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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방문도 가구도 없습니다,
건축가가 지은 '소박한 나의 집'

by조선일보

나무로 지은 연면적 40평 양평 2층집 설계·기초공사·시공 직접한 박진택씨

탁 트인 공간 만들려 문·가구 최소화… 모서리 쪽은 창으로 내 햇살 들여

"다 갖추고 살지 않아도 되더라"


중이 제 머리 못 깎듯 집 짓는 게 일인 건축가에게도 '내 집'을 짓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적잖은 건축가가 아파트에 산다. 자택을 직접 설계하더라도 공사는 전문 시공사에 맡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박진택(44)은 드물게도 자기 머리를 직접 깎은 건축가다. 2012년 베네치아비엔날레 건축전 한국관 참여 작가였던 그는 영국에서 유학하고 일하다 귀국해 경기도 과천 아파트에 전세로 살았다. 그 아파트가 재개발에 들어가면서 이사 가야 할 처지가 되자 집을 짓기로 마음먹었다. 남한강 가까운 경기 양평에 터를 정하고 2016년 봄부터 작년 가을까지 나무로 연면적 132.39㎡(약 40.12평)짜리 2층집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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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박진택이 양평에 직접 지은 2층집. 외장재로 물에 잘 견디도록 처리된 삼나무를 썼다. 네모반듯해 보이지만, 벽에 일정한 간격으로 창을 내지 않고 모서리 전체를 창으로 만든 디자인이 독특하다. /채민기 기자

전기와 난방 등 설비, 지붕 같은 곳은 기술자들에게 '하도급'을 줬지만 기초 공사, 목재 기둥·보와 벽체의 조립, 실내 바닥 공사 등은 뚝딱뚝딱 직접 해냈다. 최근 이곳에서 만난 박진택은 "시공 실력이 부족해서 하자가 생긴다면 그 또한 감당하며 살자는 생각으로 지었다"고 했다. 나무로 지은 집의 내구성을 의심하는 시선도 있었지만 집은 얼마 전 수도권까지 강력한 바람을 몰고 왔던 태풍 '링링'을 너끈히 견뎠다.


직접 시공에 나선 이유가 있었다. 우선 "디자인이 시공 과정에서 좌지우지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집 짓는 현장에선 설계자와 시공자의 의견 차이로 디테일(세부 표현)이 변경되는 일이 종종 생긴다.


비용 문제도 있었다. 처음 잡은 예산은 과천 아파트 전세금이었던 2억4000만원. 결과적으론 총 4억원 정도 들었다. 박진택은 "토지 구입비, 자재비, 세금과 각종 인허가 비용, 공사 기간 생활비까지 다 합친 금액"이라고 했다. 공사하면서 한동안은 현장에 텐트를 치고 지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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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까지 천장을 튼 거실에는 가구가 거의 없지만 휑하지 않다. 모서리 큰 창을 통해 들어온 빛이 충만하다. /건축가 박진택

"시공사에 들어갈 비용을 자재에 쓴 셈"이라고 했다. 특히 목재를 물에 잘 견디도록 처리한 값나가는 것을 썼다. 삼나무로 뼈대가 되는 기둥과 보를 엮고 벽도 삼나무(외벽)와 편백나무(내벽) 소재다. 그는 "규격화된 재료라서 조립은 플라모델(플라스틱 모형)이나 이케아 가구와 비슷하다"고 했다. 콘크리트처럼 물이 들어가는 소재는 배합 비율이나 굳는 시간까지 고려해야 해 초보자에겐 버겁다고 판단했다. 같은 목재여도 벽이 곧 구조체가 되는 방식은 비용이 덜 들지만 창의 크기나 위치 같은 표현에 제약이 있었다.


건물 모서리를 통째로 차지한 유리창부터가 여느 주택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디자인이다. 널찍한 2층 발코니가 정자(亭子)나 한옥의 누마루 같다. 기둥과 보가 그대로 드러난 실내에는 1층 화장실 정도를 빼면 문이 없다. 바람도 잘 통하고, 공간이 켜켜이 중첩돼 보이는 게 좋아서 달지 않았다고 한다. 가구도 거의 없다. "가구도 문도 없이 지내다 보니 꼭 전부 갖춰놓고 살아야 하는 건 아니구나 싶더라고요."


건축 전문가가 아니어도 좋은 집을 지을 수 있을까. 박진택은 "이곳 주변만 해도 직접 짓고 있는 분들이 꽤 된다"고 했다. "그런 분들에게서 건축 교과서에 안 나오는 아이디어를 얻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바닥의 난방 배관 위에 자갈을 덮고 시멘트를 살짝만 발라 타일을 붙이면 시간이 지나도 타일이 뜨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서두르지 않고 아주 꼼꼼하게 한다면 직접 짓는 것도 문제없다고 생각합니다."


채민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