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R, 이 세상은 깊은 어둠과 눈부신 밝음

[테크]by 김국현

봄을 맞아 모니터를 바꿔볼까 하고 알아보는데 어느새 PC 모니터에도 HDR 지원 제품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LG의 32인치 출시예정작에 마음이 간다. 한편 G6와 갤럭시 S8은 제각각 ‘돌비 비전 HDR ’, ‘모바일 HDR 프리미엄’ 인증을 받았다고 자랑이다. TV든 PC모니터든 모바일이든 HDR이라는 개념이 화소수나 명암비와 같은 종래의 스펙에 이제 본격 가세하고 있다.

 

HDR(High Dynamic Range)에서 ‘다이나믹 레인지’란 가장 작은 값과 가장 높은 값의 분포 범위를 말하는데, 보고 듣는 모든 신호에 공히 쓰인다. 영상 장비는 물론 음향 장비에도 다이나믹 레인지는 중요한 지표가 된 지 오래다.

 

말 그대로 동적인 범위인 이 값은 일정할 리가 없다. 완벽한 어둠도 느껴 보고, 태양을 쳐다본 적도 있는 인간은 엄청나게 넓은 범위를 느낄 수 있지만, 이를 동시에 느낄 수는 없다. 귓속말에도, 헤비메탈 컨서트에도 흥분할 수 있지만 이를 동시에 느낄 수는 없다.

 

기계도 마찬가지다. 평범한 기계가 이 넓은 자연의 신호를 동시에 느낄 수는 없다. HDR은 이제 이 쉽지 않은 분포 범위를 최대한 높여주겠다는 것. 폰의 HDR 기능은 셔터를 누르는 순간 노출이 다른 사진을 동시에 몇 장 찍어서 이를 순식간에 합성해 버린다. 카메라의 소자에 들어오는 빛 중 가장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의 분포 범위에는 한계가 있다. 밝은 곳에 대고 찍으면 나머지가 시꺼멓게 나오고, 어두운 데 대고 찍으면 배경이 다 시허옇게 되던 나의 사진들. HDR 기능과 함께라면 야경의 불빛도, 실내에서 창밖을 찍어도 육안으로 본 듯한 느낌을 얼추 살려준다. 가끔 너무 현실 같아서 비현실적인 사진들이 있는데, HDR 후보정을 가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HDR, 이 세상은 깊은 어둠과 눈부

요즈음 뜨거운 분야는 영상 입력 장치의 HDR뿐만 아니라 출력 장치의 HDR. 암막 같은 어둠도 현란한 눈부심도 모니터를 통해 느낄 수 있다는 주장 때문이다. 저질 모니터로 게임을 할 때 동굴에 들어갔더니 뭐가 뭔지 도저히 구분이 안 가 모니터를 밝게 해봤지만 별 효과가 없었던 추억, 게임방 좀 다녀 보신 분들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이제 어둠 속에 스며드는 디테일의 공포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그래서인지 이미 헐리우드 스튜디오에서는 4K(UHD)보다 오히려 HDR이야말로 관객에게 충격을 줄 영상 체험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한다. 이를 뒷받침하듯 엑스박스나 플레이스테이션의 최신 기종들은 HDR을 주요한 차별화 요소로 삼고 있으며, 넷플릭스 등은 이미 HDR 영상물을 송출하기 시작했다.

2017.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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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닷컴, 조선일보, 한겨레 등에 글을 연재중이며 '오프라인의 귀환' 등 유수의 저서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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