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선수에게 비즈니스석 양보 ‘따뜻한 박항서’

[이슈]by 중앙일보

베트남 매체 박 감독 미담 보도

“말 안 통해 스킨십으로 마음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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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를 자식처럼 챙기는 박항서(59)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의 ‘파파 리더십’이 베트남 현지에서 화제다. 베트남 언론매체들은 박 감독이 부상 선수에게 비즈니스석을 양보한 미담을 전하면서 리더십을 다시 한번 부각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은 지난 6일 동남아시아 축구 국가대항전인 스즈키컵 4강 2차전에서 필리핀을 2-1로 꺾고 2전 전승으로 결승에 진출했다. 베트남 대표팀은 이튿날인 7일 스즈키컵 결승 1차전이 열리는 말레이시아로 이동하기 위해 비행기에 탔다. 감독은 비즈니스석, 선수는 이코노미석을 배정받았다.


이륙한 지 1시간쯤 지났을 때 박항서 감독은 갑자기 베트남 선수 도 훙 중에게 자리를 바꾸자고 했다. 중은 2일 열린 필리핀과의 4강 1차전 도중 등을 다쳐 2차전엔 나오지 못했다. 박 감독은 비즈니스석에서 이코노미석으로 바꾸면서 “말레이시아까지 비행기로 3시간 이상 걸린다. 부상 당한 널 편안한 자리에 앉혀야 했는데. 잊어버려서 미안하다”고 사과까지 했다.


중은 처음엔 박항서 감독의 제의를 거절했으나 박 감독 의지가 강력해 결국 수락했다. 박 감독은 비즈니스석을 내주고 이코노미석에 앉았다. 비행 도중 박 감독은 옆자리의 선수들에게 차가운 물병을 갖다 대는 등 장난을 치며 어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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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감독이 선수들을 자식처럼 챙긴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는 한 선수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8초짜리 동영상이 화제가 됐다. 걱정스러운 표정의 박 감독이 마사지기로 베트남 선수의 발을 정성스럽게 문지르는 영상이었다. ‘선수들을 극진히 사랑하는 감독님’이란 설명과 함께 영상은 베트남 사회에 빠르게 퍼졌다.


베트남 선수들은 인간미 넘치는 박항서 감독을 ‘짜(Cha)’ ‘타이(Thay)’라 부른다. 베트남어로 ‘아빠’ ‘선생’ 등의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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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박 감독의 ‘형님 리더십’은 한국에서 지도자 생활을 할 때부터 유명했다. 그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코치를 맡아 거스 히딩크 감독과 선수 간 가교 역할을 했다. 당시 조별리그 1차전 폴란드전에서 첫 골을 터트린 황선홍은 히딩크 감독이 대신 박항서 코치에게 달려와 안겼다.


박 감독은 내셔널리그 창원시청 감독 시절 생일을 맞은 선수에게 책을 선물하곤 했다. 또 슬럼프에 빠진 선수에게는 용기를 불어넣는 책을 골라줬다. 책 표지 안쪽에 손편지를 남길 만큼 세심하게 챙겼다.


박항서 감독은 발 마사지 동영상과 관련해 “부상자를 확인하러 의무실에 자주 간다. 의무진이 한두 명밖에 없어 손이 모자라 도운 것뿐이다. 언론에서 ‘파파 리더십’이라고 하는데, 어떤 목적을 두고 선수들을 그렇게 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또 “모든 걸 내려놓고 베트남에 갔다. 베트남 문화, 선수들, 국민 모두를 존중하려 했다”며 “난 리더십이 부족한 사람이다. 그저 누구에게나 진정성 있게 대한다. 말이 통하지 않는 선수들에게 마음을 전달할 방법이 스킨십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마사지하는 게 찍힌 줄 몰랐다. 소집 기간에 소셜미디어를 금지하는데, 반응이 나쁘지 않아 한 번 봐줬다”며 웃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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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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