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지하수·살충제에도 있다…사약 주성분이었던 이것

[테크]by 중앙일보


[더,오래] 임종한의 디톡스(33)

과거엔 사약의 주성분으로, 최근까진 목재 제품 방부제·살충제로 많이 사용되고 중독의 위험이 컸던 독성물질이 비소 및 비소화합물이다. 2015년 이후 쌀 수입이 전면 개방되면서 가격이 낮고 비소 오염 정도가 높은 미국 중남부 쌀이 국내에 들어올 가능성이 높아져 논란이 됐다. 작년 11월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경피용건조BCG백신의 첨부용제에서 품질기준 이상의 비소가 검출돼 회수 중이라고 밝혀 한동안 소동이 있었다.


회수대상이 된 경피용BCG백신에서 검출된 비소의 최고량은 ‘조화에 관한 국제회의(The International Conference on Harmonisation)’에서 정한 의약품 금속 불순물 가이드라인(버전 4)에서 정한 주사제의 매일 허용 노출량(1.5㎍, 체중 5㎏기준)의 38분의 1에 해당하는 양이다. 미국 독성물질 질병등록국 자료에 따르면 비소는 72시간 이내에 대부분 소변으로 배출된다고 하지만, 부모입장에서 경피용BCG백신을 맞추어야 하는 것인지 혼란스러웠을 법 하다.



자연상태에서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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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소는 토양, 지하수, 지표수, 대기, 음식 등 지구의 지각에 널리 분포하는 자연 발생 원소로 일부 지역과 일부 암석이나 미네랄에서 고농도로 존재한다. 환경에서 비소는 일반적으로 화합물을 이룬 상태로 발견되는데, 대부분의 비소 화합물은 독성을 가지고 있으며 흰색 또는 무색의 가루로 휘발성·냄새·맛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무기비소(inorganic arsenic)는 탄소가 아닌 산소·염소·황 등과 화합물을 이룬 상태로 토양 및 암석에 자연적으로 포함되어 있으며 구리 또는 납을 포함한 광석 및 미네랄에 많다. 유기비소(organic arsenic)는 탄소·수소와 화합물을 이룬 비소를 말한다.


비소는 의약, 농업, 목축업, 임업 및 기타 공업 부문에까지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으며 반도체와 발광다이오드, 합금첨가 원소, 특수 유리, 납의 경화제, 전지에도 사용되고 있다. 비소와 무기비소 화합물은 화산폭발이나 산불, 비소를 포함하는 광석의 풍화작용에 의해 채광 및 제련 같은 산업 작업 중 배출돼 물과 토양에 축적된다.


무기비소(inorganic arsenic)의 하나인 크롬화비산구리( CCA, chromated copper arsenate)는 갑판, 놀이세트, 놀이터 등에서 목재 제품 방부제로 사용되어 왔으나, 2003년 미국의 목재 업체들이 유해성 때문에 자발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다른 방부제로 전환했다.


우리나라도 2007년 10월 크롬화비산구리 방부목의 생산, 수입, 유통을 전면 금지시켰다. 과거 무기비소 화합물은 과수원과 목화밭 살충제로 사용되다 금지됐다. 착색유리 제조, 금속접착제, 방부제, 도료로 사용된다. 유기비소(organic arsenic)는 과수원, 목화밭, 묘포, 잔디 등에 살충제로 사용되고 있으며, 일부 유기비소 화합물은 가축의 발병을 낮추거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동물사료에 소량 첨가되기도 한다.


사람의 경우 비소에 노출되는 주요 경로는 흡입, 섭취이며 피부 노출은 매우 적다. 산업지역에서는 비소화합물을 함유하는 흄이나 대기 중으로 배출된 비소를, 도시에서는 대기 중 존재하는 비소를 흡입해 호흡기에 노출된다. 도시나 산업지역을 제외하고는 대기 중 비소 농도는 매우 낮게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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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수가 비소에 오염되거나 폐광의 비소 함유 폐수로 인해 오염된 식수를 마심으로써 노출될 수 있다. 방글라데시와 인접 주변 국가에서 지하수가 비소에 오염돼 결핵·암 사망률이 급격히 증가한 예, 우리나라 강원도 계곡이 폐광의 비소 함유 폐수로 인해 심각하게 오염된 사례가 있다. 또한 대부분 독성이 낮은 유기상태의 비소이긴 하지만 생선과 해산물에는 비소가 함유되어 있어, 해산물 섭취가 증가할수록 비소 섭취 또한 증가하게 된다.


1987년 국제암연구소(IARC)에서는 비소 및 비소 화합물을 ‘인체 발암 물질‘(Group 1)로, 2004년에 식수 중 비소를 ’인체 발암 물질‘(Group 1)로 각각 분류했다. 미국 EPA에서는 1998년 무기비소를 ‘인간 발암물질’ (Group A)로 분류했다. 미국 NTP는 1980년 이후 무기비소 화합물을 ‘알려진 인간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섭취 노출은 피부암, 방광암, 간암, 신장암, 전립선암, 폐암과도 관련된다. 흡입 노출은 점막 자극과 폐암 증가와 관련 있다.


비소의 인체에 대한 위해성은 이온의 상태나 화합물의 형태에 따라 다르다. 3가 비소화합물이 5가 비소화합물에 비해 독성이 강하고, 무기비소 화합물이 유기비소 화합물에 비해 인체에 대한 독성이 크다. 무기비소는 태반을 쉽게 통과하며 모유에서도 검출된다.


고용량 비소를 섭취했을 때, 구토·설사·위장관 출혈 등의 위장관독성, 두통·졸음·정신착란·환각·경련·의식소실 등의 신경독성, 호흡곤란·출혈성 기관지염·폐부종과 같은 호흡기 독성, 간독성이 나타날 수 있다.


살충제 공장이나 용광로 등에서 저용량 비소에 장기적으로 노출될 경우 운동 감각 소실·사지마비·감각 둔화 등의 신경독성, 코와 목 점막 통증·후두염·기관지염·비염 등의 호흡독성, 심장성 부정맥·허혈성심질환과 손발 혈관 수축하여 괴사되는 ‘검은 발 질환’등의 심혈관계독성, 빈혈 및 백혈구감소증 등의 혈액독성, 피부독성, 당뇨 등의 내분비독성이 발생한다.



비소 노출 심해지는 살충제 살포


금속 제련공장이나 농사 중 살충제 살포 등 비소에 노출되는 직업을 가지고 있을 경우 비소에 노출되지 않도록 방진 마스크, 장갑, 보호복을 반드시 착용하고 신체와 옷, 도구 등에 비소를 묻혀 집에 가져가지 않도록 퇴근 전에 반드시 샤워하고 작업복은 갈아입는 등 조심해야한다.


토양 및 물에 비소 함유량이 높은 지역에 살고 있다면 오염되지 않은 물을 사용하도록 노력하고 가급적 흙에 접촉하게 조심해야 한다.비소는 자연상태에서도 존재해 비소에 전혀 노출되지않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평소 노출경로를 파악해 위해성 평가를 거쳐 안전한 노출기준을 설정하고 이에 맞추어 토양, 식품을 안전하게 관리해야 한다.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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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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