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여성 파트너와 함께 '묻지마 관광', 이미 알고 있었다"

[이슈]by 중앙일보

현직 이사 "대구서 여성 10명 태워 제비뽑기로 파트너 정해"

"출발 전부터 여성 동반 사실 알았다"…조합장 주장과 배치

조합장 "잘못 인정하나 선거 영향 노린 세력 허위사실 유포"

시민단체 "임원 전원 책임지고 사퇴해야" 비판 목소리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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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상주시 상주원예농협 임원들이 2016년과 2017년 두 차례에 걸쳐 실시한 선진지역 견학에서 신원미상의 여성들과 동행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당시 견학에 참여했던 상주원예농협 현직 임원이 "견학 명목으로 중년 여성들을 태워 사실상 '묻지마 관광'을 갔다"고 말했다.

상주원예농협 김모 이사는 29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16년 8월 8일 경북 포항시로 간 선진지 견학에 참여했다"며 "언론 보도처럼 상주원예농협 임원 10명이 견학을 떠나면서 중간에 신원미상의 여성 10명을 태워 동행한 것이 맞다"고 인정했다.


상주원예농협 임원들은 2016년 8월 8일과 2017년 7월 10일 각각 하루 일정으로 경북 포항시와 부산으로 선진지 견학을 다녀왔다. 두 차례의 견학 모두 A 조합장을 비롯해 상임이사, 이사, 감사 등 10여 명이 참여했다. '우수 농협 벤치마킹 및 임원 단합대회'란 명목이었다. 김씨는 이 중 2016년 포항 견학에 참여했다. 그 해 견학엔 조합장과 상임이사 1명, 이사 6명, 감사 2명 등 10명이 함께했다.


김씨는 "견학 당일 오전 9시쯤 상주원예농협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고 임원들이 곧장 45인승 관광버스에 올랐다"며 "버스에 오르기 전 이사회에서부터 이번 견학에 낯선 여성들이 동행하는 '묻지마 관광'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A조합장이 28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견학을 떠나기 전 여성들이 동행한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가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과 배치된다.


김씨는 "임원들을 태운 버스는 대구로 향했고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여성 10명을 버스에 태웠다.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들이었다"며 "여성들은 제비뽑기해서 각자 '파트너'를 정했고 옆자리에 앉았다"고 설명했다. 버스를 타고 향한 곳은 포항시 북구 흥해읍의 한 횟집. 바닷가에 위치한 횟집에서 이들은 술을 곁들인 식사를 하고 58만4000원을 법인카드로 계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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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이어 버스를 타고 대구시 북구의 한 노래방으로 이동해 여흥을 즐겼다. 김씨는 "노래방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이런 자리가 불편해 노래방에 들어가자마자 밖으로 나왔다. 노인들이 게이트볼을 치고 있었던 한낮으로 기억한다. 중간중간 '언제 돌아가느냐'고 물어보러 노래방으로 들어가 보면 남녀가 뒤섞여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고 전했다. 오후 6시16분쯤 마무리된 노래방 자리에선 40만원이 법인카드로 결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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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견학에 동행한 여성들이 '접대부'는 아니라고 했다. 따로 비용을 치르지 않아서다. 그는 "관광버스 운전기사가 '묻지마 관광'을 원하는 여성들을 연결시켜 줬다고 한다"며 "임원들이 개인적으로 '파트너'에게 팁을 줬을 수도 있지만 따로 비용을 계산한 일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노래방 자리가 끝난 뒤 여성들은 흩어졌고 임원 전원은 버스를 타고 다시 상주로 돌아왔다. 물론 '우수 농협 벤치마킹'이라는 목적에 맞는 다른 지역 농협 견학은 없었다.


A 조합장이 일부 언론을 통해 "선진지 견학에 참여한 임원들에게 10만원씩 회비를 거뒀다"고 주장한 데 대해 김씨는 "나는 돈을 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회비를 낸 적은 없고 여성들을 동반한 식사나 술자리에선 모두 법인카드로 계산을 했다"고 했다. 김씨는 "2017년 견학엔 내가 참여하지 않았지만 그때도 '묻지마 관광' 형식으로 여성들을 동반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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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조합장은 김씨의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여성들을 동반한 게 부적절했다는 점에선 변명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일부 이사가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앞두고 회비 문제 등 일부 허위사실을 언론에 퍼뜨려 선거에 영향을 끼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A 조합장은 "얼마든지 자체적으로 사퇴나 문책 등을 거쳐 넘어갈 수 있는 일인데 이렇게 일을 크게 만드는 건 다른 의도가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지역 시민단체들의 상주원예농협 임원 사퇴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은 29일 성명을 내고 "농민의 피·땀·눈물로 만들어진 농협이자 농민들을 지원하기 위한 조직인 농협의 임원이라는 자들이 벌인 행태에 대해 징계와 해임 조치뿐 아니라 조직의 명예를 떨어뜨리고 나아가 공무 중 접대부를 부르고 동행하는 등 범죄행위에 대해서도 민·형사적으로도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주=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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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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