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앱이란 갖은 양념 버무리고 또 뿌리고

[테크]by 김국현
기본앱이란 갖은 양념 버무리고 또 뿌

21일자 외신에 의하면 구글의 기본 앱 4종이 필수 설치 목록에서 제외되었다. 구글 플러스, 구글 북스, 구글 게임, 구글 뉴스 등 4종으로 사실 없어도 그만인 품목들이고 필요하면 스토어에서 설치하면 된다. 앱들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없어도 그만이고 필요하면 깔면 된다. ”


하지만 지금까지 전화기에는 많은 앱들이 깔리는 것이 전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개통하자마자 쓸 수 있게 만들어준다면 진짜로 매일 애용할 것 같았다. 이 낙관은 유혹을 낳는다. 여기저기에서 사업 기회를 제안하면 이를 냉큼 삼켜 탑재하는 것. 서로서로 끼리끼리 윈윈이다. 하지만 관심 없는 앱들이 선탑재되니 사용자는 짜증났고, 무엇보다 다른 사업 기회가 공평히 진입하기 힘들다는 더 큰 문제를 낳았다. 게다가 이들은 시스템 이미지와 일체가 되어 버려 제조 단계에서 밀려들어오므로, 삭제 불가.


상황이 악화 일로이다 보니 한국의 경우 지난해 1월 ‘스마트폰 앱 선탑재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제정, 지난해 4월 출시폰부터 기본앱 삭제를 허용하게 한다. 중국도 기본앱의 삭제 방법을 명시하지 않아 소비자의 알 권리와 선택권을 침해했다며 삼성전자가 피소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앱들이 제조사와 통신사에 의해서 깔려서 나오고 있다. 지금도 모든 것을 지울 수 있는 것 같지는 않고 ‘사용해제’에서 타협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재료가 양념과 버무려진 상태에서 분리도 쉽지는 않은 것이다. 그러나 이 정도라도 비약적 발전이다.


그러나 통신사와 제조사 쪽 조미료 투입이 줄더라도 아직 최종보스의 기본앱이 남아 있으니 그것은 바로 구글의 기본앱들. 지난해 월스트리트 저널은 구글이 제조사들에게 선탑재를 강제했다는 뉴스를 보도했고, 이 선탑재 강제 조항은 결국 반독점법 위반이라며 고소되기에 이른다.


오픈소스인 안드로이드는 누구나 컴파일하여 빌드할 수 있다. 이것이 무색무취 순정의 안드로이드.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맛이 모자라다. 너무 담백하면 아무래도 낯설다. 보통은 이 위에 구글 플레이로 대표되는 일군의 구글 패키지가 있어야 할 것만 같다. 검색이라든가 지도라든가 지메일이라든가 등등. 그러나 어느새 구글의 기본앱들은 점점 늘어나 약간 과한 기분이 된지 오래. 좀 간이 짜졌다.


그리고 최근에는 이 구글 플레이 자체가 배터리 소모를 일으키는 원흉으로 지목받아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실제로 폰은 수시로 잠이 들어야 하는데 이 코어 서비스들이 일부 기기에서 이를 방해하고 있었던 것. 그렇다고 지워버리기도 아쉬우니 진퇴양난이다.


여기에 제조사와 통신사 또한 구글처럼 자신의 세상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고, 이는 끊기 힘든 욕망이다. 게다가 이들의 앱들과 서비스도 완벽할 리 없다. 결국 이 세 요리사가 서로의 취향에 맞게 요리를 해대니 맛은 창조적이 된다.


앱이라는 양념, 적당히 곁들이면 맛의 비결이 된다. 하지만 손님 대신 나서서 뿌리는 것도 정도껏이어야 한다. 게다가 고기(CPU)나 그릇(메모리)을 생각하지 않고 호기롭게 뿌려 된다면 먹기 힘든 국밥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손님.

떠나는 건 정말 한 순간이다.

2015.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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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닷컴, 조선일보, 한겨레 등에 글을 연재중이며 '오프라인의 귀환' 등 유수의 저서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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