내 출시된 차들이 연식변경이나 부분변경, 세대변경을 진행하며 올린 가격대를 생각한다면 오히려 인하된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언제든, 어떤 환경에서든 늘 한결같은 만족감을 주는 차가 있다. 유독 짧은 가을의 순간을 보내는데 있어 결코 실패할 일 없는 차와 보내고 싶었다. 그리고 푸조 3008 SUV은 그런 차에 해당한다. 겨울을 알리는 가을비가 내리기 직전, 살짝 더운 날씨 속 긴 주행을 함에 있어 한결같은 만족감을 주는 이 차는, 분명 확실하게 믿고 맡길 수 있는, 그야 말로 ‘선수’다.


최정필 기자 choiditor@carmgz.kr

2023.11.14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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