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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코로나로 학교 안 가 만세?
여름방학 1주일 될 수 있다

by조선일보

[아무튼, 주말]

개학 3주 연기 학사 일정 도미노

조선일보

교육부가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에 개학 연기 명령을 내린 지난 2일 전북 전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교실을 정리하고 있다. /뉴시스

3월이 되었지만 학교 문은 굳게 닫혀 있다.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 개학을 3주일 뒤로 밀어냈다. 학생들은 만세를 불렀다. 상당수 학원까지 휴원에 들어가며 '공부 없는 방학'이 하늘에서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전국 단위로 장기적인 휴업령을 내리기는 처음이다.


"코로나19 '심각' 격상으로 교육부 휴업(3월 2~20일) 명령. 입학식은 3월 23일로 변경. 가정학습 자료는 학교 홈페이지 내 '안심학교'에 탑재됩니다."


지난 3일 서울 이수중학교 정문에 붙은 안내문이다. 운동장은 텅 비어 있었다. 교육부는 코로나 사태로 개학을 1주일 미룬 상태에서 미성년 확진자가 급증하자 추가로 2주일 더 연기했다. 총 3주(수업일수 15일) 동안 학교 문을 걸어 잠그는 셈이다. 일부 유치원과 초등학교는 아이 맡길 곳이 마땅치 않은 학부모를 위해 긴급 돌봄교실을 운영한다.


학생들에게는 나쁜 소식도 있다. 이른바 '법정 수업일수'. 하늘이 무너져도 초·중·고교는 연간 190일, 유치원은 180일을 채워야 한다. 교육부는 "개학 연기로 축난 수업일수는 여름방학이나 겨울방학을 줄여 보충할 것"이라고 했다. 미래의 방학을 3주만큼 당겨쓰는 식이니 조삼모사다.

올 여름방학은 1주일?

주 5일 수업제(이른바 '놀토')가 정착된 뒤 법정 수업일수는 190일이다. 어떤 재난으로 수업일수를 줄여야 할 경우 첫 기준점은 '15일'이다. 충북교육청 성현진 장학사는 "개학 연기가 15일(3주) 이내일 경우는 방학을 꺼내 쓰는 방식으로 수업일수를 보충하고, 16~34일(최대 7주)로 늘어나면 법정 수업일수를 10%까지 감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달 말까지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지 않아 부득불 개학을 더 연기해야 할 경우 수업일수를 171일까지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또 수업시수라는 개념이 있다. 고등학교의 경우 1교시는 50분이고 17주를 1단위로 한다. 과목에 따라 주당 수업시수는 제각각이다. 재난 상황이 길어져 수업일수를 줄여야 한다면 수업시수도 축소가 불가피하다. 하루에 9~10교시까지 운영할 수는 없으니까.


학교들은 요즘 학사 일정을 조정하느라 분주하다. 특목고 교사 A씨는 "1학기 기말고사를 7월 초에 보려다 7월 셋째 주로 미뤘다"며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정부가 대입 일정(수시 생기부 마감과 수능시험)만 건드리지 않으면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학을 어떻게 줄일지는 각 학교장이 결정한다. 경기도 공립고 교사 B씨는 "여름방학을 1주일에서 열흘 정도로 대폭 줄여 수업일수를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개학을 오는 23일로 연기하고도 '학부모 총회는 당초 보고한 대로 20일에 진행하라'고 장학사가 요구해 피곤하다"는 불만이 나왔다.


지필 평가 횟수도 예년과 달라질 수 있다. A씨는 "학기마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반드시 치러야 하는 건 아니다"며 "중간고사는 보지 않고 수행평가로 대체한 뒤 기말고사만 볼 수도 있다"고 했다. 학생들을 성적순으로 줄 세워야 하는 고등학교는 둘 다 치를 가능성이 높고, 중학교는 중간고사 건너뛰고 기말고사만 보는 학교가 많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학부모는 '돌봄과 학업결손'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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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학 연기로 긴급돌봄교실을 운영하고 있는 경기 수원의 한 초등학교. /뉴시스

코로나 사태는 학부모와 학생에게도 준비를 요구한다. 경기도 고양의 한 중학교 학부모회장은 최근 "아이들이 각자 수저와 물을 따로 지참하도록 해달라"고 학부모들에게 요청했다. 서울시교육청 급식기획팀은 "학교 급식실에서 열탕 소독을 하기 때문에 수저를 따로 챙기는 것을 권하지는 않는다"며 "급식 시간에 학생 간격을 띄우거나 급식실이 아닌 교실에서 식사하는 문제는 학교마다 여건이 달라 일괄적으로 안내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했다.


'아무튼, 주말'은 개학이 오는 23일로 연기된 직후 설문조사를 의뢰했다. 지난 3일 SM C&C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 프로(Tillion Pro)'가 묻고 30~50대 학부모 1540명이 답했다. 막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가 어디에 속하는지 확인했는데, 초등학생이라는 응답자가 34%로 가장 많았고 고등학생과 유치원생이 각각 19%, 중학생 13% 등이었다.


먼저 개학 연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찬성한다'가 79%, '반대한다'가 13%였다. 개학이 미뤄지면서 가장 큰 근심은 뭘까. '돌봄 문제'와 '학업 공백'이 각각 37%씩 점령했다. 집에 있는 아이의 식사를 챙겨주고 관리하는 것 못지않게 공부를 게을리할까 봐 걱정하는 것이다. 'PC방 등으로 외출 후 감염될까 두렵다'는 응답이 25%로 뒤를 이었다. '돌봄 문제'는 30대 남성(67%)에서, '학업 공백'은 40대 여성(49%)에서 각각 높게 나타났다.


개학 연기 기간에 학생들은 집에서 온라인으로 학습 및 생활 지도를 받는다. 각 학교는 3월 첫째 주에 담임 배정과 교육과정 계획 등을 안내했다. 교육부는 "학생은 디지털 교과서 'e-학습터'와 EBS 등에서 학습 자료를 무료로 내려받아 자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다"며 "3월 둘째 주부터는 온라인 학습방을 개설해 과제를 내고 학습 피드백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1월 공공기관과 300인 이상 사업장에 도입된 가족돌봄휴가는 1년에 10일까지 사용할 수 있다. 정부는 돌봄교실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하도록 하고, 가족돌봄휴가는 최대 15일(유급)로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치동 학원가는 무풍지대?

조선일보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학원도 개학할 때까지 휴원해야 한다'는 응답이 42%로 가장 높았다. 학부모들은 '온라인 강의로 대체'(30%) '학부모 투표로 결정'(15%) '방역하고 수업 진행'(13%) 순으로 답했다.


세계보건기구는 밀접 접촉자 기준을 '1m 이내'로 규정한다. 침방울은 1~2m까지 튈 수 있다. 여럿이 닫힌 공간에 모이는 학원에서는 밀접 접촉이 빈번히 일어난다. 학원 수업은 위험을 감당하는 일이다.


휴원은 권고일 뿐 강제력이 없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2월 말 기준으로 관내 학원·교습소 2만5254개소 중 9278개소(36.7%)만 휴업에 참여했다. 대치동 학원가가 포함된 강남·서초 지역은 18.5%에 그쳤다. 대치동 학원가의 한 강사는 "수업을 계속하고 있다"며 "대치동은 코로나 무풍지대"라고 했다.


고양의 한 학원이 2월 말 학부모 2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투표에서는 고등부 44%, 중등부 73%가 '휴원 연장'에 찬성했다. 휴원 연장을 결정한 학원장은 "저희 같은 규모의 학원은 소규모 학원에 비해 수퍼 전파자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안전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며 "일주일치 공부 자료를 제공하고 과제 검사와 첨삭 등으로 수강생을 관리할 것"이라고 했다.


중학교 3학년에 올라가는 김모(15)양은 "개학이 연기돼 처음엔 좋았지만 집에만 틀어박혀 있으니 심심하고 답답하다"며 "빨리 학교나 학원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예비 중학생 박모(13)양은 지금 노는 게 미래의 방학을 당겨쓰는 것이라고 하자 "상관없다. 어차피 여름방학 특강이 줄어들 테니"라고 대꾸했다.


전국 초·중·고교 마스크 비축분을 일반 시민에게 보급하려던 교육부는 '돌려막기 논란'에 부딪히자 서울·경기·인천 지역 학교에서 160만개만 수거하기로 계획을 수정했다. 서울시교육청 학교보건팀은 "학생들이 등교할 때 마스크 착용 여부는 현재 마스크 수급난과 얽힌 문제라 상황을 보고 다시 안내할 것"이라고 했다.


[박돈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