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파와 치아바타로 피자 만들기…이태리가 놀랄 맛

[푸드]by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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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파를 토핑으로 올린 치아바타 피자. 식감이 정말 좋다.

옛날에 이탈리아(이태리) 살 때 일이다. 당시 이태리 마트는 냉동식품을 거의 팔지 않았는데 피자만은 반드시 있었다. 두 가지 이유. 하나는 그 나라는 배달 피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밤에 갑자기 먹고 싶을 때 먹기 위해서.


이태리 사람들 피자 참 좋아한다. 우리가 중국집·치킨집 가듯이 가볍게 간다. 물론 우리가 아는 둥그렇고 멋진 피자를 파는 집은 저녁부터 연다. 데이트도 하고 가족 외식도 한다. 피자집은 동네 밥집이고 외식의 으뜸이고 북부에선 살짝 이국적 음식이다. 남부 나폴리 사람들이 이주해 와서 열었기 때문이다. 머리칼이 까맣고 키가 작고 알아들을 수 없는 사투리를 쓰는 남부 이주민이 와서 반죽을 멋지게 돌리면서 장작 오븐에서 척척 피자를 구워내는 장면은 북부 사람들에게 신기한 구경거리였다. 마치 우리로 치면 화교들이 동네에 중국집을 연 것과 비슷했다. 나폴리와 이태리 북부는 같은 나라인데 그게 적절한 비유냐고? 음. 나폴리와 이태리 북부 지방은 대략 1천㎞는 떨어져 있고, 기차 타면 10시간이 넘고 1861년 통일되기 전까지는 서로 다른 나라였으며 당시 나폴리와 밀라노 상인이 거래하려면 통역이 필요했다는 사실. 이태리 북부 사람들에게 나폴리인은 뭔가 이방인 같았을 것이다. 뭐 이 정도만.


하여튼 피자는 장사가 잘됐다. 쌌다. 내가 있던 2000년대 초, 장작 오븐에 구운 마르게리타가 한판에 3천원이었다. 거짓말 아니다. 요즘도 싼 집은 4유로(약 5800원)밖에 안 한다고 들었다. 일상 음식이고 다 그 나라 국산 재료니까. 우리가 중국집에 줄을 서면서 졸업·입학·생일에 짜장면 먹으러 갈 때 이태리 사람들은 피자집에 갔다. 피자집은 전국적으로 번성했다. 지금 이태리 가서 만나는 피자집은 그런 과정을 거쳐서 생긴 거다.(물론 남부 마피아가 소유한 피자집도 꽤 많다고 한다. 쩨쩨하게 피자집을 운영하는 마피아라니. 우리 조폭은 한때 거대한 한우 고깃집을 강남에 열곤 했는데 말이지)

발효가 좌우하는 빵

피자는 간단해 보이지만 발효한 빵(dough)이 핵심이다. 우리나라 피자는 토핑으로 승부하지만 진짜 이태리 피자는 빵에 목숨 건다. 요새는 반죽에 물을 왕창 넣고 보들보들하고 소화 잘되게 만든, 카노토 피자가 유행한다. 얇고 바삭하다.


미국 서부에서 ‘가짜’ 피자도 많이 만들어 먹었다. 언제든 구할 수 있는 토르티야를 쓰는 거다. 멕시코의 영향이다. 그게 미국 유학파 요리사들을 통해서 서울 강남에 등장한 게 2002년 전후였다. 발효 피곤하고 굽는 것도 어렵고(진짜 이태리식 피자는 450도 이상 고온에 굽지 않으면 맛이 없다. 양식당 오븐은 대개 300도가 한계다) 어차피 한국인이 피자 맛도 잘 모르니(?) 토르티야를 쓰기 시작했다. 이게 은근히 대박 났다. 미국식이니까. 와인·맥주 마실 때 가볍고 바삭하고 뭐, 맛은 피자 맛이고…. 와인바나 카페 메뉴로 특히 인기가 있었다. 별다른 준비 없이 바로 팔 수 있어서다.


좋은 피자는 앞서 말했듯이 빵, 즉 반죽이 핵이다. 요놈은 온도에 아주 민감하다. 이스트란 녀석이 굉장히 예민하다. 별 기술 아닌 것 같은 식빵 맛도 천지 차이가 나는데, 대개는 발효기술에서 차이가 난다. 이스트 관리가 어렵다. 빵 맛은 발효가 80%쯤 좌우한다고 한다. 발효를 장악하면 빵 선수가 된다. 하기야 김치도 그렇고, 발효는 어렵다. 집에서 유튜브 보고 반죽 주물러서 시도해 보시는 거 좋다. 물론 잘 안 된다.(잘 되면 피자집 망한다) 그러니 각도를 틀어보자. 빵으로 피자 만드는 법을 알려주겠다.

피자에는 식빵보다 치아바타

이태리 사람들은 피자집에 가서 술을 마실까. 노노. 대부분 음료를 마신다. 현지에서 ‘꼬까’라고 발음하는 콜라나 ‘스쁘리떼’라고 하는 사이다를 많이 마신다. 아니면 그냥 물이다. 아, 맥주도 좀 마신다. 와인은 거의 안 마신다. 별로 안 어울린다. 짜장면 먹는데 수정방 따는 격이랄까. 이태리 피자집에 와인 리스트가 제법 있는 집은 대개 관광지다. ‘이태리에 왔으니 와인을 마셔야지’ 하는 심리 공략. 물론 피자집 중에는 여러 요리를 같이 파는 집도 많다. 그런 집은 와인이 꽤 있을 수 있다. 있어도 가볍고 싼 것들이다. 이상하게 피자와 와인이 어울리지 않아서 이태리 사람에게 물어봤다. 당황하더라. “나도 한 번도 같이 안 마셔봐서 몰라. 피자집에서 와인 마시는 사람은 한국말로 꼰대 취급받기 십상이라고!”


자, 본론으로. 식빵으로 피자 해먹는 법이 나오는데 별로다. 기왕이면 치아바타를 쓰자. 이태리빵이라 어울린다.(치아바타는 북서부 피에몬테주에서 현대에 탄생한 빵이다. 보기는 쉬운데 상당히 복잡한 공정으로 만든다. 발효시간이 길고 기름기와 수분이 많은 질척한 반죽이다. 그러니 집에서 만들지 말자) 치아바타 피자와 정말로 어울리는 토핑이 있다. 쪽파다. 식감이 정말 좋다. 내가 개발해 업장에서 메뉴로 팔고 있고 인기 폭발이다. 여러분에게 레시피를 공짜로 드린다. 맛은 보장한다. 만들기도 쉽다. 피자는 반죽만 안 하면 일이 아니다. 토스터나 에어프라이어를 켜시라. 아, 빵 먼저 사야지.

재료(2인분)


치아바타 빵 1개(가능하면 이런저런 재료 섞지 않은 플레인으로)

피자치즈 1컵(종이컵 양으로)

쪽파 15줄기 내외

토마토소스 반컵

안초비, 올리브, 바질잎, 소시지, 햄, 먹다 남은 치즈조각, 고기조각 등


만드는 법


1. 오븐이나 토스터, 에어프라이어를 최대 온도로 켠다. 모든 재료를 30분 전에 실온에 미리 내놓는다.(그래야 빨리 잘 익는다)

2. 치아바타를 반으로 가른다.

3. 토마토소스를 바르고, 쪽파를 가지런히 올린다.(하얀 밑둥 부분이 제일 맛있다. 아작아작한 식감이 최고다)

4. 치즈를 올린다. 기타 재료가 있으면 같이 올린다. 10분 이상 굽는다.

*쪽파가 치즈 밑에 잘 깔려 있어야 한다. 노출되면 타고 맛이 없다.

*매운맛 좋아하면 다 구운 뒤 할라페뇨를 올리거나 핫소스를 뿌려준다.

5. 맥주에 먹는 게 제일이다. 화이트와인 오케이. 소주도 나쁘지 않음. 레드와인과 막걸리는 비추.

글·사진 박찬일 요리사

2024.04.10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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