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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스마트폰 이후 세상을 먹여 살릴 산업은

by이코노믹리뷰

증강현실(AR)·자율주행차·뇌 임플란트 기술에 벤처캐피탈 자금 몰린다

지난 2007년 아이폰이 출시된 이후 12년 동안 스마트폰은 세상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그러나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2017년부터 스마트폰의 판매량은 줄기 시작했다. 5G 시대를 맞아 새로운 스마트폰이 출격을 기다리고 있지만 스마트폰은 이제 또 다른 혁신 기기에 시대의 자리를 물려줄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1월, 현대 기술의 흐름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이벤트로 알려진 세계가전전시회(CES)에서 폐막일까지 사람들이 가장 북적인 곳 중 하나는 미국의 증강현실(AR) 안경 회사 뷰직스(Vuzix)였다. 뷰직스가 선보인 AR 스마트 안경 블레이드(Blade)는 아마존의 인공지능 알렉사를 탑재한 ‘증강현실 안경’이다.


이 안경을 쓰고 “알렉사, 오늘 날씨가 어때”라고 말하면 시선의 오른쪽 상단에 ‘맑음’ 표시와 함께 온도가 나타난다. 이 스마트 안경은 여타의 증강현실 헤드셋과는 달리 일반 안경과 모양이 비슷해 무게도 3온스(85g)에 불과할 뿐 아니라, 스마트 워치처럼 스마트폰에 무선으로 연결해 주식 시세, 스포츠 경기 결과 등을 투영시킬 수 있고, 안경을 쓴 상태에서 알렉사에게 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


사용자들은 증강현실을 일상생활에 통합할 수 있게 되었고, 이른바 몰래 카메라가 없어 구글 글래스가 직면했던 프라이버시 문제에 휘말릴 염려가 없다.

스마트폰 이후 세상을 먹여 살릴 산업

뷰직스의 AR 스마트 안경 블레이드(Blade)는 아마존의 인공지능 알렉사를 탑재한 '증강현실 안경'이다.    출처= Vuzix

대기업들까지 가세한 AR 산업

그동안 AR 관련 기술ㆍ서비스를 선보인 곳은 주로 스타트업이었지만, 최근 들어 기술 대기업들이 AR 기술을 활용한 제품들을 대거 선보이고 있다.


일본 파나소닉이 선보인 AR 안경을 쓰고 경기장에 입장하면, 눈앞에 자동으로 좌석까지 가는 길이 표시된다. 경기장 안에 있는 음식점, 카페 정보도 실시간으로 눈앞에 나타난다.


AIㆍ자율주행차 기술을 선도하는 미국의 엔비디아(NVIDIA)는 ‘드라이브 AR’이라는 증강현실 소프트웨어를 선보였다. 기존 자동차 운전석 대시보드에 달려 있는 각종 정보를 앞 유리창에 증강현실 이미지로 띄워 길을 안내하고, 음악도 들려주는 기술이다.


스타트업들도 차별화된 AR 기술과 소프트웨어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중국 AR 회사 로키드(Rokid Glass)의 AR 안경은 한쪽은 일반 렌즈, 다른 한쪽은 AR 렌즈로 구성돼 있다. 한쪽 눈으로는 현실을, 다른 눈으로는 가상 이미지를 보게 한 것이다. 록키드는 “양쪽 다 AR 렌즈를 쓸 경우, 너무 많은 가상 이미지가 시선 위에 덧씌워져서 자칫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AR 스타트업 스컬리 테크놀로지스(SKULLY Technologies)가 선보인 AR 오토바이 헬멧 ‘페닉스 AR’(FENIX AR)은 오토바이 헬멧의 방풍창에 AR을 탑재해 길 안내를 보여주고, 헬멧 뒤쪽의 카메라와 연결해 오토바이 뒤에 차량이 따라오는지 등을 보여준다.

스마트폰 이후 세상을 먹여 살릴 산업

미국 AR 스타트업 스컬리 테크놀로지스의 AR 오토바이 헬멧 '페닉스 AR'(FENIX AR)은 오토바이 헬멧의 방풍창에 AR을 탑재해 길 안내를 보여주고, 헬멧 뒤쪽의 카메라와 연결해 오토바이 뒤에 차량이 따라오는지 등을 보여준다.   출처= SKULLY Technologies

AR의 무한한 확장성

애플ㆍ아마존ㆍ마이크로소프트ㆍ페이스북 등 AR과 직접적 관련이 없어 보이는 기술 거인들도 모두 스마트폰 이후 차세대 먹거리로 AR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들은 미국과 중국 등 AR 기술 전문 업체들과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들이 AR에 관심을 집중하는 이유는 AR의 ‘범용성’ 때문이다. 지난 수년간 주목받았던 가상현실(VR)은 머리에 덩치 큰 헤드셋을 써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헤드셋의 무게도 상당하고, 안경을 쓰는 사람은 더 불편하다.


그러나 AR은 별도 기기가 필요 없다. AR 확산의 결정적 계기를 열었던 ‘포켓몬 고’ 게임처럼 스마트폰으로 현실만 비춰도 가상 AR 이미지가 속속 등장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자동차 유리창, 욕실 거울, 창문 등 가상 이미지를 띄울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AR을 쓸 수 있다.


지난해부터 속속 출시되고 있는 AR 안경은 대부분 ‘거부감 없는 디자인’이다. 과거 구글이 내놓았던 ‘구글 글래스’의 카메라 달린 디자인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은 데서 얻은 교훈이다. 최근 공개되는 AR 안경은 일반 안경과 거의 같은 무게와 디자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실제 현실 위에 가상 이미지로 정보를 제공하는 AR은 소비자나 기업 현장에 활용처가 무궁무진하다”며 “앞으로 스타트업뿐 아니라 대기업들도 AR을 활용한 기기,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출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마트폰 이후 세상을 먹여 살릴 산업

포컬스 바이 노스의 AR 안경은 미래 안경의 실용성을 보여준다. 이 안경을 쓰면 홀로그램 같은 이미지로 길의 방향, 텍스트 등을 보여준다.   출처= Focals by North

벤처캐피털이 주목하는 곳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해지면서, 스타트업들은 앞다퉈 다음 세상을 이끌 먹거리가 무엇인지 예측하기에 여념이 없고 벤처캐피털들은 증강현실(AR), 스마트워치, 뇌 임플란트 기술 같은 분야에 돈을 쏟아 붓고 있다고 보도하며, 최근 벤처캐피털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주요 기업들을 소개했다.


매직(Magic Leap)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주요 자산 펀드를 포함한 투자자들은 엄청난 돈을 이 증강현실 안경 제조업체에 쏟아 붓고 있다. 지금까지 소프트웨어 개발자에게만 공개된 이 곤충 눈처럼 생긴 안경은 가상현실 같은 이미지를 현실 세계에 오버레이해주는데, 게이머뿐 아니라 신경외과 의사들도 사용할 수 있도록 고안되었다. 기업가치 전문 데이터베이스 회사인 피치북(Pitchbook Inc.)에 따르면 이 회사는 64억달러(7조원)의 가치로 평가받으며 24억달러(2조7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포컬스 바이 노스(Focals by North)


포컬스 바이 노스가 999달러에 출시한 AR 안경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미래 안경의 실용성을 보여준다. 이 안경을 쓰면 홀로그램 같은 이미지로 길의 방향, 텍스트 등을 보여준다. 이 회사는 최근 1억4000만달러(1600억원)를 조달했다.

스마트폰 이후 세상을 먹여 살릴 산업

텍사스 오스틴에 있는 파라드로믹스는 뇌와 컴퓨터의 상호 교신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들 중 하나다.   출처= Paradromics

파라드로믹스(Paradromics)


최근 뇌와 컴퓨터의 상호 교신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들이 만든 기기는 사용자의 뇌에서 나오는 신경세포(Neuron)를 해석하고 그 메시지를 컴퓨터로 처리할 수 있는 정보로 변환한다. 이들은 주로 의학 분야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텍사스 오스틴에 기반을 둔 파라드로믹스는 보철을 제어하거나 시각 장애인에게 시각 신호를 보낼 수 있는 니켈 크기의 피질 연결 장치(Cortex-Connected Device)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회사가 개발하고 있는 제품의 현실 적용에는 아직 몇 년이나 남았지만, 일선에 있는 사람들은 이 제품의 용도가 훨씬 더 커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회사는 최근 2500만달러(280억원)를 모금했다.


죽스(Zoox)


자율주행차도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의 주역에서 빠질 수 없다. 실리콘밸리의 많은 회사들이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으로서의 자율주행차의 잠재력에 흠뻑 빠져 있다. 알파벳의 웨이모와 기존 자동차 회사들이 기존 자동차를 개조하는 차원에서 자율주행차를 만들고 있다면, 샌프란시스코의 스타트업 죽스는 아예 처음부터 핸들 없는 자율주행차를 만들려는 회사 중 하나다. 이 회사는 32억달러(3조6000억원)의 가치로 평가받으며 7억9000만달러(9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홍석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