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 가기

[ 이슈 ]

올해만 5번 신고…유가족 "사람이 죽어야 조치할거냐 했었는데"

by중앙일보

중앙일보

17일 오후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한일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진주아파트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유가족 임시 대표 이씨가 취재진과 인터뷰 중 눈물을 삼키고 있다. [뉴스1]

17일 경남 진주시의 한 아파트에서 불을 지르고 대피하는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5명을 사망케 한 안모(42)씨는 이미 이상행동을 수차례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윗층에 사는 최모(18)양을 뒤쫓아가 초인종을 누르는 등 위협적인 행동을 해온 것이다. 윗층 최양은 이번에 살해됐다.


피해자 유가족들이 이날 오후 6시20분쯤 희생자 합동 분향소가 마련된 한일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사건은 막을 수 있었던 인재"라고 말했다.


숨진 이모(59·여)씨의 동생 이창영 씨는 기자회견에서 "용의자 안모(42)씨의 위협적인 행동에 대해 주민들이 경찰서, 파출소에 수차례에 걸쳐 조치 요구와 신고를 했지만 경찰서나 파출소는 가해자에 대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

진주 묻지마 살인범을 피해 집 안으로 급히 들어가는 윗집 거주 여성. [사진 피해자가족]

이씨는 "경찰서 파출소에서 조치를 취하지 않아 관할 동사무소, 임대주택 LH본사, 관리실에 수차례 걸쳐 신고했지만 이역시 묵살 당했다"며 "이번 사건은 주민들의 수차례 신고에도 모른척 한 국가기관이 자초한 인재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가족은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가에 요구할 것"이라며 "추후 관련된 문제는 다른 유가족과 의논해 말하겠다"고 밝혔다.


숨진 최양의 보호자 강모씨도 앞서 "사람이 죽어야 되겠느냐"고 항변했다고 한다. 지난해부터 경찰에 수차례 신고해 왔지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서다. 결국 강씨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중앙일보

진주 묻지마 살인사건 용의자 위층 거주자를 따라가 벨을 누르는 모습. [사진 피해자가족]

중앙일보

17일 오전 경남 진주시 가좌동의 한 아파트에서 방화·살인을 저지른 안모(42)가 과거에 본인의 위층 집을 찾아 오물을 투척하는 모습이 사설 폐쇄회로(CCTV)에 기록된 모습. [피해자 가족]

이날 오전 안씨가 벌인 방화 및 흉기난동 사건으로 주민 5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쳤다.


올해만 다섯 번 경찰 신고를 했지만 그 중 네 번은 "사안이 가볍다"고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다만 윗집 문에 간장·식초를 뿌린 것은 재물손괴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안씨는 지난달 최양을 집까지 쫓아가 초인종을 수차례 눌렀다. 집에서 반응이 없자 간장 등 오물을 뿌렸다.


주민들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도 안씨를 강제 이사시켜 달라고 민원을 넣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경찰에 따르면 안씨는 2015년 12월부터 해당 아파트에 입주해 혼자 생활해 왔다.


약 10년간 정신질환을 앓아왔지만 3년 전부터는 어떤 치료도 받지 않았다. 안씨는 2010년 충남 공주치료감호소에서 한 달간 정밀 정신감정을 받고 나서 '편집형 정신분열증(조현병)' 진단을 받고 2015년 1월~2016년 7월 진주의 정신병원에서 조현병 통원치료를 받은 바 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