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도 개그로 승화시킨, 게임 속 '삑사리' TOP 4

[테크]by 게임메카

[순정남] 슬픔도 개그로 승화시킨, 게임 속 '삑사리' TOP 4


※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영화 '물괴'와 '안시성'이 연달아 개봉하면서 배우 연기력에 대한 이야기가 다시금 물망에 올랐다. 영화는 볼만하지만 몇몇 배우의 연기가 겉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발연기' 논란이 일었다. 사뭇 진지해지거나 공포가 느껴져야 하는 순간에 어색한 연기로 몰입감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발연기'는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게임에서도 심심치 않게 '발연기' 캐릭터를 볼 수 있다. 물론 대부분의 작품들은 전문 성우들이 연기한 만큼 아무리 심각한 경우라도 몰입에 방해가 되는 경우는 잘 없는데, 간혹 상황과 성우의 연기력, 캐릭터의 표정과 움직임이 적절히 맞물리면 대전차지뢰 급 웃음 폭탄을 선물하는 경우도 있다. 오늘은 빵 터지는 게임 속 발연기 TOP 4를 모아봤다.


TOP 4. 록맨 X4, 제로

▲ '록맨 X4'의 무거운 분위기를 개그물로 바꾼 한 장면 (영상출처: 'TakeAMoaMoa' 유튜브 채널)


'록맨 X4'는 시리즈 최초로 성우를 기용하고, 게임 중간중간 애니메이션 씬을 삽입해 스토리텔링을 강화함으로써 많은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주인공 엑스와 제로의 운명적인 대결을 암시하기도 했고, 제로의 충격적인 암흑기(?)를 동영상으로 구현해 많은 화제를 모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관심을 끈 장면은 '제로'와 '아이리스'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였다. 제로에 의해 목숨을 잃은 오빠 '커넬'의 복수를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아이리스가 결국 제로의 검에 의해 쓰러지는 장면은 그야말로 화룡정점.


문제는 북미판 더빙에서 나타났다. 북미판 더빙이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와중에도 제로의 찰진 기합 소리는 좋은 평가를 받았으나, 이 장면 만큼은 도저히 커버가 안 되는 수준이다. 좋아하는 동료를 자기 손으로 죽인 죄책감과 싸움에 대한 고뇌가 모두 담긴 매우 슬픈 장면임에도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놀라운 절규가 포인트. 심지어 목소리가 찢어지는 투로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듣기도 거슬린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연기가 워낙에 괴상한 탓에 이 슬픈 장면은 인터넷의 개그 소재로 자리잡았고 오래오래 회자되고 있다.


TOP 3. 문명 5, 세종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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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왕님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저도 머리가 아파옵니다 (사진출처: '문명' 팬 위키)


'문명 5' 세종대왕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유명한데, 그 이유는 재미교포 특유의 스웩(Swag)이 넘치는 미묘한 어투의 더빙 때문이다. 게임은 몰라도 이 충격의 발연기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 발음은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잘 들리는 편인데 말의 높낮이와 박자는 일부러 따라 하기도 힘들 만큼 독창적이다. 특히 첫 조우시 대사인 "조선의 궁궐에 당도한 것을 환영하오, 낯선이여"는 절정의 어색함을 자랑한다.


그래도 게임 속 세종대왕의 성능은 '패왕'이란 별명이 아쉽지 않을 만큼 강력하다. 마음만 먹으면 강력한 과학력을 바탕으로 손쉽게 전 세계를 정복할 수 있는 수준. 나름 고증도 잘되어 있어 창덕궁 인테리어도 잘 반영돼 있고, 일월오봉도나 옥좌 등 조선과 세종의 특징을 잘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그의 기묘한 발연기 앞에서 이런 디테일은 아무 소용 없었다. 오죽하면 세종의 대사를 모아서 음악을 만든 사람도 나왔을까. 다행히 다음 작품인 '문명 6'의 한국을 대표하는 군주 '선덕여왕'은 한국 성우를 채용해 발연기 논란에서만큼은 벗어났다.

▲ 레이백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세종대왕님의 그루브 (영상출처: 'Yongho Kim' 유튜브 채널)


TOP 2. 데빌 메이 크라이, 단테

▲ 이제는 너무나 유명한 단테의 '삑사리' 장면 (영상출처: 'DMCLLLIIIGGGHHHTTT' 유튜브 채널)


팬들이 기억하는 '데빌 메이 크라이' 시리즈 단테는 주체할 수 없는 멋짐과 넘치는 쿨함으로 무장한 이 시대 뭇 남성들의 워너비다. 한없이 가벼워 보이는 악당이면서도 세계관 최강자의 면모까지 동시에 갖춘 단테지만 시리즈 첫 작품에서는 마냥 밝은 모습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단테라는 캐릭터가 채 자리 잡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1편에서 그는 상당히 냉소적이면서 때론 화내거나 눈물도 흘릴 줄 아는 의외로 인간적인 캐릭터다.


태생이 반인반마니까 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날 수 있다지만, 솔직히 성우가 보여준 연기는 인간미가 넘쳐도 너무 넘쳤었다. 엄마를 닮은 인공 악마 트리쉬가 죽을 때 눈물을 흘리면서 소리 치다 대놓고 음이탈이 났을 정도로 말이다. 단테가 이 눈물을 계기로 각성을 하는 아주 중요한 순간에 소위 말하는 '삑사리'가 나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개그로 변해 버렸다. 아닌 게 아니라 이후에 나오는 모든 대사들이 그 '삑사리' 하나로 웃기게 들리는 수준이다. 덕분에 단테의 역사적인 첫 각성은 한 번의 발연기로 인해 흑역사로 자리 잡아 버렸다.


TOP 1. 철권 7,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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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근히 중요한 역할인데 대놓고 발연기로 일관한다 (사진출처: 게임 공식 홈페이지)


'철권 7' 메인 스토리인 미시마 사가는 한 기자가 편지를 읽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이후 모든 주요 줄거리는 해당 기자의 나레이션과 함께 흘러가며 직접 스토리에 등장하기도 한다. 기자의 정체에 대해서 유저들이 아는 거라곤 옷을 잘 안 갈아입으며, 수염도 제대로 안 깎아서 하관이 수염으로 지저분하다는 것, 그리고 안경을 썼다는 사실 정도다. 솔직히 원래대로라면 출연 분량도 없다시피 한 이 양반이 단순히 나레이터로 남지 않고 컬트적인 인기를 누릴 수 있었던 것은 단연 그의 발연기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기자는 여태껏 소개된 모든 발연기를 합쳐놓은 듯한 독특함을 선보인다. 감정이 있기는 하나 잘못 해석한 듯 보이기도 하고, 음정처리도 뒤죽박죽이라 들떠야 할 때 가라앉고, 차분해야 할 때 묘하게 신나있는 듯 기묘하다. 물론 한 마디 한 마디가 놀라울 정도로 무미건조한 톤을 유지한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성우가 말하기를 감독이 애초부터 모노톤으로 연기하라고 주문했다는데, 아무리 그래도 이걸 OK 한 제작진은 무슨 생각이었는지 궁금하다. 결국 이 발연기 탓에 이 캐릭터는 큰 인기를 얻었고 게임 속 커스터마이징을 이용해 숨겨져 있던 얼굴을 재현한 팬이 등장하기도 했다. 


[게임메카 이재오 기자]

2020.01.0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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