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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모기도 더위 먹었나?…눈에 잘 안 띄는 이유 왜?

by이데일리

8월 13일 기준 폭염일수 12.5일…평년 10.1일 이미 초과

서울시 올해 7월 모기 수, 최근 5년 같은 달 대비 28.6%↓

모기 지나친 더위엔 수명 단축·여름잠…산란처 따라 생존 영향 미치는 외부 변수 달라


최근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깊은 새벽에도 30도 안팎의 폭염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여름철 대표 불청객 중 하나인 모기가 주변에 잘 보이지 않으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실제 모기가 사라진 것일까. 그렇다면 그 이유는 뭘까. 흔히 ‘처서(올해 8월 23일)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삐뚤어진다’는 속담이 있을 만큼 모기는 고온이 아닌 저온에 약한 동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궁금증이 커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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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시의 모기예보제에 따른 모기 발생단계 추이. 표=서울시.

“평년보다 더운 올해”…올해 서울시 7월 모기, 예년 대비 28.6% 줄어

15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올해 30주차(7월 21~27일) 전체모기 수는 평균 26개체로 최근 5년 39개체 대비 13개체(33.3%)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말라리아 매개 모기 수도 평균 8개체로 최근 5년 14개체 대비 6개체(42.9%) 적었다. 이 같은 숫자는 인천 12개, 경기 23개, 강원 9개 총 44개 지점에서 하루 한 대의 유문등(誘蚊燈)에 채집된 평균 모기 수를 의미한다.


또 서울시 시민건강국 질병관리과에 따르면 지난달 한 달간 서울시 관내 60개소 유문등의 채집모기는 1825마리로 지난 5년 같은 달 평균 2556마리 대비 731마리(약 28.6%) 줄었다.


그렇다면 올해 더위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올해 더위에 대해 이명인 UNIST 폭염연구센터장은 “올해는 사상 최악의 폭염을 기록한 지난해나 (역대 3위의) 지난 2016년 만큼은 아니지만 평년보다는 더운 편”이라고 말했다.


실제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올해 폭염 일수는 12.5일로 지난 1973년부터 올해까지 47년간 평균인 10.1일을 이미 넘어섰다. 아직 더위가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폭염 일수는 더 많아질 가능성이 크다. 열대야 일수도 같은 기간 평균인 5.3일을 넘어선 9.4일이다. 이처럼 올해가 예년보다는 더운 편이라는 것을 통계는 보여준다. 그렇다면 우리가 보통 더위를 좋아하고 추위를 싫어한다고 생각했던 모기가 왜 평년보다 더운 올해 줄었을까.


모기는 저온보다는 고온을 선호하기는 하지만 폭염에 가까운 더위에는 오히려 취약하다. 이를 보여줄 수 있는 지표가 하나 더 있다.


올해는 장마가 늦게 끝나고 8월부터 본격적인 무더위가 찾아왔다. 기상청의 자료를 봐도 7월의 폭염일수는 3.4일에 불과한 반면 8월은 절반도 채 지나지 않은 지난 13일 기준 7.8일에 달한다. 모기가 폭염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보여 주기 위해선 8월이 7월에 비해 모기가 줄어야 한다는 의미다.


모기예보제를 실시 중인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이후 4단계인 ‘불쾌’를 기록하던 모기발생단계는 8월 1~2일 3단계인 ‘주의’, 3일 2단계인 ‘관심’을 지나 지난 4일부터는 1단계인 ‘쾌적’ 단계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서울시는 모기예보제를 통해 모기 출현 빈도별로 가장 낮은 1단계(단계별 상·중·하 세분화)부터 가장 높은 4단계까지 행동수칙 및 방제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난해는 어땠을까. 사상 최악의 폭염을 기록한 지난해 7월 한 달간 서울시 관내 60개소 유문등 채집모기는 1148마리에 불과했다. 평년 대비 적은 올해보다도 약 37.1% 더 적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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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뇌염 매개모기인 작은빨간집모기. 사진=질병관리본부.



모기, 지나친 더위엔 수명 단축·여름잠…산란처 따라 생존 영향 미치는 원인은 달라

이제 모기와 더위의 상관관계를 살펴보기 위해 모기의 실제 습성을 살펴보는 일만 남았다. 변온동물인 모기는 더위가 지속되면 성장속도가 빨라지는 대신 수명도 짧아진다. 한국곤충학회 회장을 지낸 이동규 고신대학교 보건환경학부 석좌교수는 “모기도 성장촉진호르몬과 성장억제호르몬 두 가지 호르몬이 적절히 균형을 맞춰 분비돼야 정상적인 성장이 가능한데 지나치게 더우면 몸속 밸런스가 깨지게 되고 호르몬 이상 분비로 고유의 성장 속도도 무너져 몸에 무리가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모기에 지나친 고온은 사람으로 치면 성장호르몬을 과도하게 투입한 것과 마찬가지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며 이는 결국 모기의 수명 단축으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폭염에 모기를 보기 힘든 또 다른 이유는 모기는 겨울잠 뿐 아니라 여름잠 즉 ‘하면(夏眠)’을 하기 때문이다. 이 석좌교수는 “모기는 원래 여름철 한낮에는 활동을 하지 않고 오전 중이나 오후 4시 이후 기온이 어느 정도 떨어질 때 활동을 한다”며 “지나치게 고온이 되면 생존을 위해 지하실이나 하수도 안, 터널, 동굴 같은 햇빛이 안 비치는 습한 지역에 들어가서 아예 여름잠을 자버리기 때문에 보기 힘들어진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모기의 개체수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강수량이다. 모기의 주요 산란처는 웅덩이, 늪, 논 등 물이 고여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지난해처럼 폭염에 가뭄까지 겹치는 상황은 모기로선 최악의 생존 조건이다.


이 석좌교수는 모기의 종류별로 생존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 요인은 조금씩 다르다고 말한다. 일본뇌염 매개모기인 작은빨간집모기나 말라리아 매개모기인 얼룩날개모기는 주로 논에 알을 낳기 때문에 이들로선 가뭄이나 홍수는 가장 피하고 싶은 조건이다. 반면 도시의 하수도나 정화조에서 알을 낳는 빨간집모기는 강수보다는 고온에 더 영향을 받는다. 이 석좌교수는 “지역별로 기후나 환경이 다 다르기 때문에 모기 개체수 변화를 일률적으로 설명하긴 힘들다”고 언급했다.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