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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무소식은 불합격’ 구직자 두 번 울린다

by이데일리

하반기 기업 공채가 본격화되면서 구직자들의 숨막히는 '취업전쟁'이 시작됐다. 올해는 특히 기업들의 공개채용이 줄어들다보니 적게는 한두 곳에서 많게는 여섯일곱 군데를 지원하는 구직자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하지만 취업 준비에 날이 서있는 그들을 애태우는 것이 있다. 불합격자에게 오지 않는 당락문자 때문이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공동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구직자 49%가 ‘기업 불합격 문자를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들 과반 가까이가 불합격 사실도 모른 채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직을 준비중인 황영규(가명·30)씨도 몇 달 전 지원한 기업이 연락을 주지 않아 속앓이를 했다. 그는 “다른 회사에 지원했는데 소식이 없어 직접 연락까지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1주일 넘게 소식이 없자 직접 통화했지만 담당자는 “우리 회사와 맞지 않아 입사가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연락을 제때 주지 않아 답답했지만 곧장 다른 회사 지원서를 넣기에 정신이 없었다. 황 씨는 “시간을 쪼개가면서 지원서를 넣었는데 떨어졌다는 연락조차 없어 서러웠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사진 = 이미지투데이)

뿔난 구직자들, '불합격 통보 필수' 주장도

불합격에 한 번, 연락 없는 기업의 태도에 또 한 번 상처받는 이들은 하나같이 “불합격이어도 결과를 알려 달라”고 호소한다. 취업카페 한 회원은 “취준생이 언젠가 그 회사 고객이 될 수도 있는데 매몰차게 대해도 되는거냐”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급기야 불합격 통보도 필수가 돼야한다고 주장하는 여론도 일고 있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구직자 48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 94%가 불합격 통보를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구직자들은 여러 군데 지원서를 넣기 때문에 다른 기업 지원에도 전념해야하기 때문이다. 합격 소식을 오매불망 기다리느라 다른 구직활동을 놓치면 이들에게는 치명적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불합격 통보를 바라는 구직자는 74.3%로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이 밖에도 앞서 황 씨의 사례처럼 기업도 연락을 하는 최소한의 예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53.9%로 나타났다.


기업 인사담당자들의 속내도 복잡한 건 마찬가지다. 이들도 취준생들의 사정을 모르는 건 아니다. 하지만 지원자들의 합격여부를 결정하는 이들도 불합격을 통보하는 게 상당히 조심스럽다는 의견이다. 잡코리아 설문에 불합격 통보를 따로 하지 않는 인사담당자 중 ‘좋은 소식도 아닌데 통보하기 껄끄러워서’라는 이유가 50.5%로 집계됐다. 더불어 이들 중 41.8%는 앞으로 불합격 소식을 통보하는 기업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직자들의 요구가 빗발치자 변화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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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이미지투데이)

불합격, 하지만 구직자 위로하는 기업도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근 구직자들을 위로하는 ‘착한 기업’들이 각광받고 있다. 비록 불합격 문자지만 연일 탈락에 지친 이들을 달래주는 내용이 담겨있다. 한 제조업체에서는 ‘귀한 시간 내어 지원해주신 분들께 감사인사는 드리는 것이 예의일 것 같다’라며 장문의 문자를 보냈다.


해당 기업은 ‘더 많은 분들을 모시지 못하는 회사의 잘못’이라며 ‘많은 분들 모실 수 있는 좋은 회사로 성장하겠다’고 마무리했다. 이 문자는 삽시간 인터넷에 번지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를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외에도 승무원 구직자들에게 진정성 있는 위로 공지를 올린 항공사 사례까지 더해지면서 기업 이미지를 고취시키기도 했다.


구직자들의 고충을 알아채고 일부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불합격 문자 양식을 공유하기도 한다. 인사담당자들이 모인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불합격 통보 연락 어떤식으로 주나요?', '불합격 통보 문자 예시'등의 질문글이 올라온다. 또 불합격자 문자 양식을 알려주는 게시글에는 8000회 가까운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들 역시 합불여부 고지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법적으로 고지가 의무화 됐는데 인식개선이 아닌 필수 아니냐는 지적도 많다. 실제로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10조에는 채용 여부의 고지로서 ‘구직자에게 채용 여부를 알려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2015년부터 꾸준히 사업장 규모를 줄여 30인 이상 사업장까지 고지를 의무화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이 의무화인 것은 맞지만 시정명령이고 이를 어긴다고 과태료를 부과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구직자들의 답답한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고 우선 기업들의 인식 개선이 빨리 확산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