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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김국현의 만평줌] 제73화

인공지능은 아이를 키울 수 있을까?

인공지능은 아이를 키울 수 있을까?

세계최대 가전전시회 CES는 올해 벌써 50주년이다.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GUI) 이후는 음성 UI의 세계라고 웅변이라도 하는듯, 유독 음성기반 인공지능 제품들로 가득했다. 특히 아마존의 인공지능 플랫폼 알렉사의 세력권이 굉장했다. 냉장고에도 홈 로봇에도 LG는 알렉사를 빌려 인공지능을 집어넣었고, 포드와 폭스바겐은 자동차에 넣었다.

 

그 시도의 폭은 이렇게 점점 넓어지고 있었는데 그 중, 바비 인형으로 유명한 마텔에서 발표한 유아용 스피커인 아리스토텔레스가 신경 쓰인다.

 

사실 알렉사처럼 성인을 기준으로 한 음성인식 시스템은 대개 놀라울 정도로 아이들의 목소리를 인식하지 못한다. 알렉사가 아이의 말투를 듣고 최선을 다해 찾아준 것이 포르노이기도 했다.

 

마텔은 이런 한계를 보완하고, 아이들 눈높이에서 자장가를 불러주거나 ABC를 가르치는 등의 보모 역할을 하기로 한 것. 카메라도 달려 있어 베이비 모니터 역할도 한다.

 

인공지능의 특성상 얼마나 많은 아이의 정보가 서버로 넘어갈지 불안하기도 하다. 2015년에 등장한 비슷한 제품 헬로 바비에 대해 미국 소비자 단체들이 모두 우려를 표시한 이유다. 프라이버시도 문제지만 감정이 없는 기계가 감정이 있는 척하면서 하는 상호작용이 아이에게 긍정적일 리 없다는 것. 하지만 유아에게도 유튜브가 틀어진 스마트폰을 쥐어 주며 육아를 하는 시대에 뭐가 더 나쁠지는 잘 모르겠다. 이대로라면 밀레니얼 다음은 기계를 통해 말을 배운 세대가 등장할 기세다.

 

말을 할 줄 모르는 기계와 자란 디지털 네이티브. 생각해 보면 음성보다 GUI가 편한 인류는 이미 등장했다. 전화 한 통이면 될 일을 그 좁은 화면에서 꾸역꾸역 앱으로 처리하는 편이 더 편하다. GUI 문화의 총아라 할 수 있는 세대인데, 예측 불가능한 인간끼리의 음성 상호작용에 스트레스를 느끼느니 그냥 혼자 해버리자는 것. 누구나 때로는 동영상을 보는 것보다는 빨리 글자로 읽어버리고 싶을 때가 있곤 할 텐데, 그런 느낌이다.

 

그러나 아무리 GUI에 익숙한 세대이고 UI가 아무리 세련되어져도 새롭게 뜬 화면은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오랜 기간 진화되어 온 육성이라는 인간 특유의 상호작용이 그리울 때가 종종 찾아온다. 스스로 해법을 찾으려고 검색하다 지쳐 콜센터에 전화하니 순식간에 해결되었을 때 느끼는 허무함. 비슷한 기분일 것이다.

 

어쨌거나 이제 음성 UI의 트렌드는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음성이 더 편한 세대가 아직은 지갑이 두툼하기도 하지만, 화면을 보지 않고도 컴퓨터와 상호작용해야만 하는 시나리오가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자동차는 대표적 사례다.

 

클라우드의 기억력은 무궁무진하다. 어쩌면 머지않은 미래에 가족과 함께 살면서 그 가족을 기억하고, 그 가족을 닮아가는 기계를 우리는 구독할지도 모른다. 어느 날 가족이 떠나간 뒤, 가족이 그리워질 때, 그의 생각과 목소리를 재현해줄 수도 있다. 만약 아직 엄마가 그리운 아이라면 엄마의 마지막 선물이 그 아이를 키울 수도 있다.

 

한 아이가 크기 위해서는 한 마을이 필요하다 했다. 인공지능은 지금 마을이 무너진 그 자리에서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