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코로나19에 팬데믹 전격 선언 배경은?

[이슈]by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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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

세계보건기구(WHO)는 11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다. WHO가 그간 주저해온 팬데믹을 마침내 선언하면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향후 전 세계 성인의 40~70%를 감염시킬 정도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WHO, 팬데믹 전격 선언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현재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팬데믹 선언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코로나19의 심각한 확산 수준에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코로나19가 팬데믹으로 특징될 수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고 말했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팬데믹 선언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팬데믹은 가볍게 혹은 무심하게 쓰는 단어가 아니다. 자칫 잘못 사용하면 비이성적인 공포를 불러일으키거나 전쟁이 끝났다는 정당하지 못한 인정을 통해 불필요한 고통을 낳는다”고 말했다. 전 세계 확산을 충분히 고려한 끝에 선언을 했다는 의미로 보인다.


WHO는 팬데믹을 극복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현 상황을 팬데믹이라고 묘사하는 것은 코로나19가 제기한 위협에 대한 WHO의 평가를 바꾸지 않고, WHO가 하는 일과 각국이 해야 하는 일을 바꾸지 않는다”며 “각 정부가 탐지, 진단, 치료, 격리, 추적 등을 한다면 소수의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집단 감염과 지역 감염으로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외 코로나19 감염이 급증된 국가도 언급됐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이란과 이탈리아, 한국이 취한 조처에 감사한다”며 “WHO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사회적, 경제적 결과를 완화하기 위해 모든 분야의 많은 파트너와 협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WHO, 그간 미뤄오던 팬데믹 전격 선언 배경은?

지난해 말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는 급속히 확산돼 전 세계 119개국에 퍼졌다. 확진자만 12일 기준으로 12만1700명, 사망자만 4382명에 달했다. 이에 전 세계 많은 보건 및 감염병 전문가가 이미 팬데믹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지만 WHO는 ‘중국 눈치보기’와 ‘공포심리’ 확산을 이유로 팬데믹 선언에 주저해왔다. 마이클 라이언 WHO 긴급대응팀장은 “팬데믹 선포가 각국의 바이러스 억제를 위한 노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팬데믹의 기준은 강력한 전염성, 사람 대 사람 간 전염, 동일한 전염병이 2개 대륙 이상에서 발생할 것 등이다. 다만 감염자 수와 사망률 등 구체적 기준은 없었다. 이에 WHO는 “코로나19에 대한 팬데믹의 정의를 여러 기구와 논의 중”이라고 4일 밝혔다.


기존에 6단계로 구성됐던 펜데믹은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A(H1N1)를 기준으로 적용된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기준과 정의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에 WHO는 전염병이 창궐할 때마다 각각의 팬데믹 정의를 발표할 것이란 평가가 많았다.


WHO가 12일 뒤늦게 팬데믹을 선언하면서 각 정부는 코로나19의 확산을 인정하고 차단보다는 치료와 억제에 초점을 맞추게 될 전망이다. WHO가 앞서 1월 30일 발표한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는 전염병의 위험을 경고하고 ‘차단’에 중점을 두는 선언이다. 반면 팬데믹 선언은 이미 세계적으로 확산된 것을 인정하는 한편, 개별 국가의 치료와 억제, 즉 ‘관리’에 초점을 맞춘다.


WHO가 지금까지 팬데믹을 선언한 경우는 1968년 홍콩독감 사태와 2009년 6월 H1N1 등 두 번뿐이다. 특히 2009년 팬데믹 선포의 경우 H1N1 확산이 예상보다 심각하지 않았다. 이에 WHO가 백신을 파는 거대 제약회사 이익을 도왔다는 비판이 거셌다.


WHO의 코로나19 팬데믹 선언으로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심리가 당분간 전 세계에서 극대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각종 사재기와 사회적 갈등이 우려된다. 세계 경제에도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으로는 각국 별로 각종 통제 조치가 강화돼 치료와 억제에 집중하면서 사태가 정점을 지나 완화될 수도 있다. WHO는 이날 브리핑을 마치며 “우리는 오늘 코로나19에 대한 팬데믹을 선언했지만, 역사상 처음으로 통제될 수 있는 팬데믹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이 바이러스에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2020.03.12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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