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유 세미나’ 방송으로 주목받는 팜유 …대세는 ‘팜유 프리’

[푸드]by 헤럴드경제

글로벌 트렌드로…비건 품목 두드러져

‘지속가능한 팜유 생산 방식 전환’ 주목

“소비자도 인증 기업의 노력 지켜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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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유 세미나’ 콘셉트로 미식 여행을 떠나는 프로그램의 한 장면. [MBC 방송 캡처]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팜유는 ‘팜유 세미나’라는 우스갯소리로 등장한다. ‘팜유 세미나’ 방송은 미식 여행 콘셉트로 큰 인기를 끌었다. 현실에선 팜유를 없앤 ‘팜유 프리(palm free)’가 글로벌 푸드 트렌드로 떠올랐다. 더 건강하면서 친환경적인 오일을 쓰려는 수요의 증가가 그 배경이다.


현재 글로벌 푸드 트렌드의 핵심 키워드는 식품에서 특정 성분을 없앤 ‘프리 프롬(free from)’이다. ‘글루텐 프리(gluten free·글루텐이 없는 곡물 사용)’나 ‘슈거 프리(sugar free)’에 이어 최근에는 ‘팜유 프리’가 주목받고 있다.


야자나무 과육에서 나오는 팜유는 우리가 ‘식용유’로 부르는 종류 중 하나다. 국내에서는 콩기름과 카놀라유 등을 많이 쓰지만, 전 세계 식용유 시장에서는 팜유 소비가 가장 많다. 2020년 미국 농무부 해외농업국(USDA FAS) 보고서에 따르면 팜유는 전 세계 연간 식물성 기름 소비량의 40%, 거래량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식품을 비롯해 화장품, 세정제, 바이오 에너지 원료로도 사용돼 국내에서도 기업의 사용 비중이 높다.


이런 팜유를 과감히 제거한 ‘팜유 프리’는 특히 초콜릿이나 통밀과자, 팬케이크, 빵에 발라먹는 스프레드 등에서 두드러진다. 대표적인 국제 인증으로는 지속가능한 팜유협의회(RSPO)의 ‘지속가능한 팜유’ 인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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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팜유협의회(RSPO)’의 인증 마크(왼쪽), 야자나무 열매 모습 [RSPO 홈페이지 캡처]

지역별로는 유럽이 관련 인증 도입에 앞장서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팜유 프리’를 선언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풀무원은 지난 2022년 비건 브랜드인 ‘지구식단’에 팜유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CJ제일제당도 B2B용(기업간 거래) 팜유를 ‘RSPO’ 인증 제품으로 모두 전환했다.


특히 풀무원처럼 비건(vegan·완전채식) 품목에 ‘팜유 프리’가 빠르게 붙고 있는 현상은 주목할 만하다. 비건 제품들이 ‘영국채식협회 비건 인증’과 함께 ‘팜유 프리’ 인증을 받는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채식 및 비건인들은 건강뿐만 아니라 환경을 위해 식물성 식품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김윤일 네이버카페 ‘채식공감’ 대표는 “비건인들은 팜유 섭취를 되도록 피하려 한다”며 “팜유 생산을 늘리려 열대우림 야생동물 서식지를 마구잡이로 파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배지 개간을 위해 숲을 불태우는데, 이 과정에서 다량의 온실가스도 배출된다”고 했다.


실제로 지속가능한 팜유협의회 보고서(2020)에 따르면 팜유 최대 생산지인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서는 총 팜유 농장 면적의 4분의 3이 멸종 위기 동물이나 식물이 서식하던 숲을 없앤 후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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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팜유 농장이 멸종 위기 동물이나 식물이 서식하던 숲을 없앤 후 만들어지고 있다. [WWF 제공]

그렇다고 팜유를 다른 기름으로 무작정 대체하는 것도 적절한 방법은 아니다. 팜유는 용도가 다양하고 그 어떤 식물성 기름보다 토지 면적 대비 수확량이 많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보고서(2018)에 따르면 기름 1t(톤) 생산에 필요한 토지 면적은 팜유가 0.26ha(헥타르), 대두유(콩기름)는 2ha, 해바라기씨유는 1.43ha, 유채씨유(카놀라유)는 1.45ha다. 팜유를 다른 식물성 기름으로 대체하면 4~10배 더 많은 토지가 필요해 환경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비영리 자연보전기구인 세계자원기금(WWF)은 최선의 해결책으로 ‘지속가능한 생산 방식으로 전환’을 강조한다. 이를 위해 WWF는 전 세계 기업 대상으로 ‘팜유 스코어(점수)’를 발표하고 있다. 기업들이 얼마나 지속가능한 팜유를 사용하고, 노력하는지를 점수로 매긴 것이다.


지난 2021년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기업은 스위스 유통업체 ‘쿱스위스(22.4점)’다. 이어 이탈리아 제과업체 ‘페레로그룹(21.7)’, 스웨덴 가구기업 ‘이케아(21.6)’ 순이다. 평가에 참여한 한국 기업 5곳의 평균은 4.5점에 그쳤다. 가장 높은 점수는 ‘아모레퍼시픽’의 14.5점이다.


팜유 인증의 사용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RSPO’ 인증 팜유를 사용한다고 답한 기업은 지난 2020년 59%에서 2021년 69%로 늘었다.


다만 WWF는 지금 같은 속도로는 지구 환경을 지킬 수 없다고 본다. 지속가능한 팜유협의회 조사 결과, 지난 2021년 전 세계 팜유 생산량의 19%만이 RSPO 인증을 받았다. WWF코리아 관계자는 “소비자는 관련 인증 등을 통해 지속가능한 팜유 사용을 위한 기업의 노력을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gorgeo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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