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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5분 보고받아" VS "20분 했다"…국회서 계엄문건 하극상

by중앙일보

국회서 국방장관 발언 반박한 기무사령관

"5분 보고받아" VS "20분 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왼쪽)이 24일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이석구 국군기무사령관의 답변을 듣고 있다. 이 사령관은 계엄령 문건과 관련해 ’송영무 장관에게 위중한 상황으로 보고했다“고 말했다. [변선구 기자]

기무사령관과 기무부대장이 국방부 장관의 국회 발언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24일 제20대 국회 후반기 첫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다.


송영무 “계엄 문건 5분 보고받았다”

이석구 “20분 보고했다” 정면 부인

국회서 하극상 비춰질 장면 나와

황영철 “장관·사령관 누군가 거짓말

둘 중에 한 명은 옷 벗어야 할 것”

송영무 반박한 기무부대장 전역 신청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방위 소속 의원들에게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령 문건에 대해 설명했다. 송 장관은 계엄령 문건을 지난 3월 16일 이석구 기무사령관으로부터 직접 보고를 받았지만 당시 다른 회의에 참석해야 했기 때문에 보고 시간은 5분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건을 놓고 가라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사령관은 “송 장관에게 20분간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보고 시간에 대해 엇갈린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자칫 하극상으로도 비춰질 수 있는 장면이다.


당초 이날 국방위는 기무사 계엄령 문건을 놓고 여야의 공방전이 예상됐다. 그러나 정작 전선은 송 장관과 이 사령관 사이에서 형성됐다.


송 장관은 ‘몇 분간 보고를 받았나’라는 이주영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문에 대해 “당일 이 사령관이 11시38분 장관실에 들어와 10분 대기했다. 55분에 다른 회의를 갔기 때문에 5분 정도 보고를 받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 사령관이 다른 것도 보고했기 때문에 다 볼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놓고 가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황영철 한국당 의원의 보고 시간 질의에 대한 이 사령관의 답변은 달랐다.


▶황 의원=“사령관은 송 장관이 위중한 사안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줬나.”


▶이 사령관=“그렇다.”


▶황 의원=“5분인가.”


▶이 사령관=“그보다 더 되는 것 같다.”


▶황 의원=“얼마나 더 되나.”


▶이 사령관=“20분 정도 되는 것 같다.”


기무사 “송영무, 계엄 문건 문제없다 말해” 송 장관 “거짓말”


황 의원은 “국회에서 대한민국 국방부 장관과 기무사령관의 대답이 다르다. 두 사람 중 하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거짓말한 사람은 옷을 벗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국방부를 담당하는 기무부대인 100부대장인 민병삼 대령의 이날 발언도 송 장관과 국방부의 입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었다. 그가 국회로 불려온 이유는 지난 9일 간부 간담회 때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한 언론은 송 장관이 당시 간담회에서 “기무사가 위수령 문건을 검토한 것은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송 장관이 절대 그런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부인하면서 해당 기사를 오보라고 대응했다.


그러나 민 대령의 이날 답변은 국방부의 발표와는 달랐다. 그는 “36년째 군복을 입고 있는 군인”이라며 “군인의 명예와 인간으로서 양심을 걸고 답변하겠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당시 상황을 적은 문건을 보면서 말을 이어갔다.


“법무관리관이 ‘기무사의 세월호 사찰과 관련된 수사 진행을 설명하겠다’고 보고하자 장관이 ‘댓글 TF, 세월호 및 위수령 검토 관련 등에 대해서 알려라’고 하면서 ‘위수령 문건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법조계에 문의해 보니 문제 될 것이 없다고 한다. 나도 마찬가지 생각이다. 다만 직권남용에 해당되는지 검토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황 의원이 "민 대령 말이 사실이 아니냐”고 추궁하자, 송 장관은 "완벽한 거짓말이다. 대장까지 지낸 국방부 장관이 거짓말을 하겠냐”고 반발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로의 기억이 다르다. 앞으로 수사 과정에서 드러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예비역 장성은 “합리적 이유보다 장관과 기무사는 자신을 챙기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국민에게 정말 부끄럽다”고 말했다. 민 대령은 국방위가 끝난 뒤 ‘송 장관의 위증에 동조할 수 없다’는 취지로 전역지원서를 냈다.


군 당국은 최근 잇따른 악재로 곤경에 빠져 있다. 이날도 육군 소장이 여군 부하를 성추행한 혐의로 직위해제됐다. 벌써 이달 들어 세 번째 장성급의 성폭력 사건이다. 군의 상관을 폭행하거나 모욕하는 범죄는 2016년 121건에서 지난해 229건, 올 1~6월 126건으로 증가 추세에 있다. 매년 줄어들던 자살자 수도 올 1~6월 3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4명)보다 늘었다. 군 지휘부가 계엄령 문건을 통해 지난해 3월 내란음모에 가담했는지 군과 검찰의 합동수사도 진행 중이다.


비무장지대 안 병력·장비 철수 추진


국방부는 이날 현안보고 자료에서 비무장지대(DMZ) 안 감시초소(GP)의 병력과 장비를 시범적으로 철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남북 정상이 지난 4월 27일 판문점 선언에서 ‘앞으로 비무장지대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들어 나가자’고 합의한 뒤 국방부가 처음으로 DMZ의 평화지대화 실현 조치를 공개한 것이다.


국방부는 판문점 선언을 이행하기 위해 DMZ 내 GP 병력과 장비를 시범적으로 철수한 뒤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DMZ의 평화지대화는 군사분계선(MDL)을 기준으로 남북 2㎞씩의 구역(DMZ) 안에서 병력·화기·지뢰를 모두 빼내는 조치다. 남북한은 현재 DMZ의 GP에 기관총 등 중화기를 반입해 놓고 있다.


GP를 시범적으로 철수한 뒤 DMZ 안의 역사 유적과 생태 조사 등과 연계해 전면적인 철수 방안도 추진할 것이라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국방부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의 비무장화도 추진할 방침이다. 정전협정 정신에 근거해 경비 인원을 줄이고 개인·중화기를 빼내며 자유 왕래를 복원하겠다는 것이다.


이 밖에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의 평화수역화와 관련, “서해 NLL을 기준으로 평화수역 설정 방안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앞으로 남북 공동어로구역 설정도 추진하겠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이철재·이근평 기자 seaja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