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박찬욱도 국내선 저작권료 한푼도 못 받는다니…

[자동차]by 한겨레

현행 저작권법엔 제작자 권리뿐

감독은 연출·대본료외 보상 없어

방송·음악 창작자 저작권은 인정

“OTT·K콘텐츠 시대에 법개정 시급”


감독조합, 국외 기관과는 보상 협약

‘아가씨’ 저작권료 받은 박찬욱 “감동”

봉준호는 미 작가조합 소속돼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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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열린 한국영화감독조합이 수여하는 디렉터스컷 어워즈 시상식 홍보에 나선 봉준호(왼쪽) 감독과 박찬욱 감독. 이들은 시상식에서 영화 저작권과 관련해 대담했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1. “영화 제작에 협력한 모든 사람의 저작재산권은 제작자에게 양도한 것으로 추정한다.”(저작권법 제100조 1항)


#2. 봉준호 감독의 <옥자>가 미국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되면 봉 감독에게 저작권료가 입금되지만, 국내에서 스트리밍되면 입금되지 않는다.


“영화는 감독의 것이다”라고 프랑스 작가주의 감독 프랑수아 트뤼포는 말했지만, 한국 영화는 감독의 것이 아니다. 놀랍게도 현행 저작권법상 저작자의 경제적 이익을 보전해주기 위한 권리인 저작재산권은 감독·각본가 등 창작자가 아닌, 제작자·투자자에게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유통 과정에서 추가 수익이 생길 경우 창작자는 애초의 연출료·대본료 외에 별도 보상을 받지 못한다. 이는 방송 창작자들이 방송국으로부터 재방·삼방 때마다 저작권료를 받고, 음악 창작자들이 노래가 스트리밍될 때마다 사용자로부터 저작권료를 받는 것과 또렷하게 대비된다. 전문가들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의 폭발적 성장과 케이(K)콘텐츠의 유행에 따라 저작권법 개정과 공정한 보상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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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저작권법상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저작재산권은 봉 감독이 아닌 제작사가 가지고 있다. 씨제이이엔엠 제공

통상적으로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가 제작사와 체결하는 영화 제작 계약에는 현행 저작권법에 따라 제작사에 저작권을 전부 양도한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양상헌 한국영화감독조합(이하 감독조합) 국제팀장은 “몇몇 스타 감독들의 경우 영화 흥행에 따라 추가 인센티브를 지급받거나 자신의 제작사를 만들어 저작권을 확보하기도 하지만, 90% 이상은 제작사에 저작권이 양도되는 게 현실”이라며 “대개 제작사는 저작권의 일부 또는 전부를 다시 투자배급사에 양도하는 게 업계 관행”이라고 했다.


그동안 다양한 직무의 창작자가 결합한 공동창작물이라는 영화산업의 특성에 따라 산업적 유통을 활성화하고 법적 분쟁을 최소화한다는 명목으로 제작자에게 저작권이 양도돼왔다. 그러나 영화와 비슷한 공동창작물인 드라마나 음악의 경우에도 창작자들의 저작권이 인정되고 있다는 점은, 창작자들의 권리 보호에서 영화만 예외적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준다. 박현선 연세대 비케이(BK)21 교수는 논문 ‘디지털 시대 영화 저작권 환경과 공정한 보상을 위한 연구’(2021)에서 “(이러한 현실은) 현재 융복합적으로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영화 저작권 논의가 가장 뒤떨어지는 모순적인 문제를 낳았다”며 “영화 저작권법도 영화의 공동저작물 특성을 재정립하는 동시에 각 세부 분야가 독립적으로 별도의 저작물로 활용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도록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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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은 최근 프랑스 저작권집중관리단체로부터 <아가씨> 방영에 따른 저작권료를 지급받았다. 박 감독의 <아가씨> 스틸컷. 씨제이이엔엠 제공

이런 목소리는 영화 현장에서도 불거져 나오고 있다. 한국 영화감독들의 창작 자유와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2005년 출범한 감독조합은 지난해부터 저작권법 개정 캠페인과 함께 영화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창작자들에게 비례적으로 보상하도록 하는 내용의 협약을 해외 저작권신탁기관들과 체결하고 있다. 최우리 감독조합 사무국장은 “2020년 11월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실이 저작권법 개정안을 냈지만, 영상 저작물의 경우 추가보상청구권을 요구할 수 없도록 해 창작자의 권리 보호가 이뤄지지 못한데다 결국 그나마도 처리되지 못한 것으로 안다”며 “개정 캠페인과 별개로 영화 창작자들 저작권을 신탁받아 관리하는 프랑스, 스페인, 아르헨티나 등의 기관과 협약을 맺어 해외에서의 국내 창작자 권리 보호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감독조합은 오는 5월 서울에서 개최되는 시청각물창작자국제연맹(AVACI) 제2회 정기총회를 통해 저작권법 문제를 이슈화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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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은 미국 넷플릭스로부터 <옥자> 스트리밍에 따른 저작권료를 지급받고 있다. 봉 감독의 <옥자>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이러한 노력으로 국내 감독이 해외에서 저작권료를 지급받는 사례도 늘고 있다. 최근 박찬욱 감독은 영화 <친절한 금자씨> <아가씨> 방영과 관련해 프랑스 저작권집중관리단체(SACD)로부터 저작권료를 받았다. 감독조합과 맺은 협약에 따른 것이다. 박 감독은 지난달 24일 감독조합이 주최한 디렉터스컷 어워즈 시상식에서 이를 언급하며 “한국 영화로 이런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게 감동의 순간이었다”고 기뻐했다. 함께 대담하던 봉준호 감독도 “<설국열차>의 미국 국내선 비행기 상영과 <옥자>의 미국 넷플릭스 스트리밍에 따른 저작권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봉 감독이 권리 보호를 받는 미국작가조합 회원이기 때문이다.


감독조합의 양 팀장은 “협약의 상호 호혜 원칙에 따라 국내 창작자의 해외 저작권료를 제대로 받기 위해서도 국내 저작권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했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2022.03.24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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