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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구본권의사람과디지털

‘양자 컴퓨터 시대’ 어떤 변화 닥치나

by한겨레

“슈퍼컴으로 수만년 걸릴 연산 200초에 끝내”

구글, ‘양자 우월성 도달’ 논문 발표

화학·제약·비료생산·초전도성 획기적 도약기대

한겨레

양자 컴퓨터 시대가 오면 어떤 일들이 가능해질까?


지난 23일(현지시각) 학술지 <네이처>에는 구글이 현존 가장 강력한 슈퍼컴퓨터(IBM 서밋)에서 약 1만년이 걸리는 연산을 단 200초만에 해결하는 양자컴퓨터 기술을 구현했다는 논문이 실렸다. 처음으로 ‘양자 우월성(Quantum Supremacy)’에 도달한 것이다. 양자 우월성은 양자 컴퓨터가 가장 강력한 슈퍼 컴퓨터를 능가하는 지점을 일컫는다.


양자 역학은 원자와 전자 등 미시세계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으로, 이를 컴퓨터에 적용하면 0과 1(비트)이 아니라 동시에 0과 1의 상태를 구현하는 큐비트(qubit:quantum bits)를 통해 기존 디지털 컴퓨터에 비해 엄청난 속도로 연산을 처리하고 전송할 수 있다. 양자 우월성에 도달했다는 논문이 발표된 직후, 암호체계가 뚫릴 것이라는 우려로 비트코인 등 블록체인 화폐의 가치가 한때 폭락하기도 했다. 양자 우월성 도달 발표 직후 비트코인이 5개월 만에 최저치로 급락하고, 이더리움 등의 거래가가 10%가량 떨어졌다. 양자 컴퓨터가 실용화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며 급락세는 진정됐다.


그럼에도 양자 우월성 도달은 꿈의 기술로 거론되던 양자 컴퓨터의 출현이 시간문제임을 알린 셈이다. 구글만이 아니라, IBM과 인텔 등도 양자컴퓨터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재 수준에선 실용적 양자컴퓨터가 등장하려면 몇십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 전문지 <뉴 사이언티스트>는 지난 28일 양자 컴퓨팅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에 대한 조망을 기사로 다뤘다. 매사추세츠공대 교수 윌 올리버는 양자 우월성 도달을 라이트형제의 비행 성공에 견주었다. 라이트형제의 비행 성공 실험이 곧바로 항공 여행의 대중화로 나타나지 않았지만, 다양한 분야에서의 연구개발과 상품화를 가능하게 만들어 마침내 인류가 하늘을 이동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양자 우월성 도달에 대해 “컴퓨터 과학의 새로운 이정표로, 인공지능을 능가하는 하드웨어 혁명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뉴 사이언티스트>에 따르면, 가장 큰 변화는 화학 분야로 예상된다. 저명한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은 “자연은 (그대로 따라할 수 있는) 클래식 작품이 아니다. 자연 현상을 시뮬레이션하기 위해서는 양자 메커니즘의 구조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단일한 물 분자를 시뮬레이션 하기 위해서 현재 컴퓨터에서는 1만6000 비트를 필요로 하지만, 양자 컴퓨터에선 24개 쿼비트면 된다. 물리·화학의 세계를 시뮬레이션하기 위해서는 힘·분자·입자 등이 다양한 방식으로 상호작용하는 화학반응을 연산처리해야 하는데, 양자 컴퓨터는 기존 컴퓨터와 비교할 수 없이 빠른 시뮬레이션 능력을 갖는다. 이제껏 과학이 설명하지 못한 자연현상을 시뮬레이션을 통해 풍부한 설명력을 갖게 만들어주는 도구가 될 수 있다.


농업 분야도 크게 달라진다. 현대 농업은 비료에 의존하고 있지만, 현재 화학비료 생산은 에너지 집약적이라서 지구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1%를 차지한다.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진은 이번에 구글이 개발한 양자컴퓨터의 2배 수준인 100쿼비트만으로도 비료 생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고온 초전도성을 활용할 수 있는 길도 제공할 수 있다. 전하가 저항없이 이동할 때 발생하는 초전도성은 전력망의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 현재는 많은 에너지를 써서 도달할 수 있는 극저온에서만 초전도성을 구현할 수 있다. 양자컴퓨터는 원자가 물질적 상호작용을 하는 수많은 방법을 연산하고 검토할 수 있게 만들어, 상온이나 고온에서 초전도체를 만드는 방법을 발견할 수 있다.


제약업계는 가장 먼저 양자 컴퓨팅의 효과를 누릴 영역이다. 약물 개발은 다양한 방식의 단백질 접힘과 그 반응에 대한 연구를 필요로 하는데 이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전망에도 불구하고, 양자 컴퓨터의 미래는 예측이 어렵다. IBM 회장인 토머스 왓슨은 1943년 “전세계의 컴퓨터 수요는 5대 정도일뿐”이라고 말했으며,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은 1983년 MSX( 8비트 및 16비트 PC의 통일규격) 컴퓨터를 출시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절대로 32비트 운영체제를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현재 윈도10은 32비트, 64비트뿐이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