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바람이 돌담 사이로 흐르는 특별한 제주 스테이

[여행]by 전원속의 내집
STAY FOR EXPERIENCE ④ _ 제주 자단연원
거센 바람을 막아주는 돌담과, 그 물성 안에서 뽑아낸 색감으로 완성된 아늑한 집. 물빛 그림자가 길을 만드는 숙소에서 여행자는 특별한 휴식을 갖는다.

여행객의 기억 속 제주의 모습을 따라 담장과 연못으로 길을 빚어낸, 현무암을 닮은 집

서광리는 제주 서남부의 교통 중심지로, 많은 사람과 바람이 드나들며 시간을 쌓아온 곳이다. 그리고 이 서광리의 옛 이름인 ‘자단’과, 못과 연못을 품은 스테이가 떠오르듯 방문객을 맞이한다. 자단연원은 현무암으로부터 비롯된 모든 색으로 빚어진 물길을 품은 독채 스테이다.

지붕으로 이어지는 주택은 어두운 톤의 색감과 단층 규모, 물에 비친 빛 등으로 차분한 분위기를 가진다.

HOUSE PLAN & INTERIOR SOURCE

대지위치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대지면적 : 658㎡(199.04평)   건물규모 : 지상 1층

건축면적 : 187.06㎡(56.59평)   연면적 : 138.34㎡(41.84평)

건폐율 : 28.69%   용적률 : 21.22%

외부마감재 : 유로미장   내부마감재 : 유로미장

욕실 및 주방 타일 : 수입타일   수전 등 욕실기기 : 아메리칸스탠다드

주방 가구 : 메라톤   현관문 : 철프레임 + 천연 방부목   방문 : 현장제작(합판, 유로미장)

조명 : 동성 조경 : 예림조경   설비 : 올림피아종합공사

구조설계(내진) : 광림건축사사무소

설계·시공·감리 : 어반플롯 주식회사



공간의 기획과 설계, 인테리어와 조경 전반을 맡은 어반플롯의 건축가 서호성, 임선영 소장은 이 대지가 가진 자연환경과 역사환경에 주목했다. 옛 교통의 중심지로 ‘역:여관’을 보유했던 곳, 그러나 산방산을 넘어오는 거센 동남풍과 이를 위한 도롱이집과 횃불집이라는 고달픈 서사를 지닌 마을. 조금은 매서울 수도 있는 제주의 바람으로부터 여행객을 온전히 감싸줄 수 있는 숙소를 기획했다. 이러한 지점은 건축주가 주문한 돌담과 삼나무 등의 요소들과 조응해 자단연원의 콘셉트를 완성해냈다.

티룸에서 바라본 숙소의 풍경. 전면창과 목재루버 천장의 이어짐이 개방감과 아늑함을 동시에 부여한다.

단차를 활용해 설치한 소파가 인상적인 거실부. 뒤로 주방과 벽 없이 이어지는 구조로 시선에 막힘이 없다.

PLAN

땅의 터줏대감처럼 자리잡은 삼나무는 집의 지붕과 연못에 그림자를 드리우며 방문객을 맞이하고, 실내와 반외부로 모두 연결되는 수공간에 반사되며 특별한 그림을 만들어준다. 이 수공간은 계절과 날씨에 따라 실내 온수풀과 자쿠지 등으로 확장되고 또 분리된다. 3m 폭에 9m 길이로 존재감을 뽐내는 온수풀은 24시간 자동으로 여과와 소독, 정화가 되도록 설비를 갖췄다. 여기에 ‘ㄷ’자의 형태로 온수풀과 자쿠지를 따라 이어지는 수공간의 감각은 집 자체를 하나의 산책로로 만들어준다. 물길에 놓인 작은 돌다리를 건너면 중정과 수변공간에 둘러싸인 처마와 그 밑의 티룸 공간이 여유로움과 고즈넉함을 전한다. 이 모든 풍경을 감싸는 2m 규모의 제주 현무암 담장은 그 자체로 건축물의 ‘팔레트’가 되는, 디자인의 핵심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와이드한 창들로 구성되어 어두운 톤의 마감재들 위로 충분한 빛을 얹어준다.

처마 밑 마루에 드는 그림자는 수공간에 반사되는 빛과 함께 단조로운 공간에 입체감을 더한다.

INTERVIEW :
자단연원 이용민 대표

제주도의 많은 숙소 중, 자단연원만의 아이덴티티는 제주를 여행하며 가장 인상 깊게 봤던 것이 바로 돌담이었습니다. 그 감각과 존재감을 살릴 수 있도록 건축법상 가장 높은 2m의 돌담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스테이 전체의 색감을 이에 맞게 현무암에서 뽑아낼 수 있는 색으로만 조성했습니다. 말 그대로 현무암을 닮은 집을 의도했죠.


자단연원이라는 이름의 의미는 두 아들의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큰아이의 못 ‘연’, 둘째의 담장 ‘원’자를 이름에 넣고, 숙소가 위치한 서광리의 옛 이름인 자단을 붙여 자단연원이라 지었습니다.


어떤 곳에 건축주의 손길이 가장 많이 갔는지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은 수영장이지만, 가장 애정하는 공간은 티룸입니다. 모든 가구와 소품을 제가 목공을 배운 뒤 직접 만들어서 배치했기에 애정이 가고, 그만큼 손님들의 반응이 좋으면 더 기분이 좋은 공간입니다.

심플한 마감으로 완성된 침실. 창 밖으로 보이는 돌담이 프라이버시를 보호해준다.

물길이 이어지는 듯한 구조가 특이하다 육지에서 살 때 서울의 서촌이나 북촌에 자주 갔었습니다. 서울권 한옥의 대표적인 구조인 ‘ㄷ’자 구조를 좋아했는데, 제주도의 전통가옥도 안채와 바깥채, 별채로 ㄷ자 구조를 만드는 경우가 많은 걸 알게 됐고 이를 설계 당시부터 주문했습니다. ‘ㄷ’자 구조로 집이 만들어지면 더 다양한 면을 갖게 되고, 다섯개 정도의 정원을 만들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집 안에 산책로가 생기게 됩니다. 자단연원 또한 집 안을 ‘한바퀴 돌 수 있는’ 구조로 만들었죠.


외부 조경 디자인에도 취향이 반영됐는지 돌담 다음으로 제주도에서 좋아했던 것이 삼나무였습니다. 주로 감귤나무의 방풍 역할로 심어져있는데, 오히려 제주도에서는 유해목으로 지정되어있더군요. 그럼에도 제 눈에는 푸르고 곧은 수형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를 따라 대지도 삼나무가 심어진 환경으로 찾았고, 건축 당시에도 조경의 베이스로 삼기 위해 몇 그루의 자리를 보고 새로 사서 심기도 했습니다. 여러 현지의 작업자분들께서 삼나무 조경은 처음 봤다고 하시니, 더 새로운 느낌이었습니다.


자단연원 :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333-9

바람이 통하는 반외부 공간은 자연스럽게 물길과 돌담을 통해 동선을 갖게 된다.

SPACE POINT : 물길과 동굴로 이어진 수영장

건축주가 가장 공을 들여 준비한 부분인 수영장은 말 그대로 자단연원을 '관통'하는 핵심 공간이다. 폴딩도어로 실내 자쿠지와 야외수영장이 이어지는 구조로, 두 개의 수공간을 한 동선 안에 두어 어르신부터 아이들까지 가족이 한 공간에서 머물 수 있도록 의도했다. 또 다른 숙소들의 인도어풀과 차별화된 분위기를 내기 위하여 제주도 현무암으로 돌담을 만들고, 그 밑을 동굴처럼 뚫어 물길로만 통하는 동선을 만들어줬다. 양쪽으로 빛과 바람이 통하며 수면위로 동굴의 모습이 반사되는 독특한 모습은 자연스레 수영장을 자단연원의 메인 포토존으로 만들어준다. 현대적 프로그램인 실내수영장이 전통공간의 재해석을 품은 아이디어다.



건축가 서호성, 임선영 : 어반플롯주식회사

어반플롯은 주로 스테이와 FNB 작업 통해 삶의 기본을 이루는 의식주의 기획과 구축의 전 과정을 실험하며, 건축과 인테리어 조경의 작업을 넘나들며 진행한다. 스테이 산업의 2016년 초창기에 시작된 탐라는 일상과 고산별곡등 옛 공간을 재해석한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의 현재에 의미있는 전통의 재해석에 관심을 가져왔고, 빈티지제주를 시작으로 폴부엌이층집, 청수풀, 자단연원에 이르기까지 장소와 맥락, 사람과 건축이 자연과 만나는 방식을 고민을 이어오고 있다. www.urbanplot.com

기획_ 손준우 | 사진_ 이병근​

2024.01.19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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