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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천사대교 개통으로 가까워진 '남도의 섬'… 200일 만에 380만명 찾았다

by조선일보

전남 신안군 다도해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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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과 섬이 끝없이 펼쳐진다. 1004개의 섬이 있어 ‘천사섬’이라고 불리는 전남 신안에선 흔한 풍경이다. 섬과 섬은 다리로 이어진다. 올해 4월 개통한 천사대교로 신안 중부권 섬 여행이 쉬워졌다. 천사대교를 건너 팔금도 채일봉 전망대에 올라 바라본 풍경이 장관이다. /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섬은 고립과 단절을 의미하곤 했다. 과거에 뭍과 섬을 이어주는 건 뱃길뿐이었다. 이제는 달라졌다. 육지와 섬, 섬과 섬을 연결하는 다리가 늘어나면서 차를 타고 갈 수 있는 섬도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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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3300개가 넘는 섬이 있다. 전남 신안이 가진 지분은 그중 3분의 1(모두 1004개)에 달한다. 신안 앞바다에서 섬들은 외롭지 않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섬들의 천국이다. 섬의 개수 때문에 '천사섬'이라고도 한다.


올봄 천사섬에 새로운 다리가 놓였다. 4월에 개통한 '천사(千四)대교'다. 덕분에 목포와 압해도, 암태도, 자은도, 안좌도, 팔금도, 자라도, 추포도, 박지도, 반월도 등 신안 중부권 섬들이 하나로 이어졌다. 배 대신 이젠 차를 타고 신안의 여러 섬을 구석구석 둘러볼 수 있다. 천사대교가 놓이자 신안을 찾는 사람도 많아졌다. 개통 200일 만에 오간 차량만 180만대, 섬을 찾은 관광객은 380만명이 넘었다. 압해도와 연결된 신안 중부권 섬 주민은 다 합쳐도 1만명이 안 된다. 다리가 바꾼 섬, 신안으로 차를 몰았다. 낯설고 멀게만 느껴졌던 섬 너머 풍경이 눈앞으로 돌진해왔다.

섬과 섬을 잇는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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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개통한 자은도 ‘무한의 다리’. 섬과 섬을 연결한 보행교로 다리 위를 걸으며 섬 풍경을 즐길 수 있다. /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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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태도 오도선착장에서 바라본 천사대교 야경. / 신안군

압해도와 암태도를 잇는 천사대교는 올해 4월 4일 개통했다. 압해도는 신안군청 소재지로 목포와는 압해대교로 연결돼 있다. 암태도는 자은도, 팔금도, 안좌도, 자라도, 추포도, 박지도, 반월도 등 크고 작은 섬과 연륙교와 연도교로 이어져 있다. 천사대교가 생기기 전까지 압해도와 암태도를 잇는 건 뱃길이 유일했다. 압해도 송공항에서는 30분, 목포에선 1시간이 넘게 걸렸다. 날씨가 험하면 이 뱃길마저 끊기곤 했다. 천사대교가 놓이면서 두 섬은 차로 15분 거리가 됐다. 천사대교가 묶은 건 두 섬만이 아니다. 신안 중부권 섬들이 육지와 하나로 이어졌다. 어디서든 차를 타고 섬 여행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 여행의 일등 공신인 천사대교를 먼저 찾았다. 총길이 10.8㎞로 인천대교, 광안대교, 서해대교에 이어 국내에서 넷째로 긴 해상 교량이다. 다리 하나를 현수교와 사장교 두 가지 방식으로 건설했다. 암태도 오도선착장은 천사대교를 조망하기 좋은 곳이다. 바다를 가로지르는 위풍당당한 천사대교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밤이면 오색으로 불 밝힌 천사대교의 야경을 즐기기에도 좋다. 압해도 천사대교 입구에 지은 전망대에서도 늘씬하게 뻗은 이 다리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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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의 자전거길을 갖춘 신안은 라이더의 천국. 해변 따라 색다른 라이딩도 즐길 수 있다. / 신안군

섬은 섬으로 또다시 이어진다. 섬과 섬을 잇는 다리 덕분이다. 안좌도 퍼플교는 섬 여행에서 색다른 경험을 안겨준다. 퍼플교는 안좌도 두리마을과 박지도, 반월도를 잇는 보행교. 바다 위에 세운 이 목교는 '걸어서' 건너야 한다. 물때에 따라 바닷물이 오가며 다른 무늬를 보여준다. 천천히 걷거나 앉아서 쉬어가며 주변 풍경과 여유를 즐기기 좋다. 퍼플(purple· 보라색)교라는 이름만큼 주변 마을 풍경도 독특하다. 퍼플교로 연결된 안좌도 두리마을과 박지도, 반월도의 건물 지붕은 온통 보라색이다. 섬을 오가는 마을버스, 쓰레기통마저도 보라빛이다.


박지도와 반월도엔 청도라지와 보라색 꽃, 과실이 많이 난다. 전라남도의 '가고 싶은 섬' 프로젝트의 하나로 보라색을 섬을 상징하는 색으로 정했다. 올해 지붕을 그 색으로 칠했고 라벤더 같은 식물을 심었다. 작은 섬마을이 보랏빛으로 물들면서 퍼플교를 찾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 창원에서 온 한정임(53)씨는 "차를 타고 섬을 여행하는 것도 편리하고 좋지만 직접 걸어서 건널 수 있는 다리가 기억에 남을 것 같다"며 "보라색 다리와 마을 풍경도 색다르고 아름답다"고 했다. 아쉽게도 퍼플교 보수 공사로 현재 박지도와 반월도 구간은 통행할 수 없다. 퍼플교 건너 박지도만 가볍게 둘러보고 나올 수밖에. 박지도에선 둘레길 따라 피톤치드(나무에서 나오는 삼림욕 성분)를 마시며 산책을 즐길 수 있다. 두리마을과 박지도 구간도 다음 달 25일부터 보수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완벽한 퍼플교와 박지도, 반월도 도보 여행은 내년 1월에나 가능하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려 자은도 둔장해변으로 갔다. 지난달 개통된 무한의 다리는 둔장해변과 구리도, 고도, 할미도를 잇는 길이 1004m의 보행교다. 바다 위를 걷는 듯한 기분으로 갯벌과 작은 무인도를 돌아볼 수 있는 탐방로이기도 하다. 한국 대표 조각가 박은선 작가와 스위스 출신의 세계적 건축 거장 마리오 보타가 이름 붙인 '무한의 다리'는 섬과 섬이 다리로 연결돼 있는 연속성과 끝없는 발전이라는 뜻을 담았다. 무한의 다리와 함께 고즈넉한 둔장해변을 따라 섬 여행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예술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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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태도 명소가 된 기동삼거리 부부 벽화. 동백나무가 뽀글뽀글한 파마머리가 됐다. /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소박하지만 알찬 예술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것도 천사섬이 가진 매력이다. 암태도 기동삼거리는 천사대교와 자은도, 팔금도, 안좌도를 오갈 때 한 번은 지나게 되는 길목이다. 이곳엔 여행객의 눈길과 발길을 붙잡는 벽화가 있다. 동백나무 파마머리 벽화, 동백 파마머리 벽화, 파마머리 벽화…. 사람마다 부르는 이름은 다르지만, 집주인 부부의 얼굴을 그린 벽화다. 동백나무를 머리 삼아 담벼락에 그린 부부 얼굴이 인자하기 그지없다. 뽀글뽀글한 파마머리처럼 보이는 동백나무에 웃음이 나온다. 이 벽화는 암태도의 대표 포토존이 됐다. 사진 찍는 사람들 얼굴에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전주에서 온 주부 김영진(46)씨는 "재미있는 벽화 덕분에 친구들과 한참 웃으며 기념사진을 찍었다"며 "이번 섬 여행의 색다른 추억이 될 것 같다"고 했다. 벽화가 있는 삼거리는 교통량이 많은 곳이다. 사진 촬영 때는 안전에 유의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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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해도 여행 코스로 꼽히는 천사섬 분재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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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화가 김환기의 안좌도 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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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이 온통 보라색인 안좌도 두리마을. /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신안군

신안 안좌도는 한국을 대표하는 추상화가 김환기의 고향이다. 안좌도 읍동리엔 세계적 예술가를 낳고 키운 생가가 있다. 천사대교 개통으로 안좌도 김환기 고택을 찾아가는 길이 편해지면서 여행의 필수 코스로 떠올랐다. 남아 있는 건 비록 집 한 채뿐이지만 김환기 팬이라면 잠시나마 그의 흔적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너른 마당에서 김광섭의 시 구절에서 제목을 붙인 김환기의 유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를 떠올렸다. 담장에 피어난 작은 들꽃마저 예술처럼 느껴지는 고택을 감상해보시길.


섬에 문을 연 작은 미술관들도 들러볼 만하다. 암태도에 문을 연 에로스서각박물관은 색다른 예술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글씨나 그림을 나무나 기타 재료에 새겨넣는 것을 서각(書刻)이라고 한다. 현대 조각법과 우리 고유의 전통 기법이 결합한 독특한 작품, 에로스와 결합한 예술을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 일부 작품은 미성년자 관람 불가다. 폐교를 활용한 미술관 풍경도 정겨워 둘러보기 좋다. 천사대교 개통 후 지난달까지 40만명이 다녀갈 정도로 인기라고. 월요일 휴무,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까지(11월부터 2월까지는 오후 5시까지).


천사섬 분재공원은 압해도 송공산 기슭 10만㎡에 만들었다. 다도해가 내려다보이는 분재공원에는 분재원과 산림욕장, 잔디광장, 유리 온실뿐 아니라 저녁노을미술관과 북카페도 있다. 잘 가꾼 명품 분재 1000여 점과 미술 작품을 눈에 담으며 조용히 쉬어가기 좋다. 월요일 휴무,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신안군은 섬 하나에 미술관 하나를 건립하는 '1도(島) 1뮤지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자은도에 조성 중인 조각 미술관과 안좌도에 마련할 '자연 그대로의 미술관'이 문을 열면 섬마다 예술이 일렁이고 볼거리가 더 많아질 전망이다.

끝없이 펼쳐진 다도해

섬과 섬을 잇는 다리를 건널 때마다 바다 너머 끝없이 펼쳐진 섬들이 눈에 들어왔다. 다도해(多島海)라는 말이 실감날 만큼 많은 섬이 모여 있는 천사섬의 진풍경을 보고 싶었다. 팔금도 선학산 채일봉전망대(159m)에 올랐다. 꼬불거리는 임도는 산악 자전거 코스로도 이용된다. 전망대까지는 가파른 산길을 올라야 한다. 그러나 수고한 만큼 흡족한 전망을 선사한다. 360도 전망을 즐길 수 있는 전망대에선 셀 수 없이 많은 섬이 바다에 떠 있는 다도해 장관과 차를 타고 돌아본 섬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멀리 천사대교와 함께 암태도와 팔금도를 잇는 중앙대교가 손에 잡힐 듯하다. 섬이지만 농업이 발달해 황금빛으로 물드는 들판도 감상할 수 있다. 산행을 즐긴다면 자은도의 두봉산(364m)과 암태도의 승봉산(356m)을 코스에 추가해도 좋다. 다도해와 천사대교의 장관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섬이 많은 만큼 천사섬에는 해변도 흔하다. 이름이 없는 해변이 더 많다. 자은도의 분계해변은 그 무수한 해변 중에서도 아름다워 이름을 얻은 곳이다. 쭉 뻗은 해변이 차분하면서 아늑한 느낌을 준다. 해변을 따라 이어지는 해송(海松) 숲도 일품이다. 조선시대부터 방풍림으로 조성한 해송 숲엔 아름드리 나무가 즐비하다. 그중에 '여인송'이라는 나무는 연인들의 사랑을 이뤄준다는 전설이 있어 찾는 사람이 많다. 해송 숲길을 따라 응암산(122m) 정상에 올랐다. 분계해변과 방풍림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정상 부근이 가파르긴 해도 가볍게 오를 수 있다. 분계해변 너머 양산해변과 바다로 뻗어나간 해안선 절경을 눈에 담았다. 기대하지 않은 새로운 풍경을 만나고 새로운 곳을 발견하는 것이야말로 섬 여행의 재미요 매력이다. 섬과 섬은 다시 이어질 것이다. 다음 섬 여행에선 또 다른 풍경을 낚을 것이다.


신안=강정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